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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무공천 실험, 초심 잃지 않기를

이소아
정치국제부문 기자
이번 4·24일 재·보궐선거에선 유례없이 ‘무소속’이 히트를 쳤다. 안철수 국회의원을 필두로 12명의 당선인 중 5명이 모두 무소속이다. 가장 큰 원인은 새누리당이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선거에 공천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초선거 정당공천권 폐지는 지난 대선 때 여야 모두가 정치쇄신 차원에서 내놓은 공약이다. 정당이 공천권을 쥐고 있으니 지방정치가 중앙의 눈치만 보게 되고 지방자치제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게 이유다.

 결단은 새누리당이 먼저 내렸다. 기초단체장(경남 함양, 경기 가평)과 기초의원(경남 양산, 서울 서대문, 경기 고양)에 새누리당 공천을 받으려던 후보들은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운 좋게도 새누리당 성향의 무소속 후보들이 5곳을 싹쓸이했다. 새누리당으로선 공약 실천이라는 명분과 우군 확보라는 실리를 동시에 챙긴 셈이다. 민주통합당의 상황은 정확히 반대다. 민주당은 무공천이 법제화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천을 강행했지만 후보를 낸 경기 가평을 포함해 모든 선거구에서 패배했다.

 새누리당의 무공천 과정이 매끄러웠던 것은 아니다. ‘정당이 공천하지 않으면 지방 토호세력이 득세할 거다’ ‘민주당은 공천하는데 우리만 안 하면 손해다’ 등 반발이 거셌다. 결국 후보 등록일(4월 4일)을 불과 사흘 앞두고서야 무공천 결론을 내려 해당 지역은 큰 혼란을 겪었다. 선거 현장에서 벌어진 풍경은 더 심란하다. 경기 가평에선 무공천 방침에 따라 5명의 후보 중 4명이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는데, 모두 새누리당 색깔인 붉은색 옷을 입고 선거운동을 했다. 저마다 ‘여당이 저를 밀고 있다’고 호소하는 바람에 한 유권자는 “전부 다 새누리라는데 도대체 누가 누구냐”라고 짜증을 내기도 했다. 말만 중앙당 예속에서 벗어났지 후보들 스스로가 중앙당에 기대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이 5곳은 모두 여당 우세지역이라 ‘어차피 이길 선거였다’는 말이 나온다. 상황을 종합해 보면 ‘절반의 성공’이란 말이 틀린 말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절반이 커 보이는 건 어찌 됐든 대선공약을 지키는 ‘약속정치’를 했다는 사실이다. 불과 4개월 전 문재인 대선후보가 약속한 것을 단번에 ‘정치쇼’라고 비난하는 민주당과는 차이가 있다.

 새누리당은 이번 결단으로 얻은 결과에 기뻐하기보다 그런 공약을 내놓고 지킬 수밖에 없었던 초심을 되뇌고 지켜가야 한다. 오는 10월 재·보선,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무공천 초심을 이어가 여야 토론의 장을 거치고, 국민 의견을 듣고, 공직선거법을 손질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4·24 재·보선의 ‘결단’마저 ‘1회성 정치쇼’란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소아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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