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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먼 사람 여럿 잡은 네티즌 '테러범 사냥'

술라하딘 바룸(오른쪽)과 그 왼쪽의 검정 배낭을 멘 남성을 보스턴 폭탄테러 용의자로 잘못 꼽은 뉴욕포스트의 지난 18일자 1면. [뉴욕포스트 캡처]
보스턴마라톤 폭탄테러 용의자 검거엔 시민들의 제보를 활용하는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이 위력을 발휘했다.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시민들은 용의자들이 미처 생각지도 못한 각도에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수사에 보탰다. 그러나 당국에 대한 제보를 넘어 네티즌 수사대가 직접 범인 색출에 나서면서 무고한 시민이 용의자로 몰리는 부작용도 속출했다.

 테러 발생 이틀이 지나도록 수사가 지지부진하던 지난 16일(현지시간). 미 연방수사국(FBI)은 “용의자는 테러 현장 부근에서 검은색 배낭이나 가방을 지녔던 남자”라며 시민들의 제보를 호소하고 나섰다. 그러자 ‘레딧(reddit)’ ‘포챈(4chan)’ 등 소셜 뉴스 공유 사이트에선 용의자 사냥이 시작됐다.

 첫 번째 폭탄이 터진 직후 남들과 반대 방향으로 뛴 남자, 검은색 배낭을 멘 청년과 대화하는 모습이 찍힌 고교생 육상선수 등이 용의자로 지목됐다. 미국 방송사는 물론 국내 일부 방송사도 여과 없이 이들이 용의자라는 보도를 쏟아냈다. 뉴욕포스트는 육상선수 술라하딘 바룸(Sulahaddin Barhoum)을 용의자로 단정한 사진과 기사를 18일자 1면에 게재했다.

 오는 11월 뉴욕마라톤 출전에 앞서 보스턴마라톤을 참관하러 갔던 바룸에겐 수백 통의 비난 및 협박 문자와 전화가 쏟아졌다. 가족의 안전까지 위협받자 그는 경찰서에 자진 출두해 신분을 증명하기도 했다. 18일 오후 뒤늦게 수사당국이 진짜 용의자의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했지만 ‘마녀사냥’은 멈추지 않았다.

 이번엔 지난달 15일 실종된 브라운대 학생 서닐 트리파시(22)가 도마에 올랐다. 트리파시를 찾기 위해 가족들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을 분석한 레딧은 당국이 지목한 두 번째 용의자가 바로 트리파시라고 보도했다. 지방 방송사도 그가 한 달째 행방이 묘연하다며 앞다퉈 이 소식을 퍼 날랐다.

 그러나 타메를란과 조하르 차르나예프 형제가 용의자로 밝혀지면서 트리파시는 누명을 벗었다. 그렇지만 23일 그로 추정되는 대학생의 사체가 학교 근처 프로비던시 강가에서 발견됐다. 그의 사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아들의 귀가를 기다리던 가족은 테러범 오명에 사망 소식까지 겹치면서 두 번 가슴을 쳐야 했다. 레딧에서 보스턴 테러 용의자 수색을 자처한 네티즌 수사대는 용의자가 밝혀지자 트리파시에게 누명을 씌운 것에 대해 사과 성명을 내고 관련 내용을 삭제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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