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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카카오 키워라 … 300억대 첫 민관 펀드 조성

우리나라 벤처에도 창업 선순환 구조가 시작된다. 성공한 벤처가 유망한 신생 업체에 돈을 대거나 경영·기술 지원 등을 통해 또 다른 신흥 벤처 강자를 낳는 ‘재창조경제’다. 모바일 벤처 맏형 격인 카카오가 먼저 나섰다. 후배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중소기업청과 손잡고 300억원 규모의 국내 최초 민관 공동 펀드를 만든다.

 25일 중소기업청과 카카오는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의 카카오 본사에서 ‘카카오 청년창업펀드’ 출자약정식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카카오가 100억원을 투자해 마중물을 부었고, 중기청과 한국벤처투자가 운영하는 모태펀드가 180억원을 보탰으며, 기타 자금 20억원이 모였다. 펀드는 유망 청년기업과 청년일자리 창출 기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며, 창업한 지 3년 이내인 회사 중에 대표이사가 만 39세 이하이거나 직원 중 절반이 만 29세 이하인 회사가 지원 대상이다.

 카카오 이석우 대표는 이날 “우리만 하면 규모가 작은데, 창업생태계를 만든다는 중기청의 취지에 적극 동의해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카카오 역시 족보 있는 회사다. 삼성SDS에 근무하던 김범수(47) 의장은 1998년 퇴사해 게임 벤처 한게임을 세웠고, 2000년 네이버와 합병해 NHN의 공동창업자가 된다. 그는 “정박한 배에 있는 것이 싫다”며 2007년 회사를 떠나 3년 뒤인 2010년 카카오를 설립했다.

 이 같은 인수합병과 재투자의 선순환은 해외에서 더 활발하다. 2004년 창업한 젊은 기업 페이스북이 지난해 10억 달러(약 1조1100억원)에 사진 공유업체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것이 한 예다. ‘페이팔 마피아’는 미국 실리콘밸리 창업생태계의 대명사다. 2002년 이 회사가 온라인쇼핑업체 이베이에 15억 달러(약 1조7000억원)에 매각되자 창업자들은 하루아침에 억만장자가 됐다. 이들은 경험을 살려 후배 벤처에 투자하고 직접 창업도 했다. 구글·유튜브·링크드인·옐프·징가 같은 유수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이들에게서 투자받아 컸다. 벤처업계에서 서로 밀어 주고 끌어 주는 ‘착한 마피아’인 셈이다.

 국내 토양은 척박하다. 중기청에 따르면 미국은 벤처창업가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비중에서 인수합병이 71%를 차지하는 데 반해 국내에서는 7.4%에 그친다. 지난해 국내 중소기업의 은행 대출 잔금은 461조4000억원이고, 벤처 투자로 조달한 돈은 5조원에 불과했다. 창업 이후 돈이 들어올 데가 없어 코스닥 상장 전까지는 창업가가 신용불량의 위험을 떠안고 은행 빚을 져야 하는 것이다. 코스닥 신규 상장 기업도 2002년 153개에서 지난해 24개로 10년 만에 6분의 1로 급감했다. 한정화 중기청장은 “우리나라는 융자 위주로 자금이 조달되고 회수 시장이 미흡해 재창업과 재투자 연결고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싹은 자라고 있다. 검색엔진 ‘첫눈’을 NHN에 매각한 장병규 본엔젤스 대표, 태터엔컴퍼니를 구글에 매각한 노정석 아블라컴퍼니 대표, 이니시스를 비시스캐피탈에 매각한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등이 창업가 출신 벤처투자가 1세대를 이룬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역시 지난해 스타트업 전문 투자회사를 세워 이 대열에 합류했다.

 이석우 대표는 “카카오는 투자기업 선정에는 관여하지 않지만 벤처 선배로서 경험을 살려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중기청장은 “앞으로 제2, 제3의 카카오펀드를 조성해 에인절투자 중심의 직접 금융을 확대하고 인수합병이나 코스닥 같은 회수 시장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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