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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딱 거기까지만

김영훈
경제부문 차장
강성욱 제너럴일렉트릭(GE) 코리아 사장이 한국에 GE의 글로벌 조선해양 총괄본부를 유치했다. 시장 규모가 8조원에 육박하는 글로벌 사업을 한국인이, 한국에서 지휘하게 됐다. 손님은 주로 남미에 있고, 생산은 중국이 더 많다. 그러나 설비를 공급하는 GE는 세계 1등 경쟁력의 한국 조선업과 함께 가는 전략을 택했다. 곡절도 있었다. 강 사장은 GE 본사 경영진에 한국의 기술과 탁월한 인재를 내세웠다. 기술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인재가 문제였다. 기술자는 많았다. 그러나 160개국에서 사업을 하는 GE의 네트워크를 세계적 안목으로 엮어낼 수 있는 한국인을 찾기는 힘들었다. 한국의 인재 수준은 ‘기술 1등’, 딱 거기까지였던 셈이다. 사람 찾는 시간이 길어지자 기울었던 승부는 막판에 뒤집힐 뻔했다. 강 사장은 “오판했다”고 말했다. “조선 강국이라 글로벌에서 통할 인재가 많을 것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어렵게나마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면 ‘굿 뉴스’는 없었을 것이다.

 초일류급 인재만이 아니다. 각 분야에서, 각 직급에서 ‘이 정도면 됐다’ 싶은 인재는 즐비하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뻗어가는 인재를 우리는 얼마나 키우고 있는가. 건너 들은 학교 사정은 속상하다. 서울대에서 강의를 하는 후배의 얘기다. “요즘 애들 우리 때보다 훨씬 잘해요. 프레젠테이션(발표)은 끝내주고, 영어는 말할 것도 없고. 그런데 점수에 갇혀 있어요. 점수가 잘 나올 정도까지만 딱 해요.” 학창 시절부터 ‘딱 거기까지’가 뼛속 깊이 새겨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작지만 결정적인 2%만큼 부족한 것이다.

 기업은 어떤가.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이직을 생각한다. 실행에 옮기는 비율은 그보다 적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이 떠난 직장인을 기업은 승진 누락의 불안과 해고의 공포를 통해 관리한다. 불안을 통한 관리는 당장 문제를 피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일하게 만든다. 욕망과 성취를 북돋는 관리는 그 반대의 결과를 낳는다.

 다시 외국계 기업 예를 들 수밖에 없다. 페덱스 코리아의 직원들은 최근 자발적으로 준비한 파티를 통해 임달순 이사를 떠나 보냈다. 그는 지방대 출신이다. 페덱스에서 처음 한 일은 공항에서 화물을 적재하는 일이었다. 그런 그는 32년7개월을 한 회사에서 보냈다. 그 사이 공항 물류의 최고 전문가도 됐다. 그는 말한다. “보잘것없는 일을 할 때도 회사는 내가 고객의 화물을 안전하게 배송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줬다. 또 끊임없는 교육과 보상으로 책임감과 자긍심을 심어줬다. 그래서 32년을 다닐 수 있었다.”

 페덱스 본사의 마이클 더커 사장도 화물을 나르는 직원 출신이다. 당신의 회사에선 이런 일이 가능한가. 혹 당신도 ‘딱 거기까지만’에 길들여지고 있지는 않은가. 정년 연장이 이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건 일하는 방식, 관리하는 방식이다.

김영훈 경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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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