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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0.9% 반짝 성장, 경기회복 아닌 기저·착시 효과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0.9%를 기록했다고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선 1.5%의 성장률이다. 성장률 0.9%는 혹독한 경기 빙하기를 지나고 있는 한국 경제로선 반가운 수치다. 시장 예상치(0.4~0.8%)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고, 기획재정부 전망치(0.7%)보다 높다. 이 수치의 파장은 작지 않다. 기준금리 인하를 거부해온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힘을 받게 됐다. 김 총재가 당·정·청의 금리 인하 압박을 뿌리쳤던 논리가 “경기는 회복 중”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한은의 금리 인하는 5월에도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

 정부의 전면적 경기 부양 전략은 꼬일 가능성이 커졌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정부가 당장 조처를 하지 않으면 자칫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이 꺼질 수도 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추경안과 부동산 대책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나온 성장률은 현 부총리의 절박성을 머쓱하게 만든 측면이 있다.


 경제가 바닥권에 있을 때는 경제지표가 오판을 부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표가 조금만 개선돼도 경기가 크게 좋아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경우도 따져볼 부분이 많다. 우선 전분기 성장률이 낮은 데 따른 기저(基低)효과다. 우리 경제는 지난해 3분기 0%, 4분기 0.3% 성장했다. 한은 김영배 경제통계국장은 “분명히 기저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설비투자는 전분기 대비로 3.0% 증가했지만, 전년동기와 비교해서는 무려 11.5%나 감소했다. 지독한 투자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데 전분기와 비교하니 호전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둘째는 통계상 착시 효과다. 대표적인 것이 수출이다. 이날 통계에서 수출은 3.2% 증가로 나타났는데, 이는 통관기준 수출이 0.5% 증가에 그친 것과 큰 괴리다. 김영배 국장은 “통관 실적과 GDP 통계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런 요소를 감안하면 결국 “경기가 침체국면에서 빠져나왔다고 판단하기 어렵다”(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얘기가 된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소득과 직결된 민간소비가 0.3% 감소했다는 것은 경기가 여전히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분기 성장률 하나가 어두운 경제상황을 바꾸지는 못한다. 8분기 연속 0%대 성장에 그칠 것이란 우려는 현실이 됐다. 체감 경기는 싸늘하다. 당장 걱정은 2분기 이후 한국 경제의 행보다. 수출 부진은 심상치 않다. 이달 1~20일 수출은 전년보다 3% 줄었다. 아베노믹스가 만들어낸 ‘엔저의 공습’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최근 “엔저는 이제 시작이며 앞으로 계속 갈 것”이라고 말했다. 엔저는 일본과 초경합을 벌이고 있는 가전·자동차·철강 분야 국내 기업들의 이익을 뜯어먹을 것이다. 시중엔 “하반기 엔저 피해가 커지면 경기는 상고하저(上高下低)가 될 가능성이 있다”(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상렬 기자

◆기저효과(Base Effect)=과거 특정시점과 비교했을 때 현재 경제지표가 실제보다 부풀려지거나 위축되는 현상. 외환위기 때인 1998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5.7%였다가 이듬해인 99년 10.7%로 반등한 것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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