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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정부 정책의 표준언어, 국가통계

박형수
통계청장
아이들과 대화를 하거나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은어와 이모티콘 때문에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서로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가 의심이 들 때도 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면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둘러보면 우리는 도처에 칸막이와 벽으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살고 있다. 인종, 성별, 세대별, 계층별로 소통이 되지 않는 곳에는 어김없이 보이지 않는 칸막이가 굳건하게 버티고 있다. 그러나 칸막이로 구분된 공간 안에서 업무를 하던 기업 사무실이 변하고 있다. 칸막이를 없앤 탁 트인 공간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해서 이를 실천하는 기업들이 조금씩 늘고 있는 것은 칸막이가 있으면 조직 간에 벽이 생기고 관료주의가 횡행하며, 공정한 평가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정부에서도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자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 얘기하는 칸막이는 부처 이기주의, 책임 회피 등으로 인한 행정 낭비 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통계 분야에도 칸막이는 존재한다. 개방과 공유, 소통과 협업이 핵심인 정부 3.0시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각 부처가 틀어쥐고 있는 통계자료를 민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 국민과 기업의 통계조사 응답부담을 줄이기 위해 부처들이 머리를 서로 맞대고 통계조사를 통합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다양한 국가통계가 부처 간 협업을 통해 국민을 위한 맞춤형 정책 수립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디딤돌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외국어를 배운다. 컴퓨터 응용프로그램과 게임을 만들려면 프로그래밍 언어를 익혀야 한다. 국가통계 역시 나라를 운영하고 정책을 만들어내기 위해 꼭 필요한 행정언어, 정책언어라고 할 수 있다. 선진화되고 문명화된 언어일수록 표현할 수 있는 어휘도 많고 구체적이어서 의사소통에 혼선이 적은 법이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한글처럼 우리 국가통계도 정확성과 신뢰도를 바탕으로 다양한 경제와 사회현상을 신속하게 포착하는 정책언어가 되어야 한다.

 국가통계의 작성과 관리, 대국민 서비스 업무는 ‘국가에서 국민으로, 칸막이에서 협업으로, 책상에서 현장으로’라는 원칙에 입각해 이뤄져야 한다. 통계청도 국민들의 통계자료 이용 편의 향상을 위해 정보공개의 문호를 마이크로데이터 단위까지 더욱 넓힐 계획이다. 또한 통계조사 응답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존의 행정자료를 적극 활용하고, 인터넷조사 등을 적극 도입할 예정이다. 책상에서 만들어지는 숫자가 아니라 조사현장에서 취합한 국민들의 생생한 목소리까지 담아 살아숨쉬는 국가통계로 만들어 현실체감도도 높여 나갈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언어라도 사용하지 않으면 ‘죽은 언어’가 되고 만다. 정확하고 체계적인 문법과 어휘로 무장한 국가통계라는 행정언어를 바탕으로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멋진 베스트셀러 정책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형수 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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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