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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하면 폭탄' 여성 전공의 33% 출산 기피

중앙포토
“어떤 병원에 갔더니 가정의학과 의국(의사들이 대기하는 방)이 남자 숙소 안에 있더라고요. 여자인 저희는 의국을 사용하지 못해요. 그리고 혼숙을 하기도 해요. 숙소가 한 공간에 같이 있어서요.”

 한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여성 전공의 김모씨의 한탄이다. 대한의사협회가 연세대 의대 김소윤 교수팀에 의뢰해 전공의(레지던트와 인턴) 근무환경을 조사했다. 의협은 이를 토대로 여성 전공의 수련환경 실태 보고서를 작성해 24일 공개했다. 여성 전공의의 혼숙·장기근무 등의 문제가 불거져 국가인권위원회가 두 차례 개선을 권고했지만 출산·육아 환경이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팀은 전공의 5명을 포함해 여의사 8명을 집중 인터뷰했다. 요즘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영상의학과의 경우 임신 불가 각서를 요구하기도 한다.

전공의 고모씨는 “영상의학과 같은 데는 방사선을 쪼이니까 임신을 안 한다는 각서를 쓴다는 얘기를 들었다. 내과 같은 데도 수술할 때 엑스선을 쫴야 하기 때문에 여자가 갈 만한 전공이 없다”고 말했다. 가정의학과 전공의 김씨는 “인기 있는 진료과목, 특히 성형외과가 여성 전공의를 안 뽑는다. 피부과·안과도 남자를 더 선호한다”며 진료과목 선택의 성차별을 지적했다.

 임신한 여의사를 ‘폭탄’으로 부른 적도 있다. 내과 전문의 윤모씨는 “보통 1~2월에 교수들이 모여 한 해 일정을 논의하는데, 그때 전공의 담당 교수가 ‘큰일 났다. 6~7월에 큰 폭탄이 숨어 있다. 누가 아이를 낳는다는데…’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다른 전공의는 동료가 레지던트 3년차 때 임신을 했다가 유산했다고 전했다. 그는 “검사실 같은 데 서 있는 경우가 많아 초기에 유산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팀은 “여성 전공의들이 고강도 노동과 출산휴가 문제로 모성건강이 훼손되고 동료와 갈등을 겪는다. 이 때문에 출산 지연이나 기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여성가족부·한국여자의사회의 2010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전공의 33%가 자녀를 원하지 않으며 57%가 한 명의 아이만을 갖겠다고 대답했다.

 김 교수는 “임신부 장시간 근로 금지, 3개월 출산휴가 준수 등을 실효성 있게 보장하는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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