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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망언 거듭해도 아베 정부가 부럽다

김영욱
논설위원
경제전문기자
“예전 일본과 확실히 달라졌다. 모두 한 번 해 보자는 분위기다. 일본이 살아날 것 같다.” 일본 도쿄의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ADBI) 박재하 부소장의 말이다. ‘일본은 요즘 어떤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똑같은 질문을 국내 기업의 몇몇 임원에게 던졌더니 전혀 다른 답이 돌아왔다. “의욕이 점차 사그라지고 있다.”

 이유를 물었다. “일본은 정부가 명확한 목표를 제시했다. 세 개의 화살을 동시에 쏘아 4중고를 없애겠다는 거다. 또 정부 전체가 이 목표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박 부소장의 얘기다. 세 개의 화살이란 물가 안정과 금융 완화, 과감한 재정, 투자 확대다. 4중고란 엔고(高), 고관세, 고세율, 고에너지값이다.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기업과 개인이 활동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다. 간단하고 선명하다. 국내 기업에도 똑같이 물었다. “정부가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일관성도 없다.”

 물론 경제에 심리가 다는 아니다. 심리가 살아났다고 경제가 꼭 잘되는 건 아니다. 그래도 심리는 중요하다. 경제를 살리는 필요조건이다. 일본이 그렇다. 정부가 추구하는 건 단순하다. 돈을 풀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엔저(低)로 수출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전에도 일본은 돈을 많이 풀긴 했다. 건전재정을 자랑하던 일본이 지금은 국가 채무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 2001년 대비 공급량이 지난해 두 배가 넘을 정도로 통화도 많이 풀었다. 그런데도 일본 경제는 장기불황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정부가 시원찮았기 때문이다.

특히 정책이 오락가락했다. 돈을 풀었다가도 경기가 살아날 듯하면 소비세를 올렸으니 말이다. 그러니 국민은 정부를 믿지 않았다. 예컨대 일본 중앙은행은 돈을 많이 풀었지만 이를 민간에 공급하는 시중은행의 대출액은 별로 늘지 않았다. 사람들이 돈을 많이 빌리려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이 있어야 사람들은 돈을 빌린다. 그게 없으면 돈을 빌릴 턱이 없다. 돈은 많이 풀었지만 경제가 살아나지 않은 건 그래서였다. 이번에도 처음에는 그랬다. 일본 국민은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아베 정부는 대담하고 과감하게 실천했다. 유사 이래 처음으로 일본은행 총재를 임기 도중에 갈아 치웠다. 그제야 일본 국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런 정부라면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기면서 지갑을 열고 있다.

 우리는 정반대지 싶다. ‘으샤으샤’ 분위기는 원래 우리 거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한 건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들 처져 있다. 나라 전체가 의욕상실증에 걸린 듯하다. 경제여건이 안 좋은 건 사실이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 부진은 만성적인 늪에 빠져 있고 그동안 경제를 이끌어 온 수출도 지난해 2분기부터 주저앉았다. 전망도 밝지 않다. 세계경제 회복세는 여전히 더디고, 엔저로 가격경쟁력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한국형 장기불황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사람들이 처져 있는 건 그래서다. 이런 국민을 일으켜 세우는 건 정부와 정치권의 몫이다. ‘으샤으샤’ 분위기를 되살리는 거다. 그런데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당장 목표가 불분명하다. 목표로 제시된 창조경제는 담당 청와대 수석이나 장관들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정도로 난해하다. 게다가 정책도 오락가락이다. 하루는 경제민주화, 다음 날은 규제완화 운운한다. 경제를 살린다면서 추경 하겠다고 큰소리 쳐 놓고 책정한 돈은 겨우(?) 17조5000억원이다. 펑크 날 세수 부족분을 채우고 나면 남는 돈이 5조원 남짓인데, 이걸 갖고 대체 뭘 하겠다는 것인지. 참고로 정부 지출을 10조원 늘려야 성장률이 0.6% 정도 높아진다. 정부 전망(2.3%)이 맞다면 올해 3% 성장은 틀렸다. 잔뜩 기대를 걸게 해 놓고 김을 뺀 형국이다.

 그래서 하는 당부다. 목표를 다시 세우되 선명하게 하라. 메시지도 단순하고 간단하게 하고 일관되게 추진하라. 최대한 설득하고 타협하되, 그래도 안 되면 끌고 가라. 자신들도 잘 모르는 창조경제는 나중 과제로 넘겨라. 그래야 국민이 믿고 따른다. 망언에 망언을 거듭하는 아베 정부만도 못해서야.

김영욱 논설위원·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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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