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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중국보다 규제 심한 프랜차이즈법

최영홍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가맹사업법에 대한 법안 개정 방식이 걱정된다. 전문가 의견수렴 없이 22일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런 추세라면 남은 입법 절차도 별다른 토의 없이 진행될 것 같다. 문제는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프랜차이즈 법제를 비교법적 고려 없이 개정하면 향후 우리 프랜차이즈 시장이 갈라파고스 현상에 빠질 뿐만 아니라, 법치 국가로서의 국격도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다.

 프랜차이즈는 탁월한 유통기법이다. 캐나다와 호주·미국에서도 그 매출액이 전체 소매 매출액의 절반을 넘긴 지 오래다. 유통의 선진화와 일자리 창출 및 소비자 후생에도 선도적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점에 주목해 미국 상무부는 프랜차이즈를 최고의 유통 방법으로 평가하고, 연방거래위원회는 가맹점 사업자에 대한 가맹본부의 통제를 가급적 용인한다. 그 결과 프랜차이즈에 관한 미국의 일반 규제법은 연방거래위원회 규칙과 일부 주법뿐이다. 독일과 영국·프랑스에는 프랜차이즈 규제법이 아예 없다. 선진국들 공히 가맹점 사업자를 소비자와 같은 보호대상이 아니라 영리를 추구하기 위해 프로 세계에 뛰어든 사업자로 본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가맹점 사업자의 보호를 위한 규제가 매우 심하다. 관련 법만 해도 가맹사업법과 가맹사업진흥법·상법이 있고, 그 밖에 약관규제법과 공정거래법이 추가로 적용된다. 이처럼 다양하고도 중층적인 규제체계를 가진 나라는 세상에 없다. 일본은 물론이고 공산국가인 중국보다도 우리 법의 규제가 훨씬 심하다. 오죽하면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가맹본부들이 한국 법을 피하기 위해 중국 법을 준거법으로 정하고 있겠는가.

이러한 현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간 국회에는 개정안이 앞다퉈 제출됐다. 영업지역 제한, 24시간영업 금지, 해지 위약금 규제, 점포환경 개선 강요 금지 등이다. 화려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이들 쟁점은 국제 기준으로 보면 계약자유의 영역에 속하는 것들로서, 기존 법리에 의해 얼마든지 해결이 가능하다. 정보공개서의 사전교부제도가 확립된 마당이라 더욱 그렇다. 법률로 프랜차이즈의 다양성을 봉쇄하는 것은 그야말로 교각살우(矯角殺牛)와 같은 것으로 법제의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다.

 지금의 법 개정 방식이 혹시라도 경제민주화라는 거대담론에 휩쓸려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한심한 일이다. 경제민주화란 부당한 방법에 의한 부의 획득을 방지하고 경제력의 남용과 횡포를 억제하자는 것이지, 결코 경제의 본래적 순기능을 저해하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거래 현장에서 발생하는 분쟁의 대다수는 부실한 가맹본부의 난립과 가맹점 개설 수입에 의존하는 퇴행적 모집 관행에 원인이 있다. 경제민주화를 위해 진실로 필요한 것은 이런 관행을 타파하는 일이다. 정무위는 이제라도 국제기준에 역행하는 개정작업에서 벗어나 정말로 필요한 사안에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최영홍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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