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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이곳에서는 유쾌한 축제

정조의 국장 모습을 8분의 1 크기로 복원한 ‘정조국장도감 의궤반차도’. 예아리 박물관의 중심 전시물로 100m 길이의 장관을 이룬다. [사진 예아리박물관]

차에서 내리자 향기가 구수하다. 퇴비 주는 철이라 꼬불꼬불 밭을 이웃한 박물관은 사람 사는 냄새가 제대로 난다. 꽃비가 내리고 사물놀이가 한바탕 흥을 내니 축하객과 이웃 주민이 어우러져 잔칫집이 따로 없다.

 24일 경기도 용인시 백암면 삼백로 785번길 64번지 예아리 박물관(관장 임호영).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드문 장례 전문 박물관이 문을 열고 죽음을 즐겁게 연구하는 첫 자리를 마련했다. 이른바 100세 시대, 오래 살고 행복하게 지내다 잘 죽는 과정을 각기 준비하자는 의지를 담았다.

 예아리는 예(禮)가 있는 아름다운 울타리라는 뜻이다. 상장례(喪葬禮) 문화를 북돋우고 효와 예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출발했다.

 예아리는 종합장례용품 회사인 ‘삼포실버드림’이 10년 넘게 수집하고 준비해 세계 각국의 죽은 자에 대한 의례와 장사(葬事) 지내는 장례 문화 콘텐트를 보고 체험하는 곳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자기 나름의 죽음과 그 절차를 생각해 볼 수 있게 전시를 다양화했다. 웰빙(wellbeing) 풍조가 한바탕 불고 간 뒤 이제 웰다잉(welldying)의 시대에 걸맞은 박물관인 셈이다.

아프리카 가나에서는 고인의 특이 체험을 소재로 관을 만드는 풍습이 있다. 집 위를 나르던 비행기의 경이로움을 기념해 제작한 비행기 관.
 예아리는 연면적 2688㎡에 세계문화관, 기획전시관, 야외전시장, 문화상품관으로 나뉘어 사람들을 맞는다. 일본·중국·몽골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상장례 유물 5000여 점이 주제에 맞춰 나란하다.

 전시관을 둘러보면 죽음을 대하는 인간의 마음이나 태도가 비슷함을 알 수 있다. 수의(壽衣)나 관, 껴묻거리(부장품)와 장례 유물들이 닮은 꼴 색과 형태라 저 세상으로 가는 길은 인류가 평등함을 넌지시 깨우쳐준다.

 예아리가 개관을 앞두고 특히 힘쓴 것이 한국문화관이다. 조선시대 ‘정조국장도감 의궤반차도’를 고증해 100m에 달하는 국장 행렬을 전시장에 8분의 1 크기로 축소해 복원했다. 토우 인물 1384명, 말 341필, 가마 20채, 의상 6000여 벌을 2년에 걸쳐 수작업으로 재현한 모습이 장관이다.

 기획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아프리카의 상례문화는 평소 보기 힘든 현대 아프리카의 관과 여러 유물이 눈길을 끈다.

 예아리는 고(故) 임준(1950~2006) 대표가 준비하다 과로로 세상을 뜬 뒤 그의 가족들이 고인을 기리며 완성한 박물관이라 더 절실하고 훈훈하다.

 임호영 관장은 “장례 유물이 있다면 한달음에 달려가 한 점 한 점 품에 안고 돌아오시던 선친의 유지를 이어 전 국민이 죽음을 여유 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 체험과 실천의 마당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031-323-7277. 

용인=정재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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