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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 부정, 전쟁할 수 있는 일본 만들려는 계산된 발언"

정재정
“아베의 침략 부정은 치밀한 계산 아래 나왔다.”

 한·일 관계 전문가 정재정(62·전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서울시립대 교수의 지적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3일 “침략의 정의(定義)가 없다”고 한 발언에 대한 반응이다. 아베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 했다. 일본 정부가 제국주의 침략에 대해 공식 사죄한 1995년의 ‘무라야마 담화’를 오래전부터 뒤집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못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아베가 (침략은) 국가 간의 관계에서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국제질서를 통째로 부정하는 심각하고 난폭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일본의 침략을 합리화하는 역사왜곡이 노골화한 계기로 2001년 등장한 후소샤(扶桑社) 교과서를 꼽았다.

 - 아베와 교과서가 무슨 관계가 있나.

 “후소샤 교과서도 치밀하게 준비됐다. 무라야마 담화가 나온 이듬해인 1996~97년 소위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결성됐고, 이를 적극 후원한 국회의원들이 있었으며, 그 중심 인물이 바로 아베였다.”

 아베는 왜곡된 역사관을 바탕으로 지지층을 확보하며 2006년 첫 집권에 성공한다. 재임 기간은 짧았지만 역사왜곡의 또 다른 시동을 걸어놓았다. 그가 업적으로 내세우는 ‘교육기본법 개정’이다. 정 교수는 “교과서에 관한 한 일본 헌법을 바꾼 것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 어떤 점에서 그런가.

 “패전 후 일본은 미 맥아더 사령부 아래서 군국주의 헌법·교육 내용을 바꿔야 했다. 이때 만들어진 교육기본법은 적어도 군국주의 침략의 반성을 깔고 있는데, 아베는 이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국가주의의 공격적 요소를 강화했다. 이후 매년 반복되는 일본 교과서 왜곡 파동은 아베가 바꾼 교육기본법에 따른 것이다. 이런 전력이 있기에 23일의 아베 발언은 단순한 실언이 아니다. 아베 본래의 역사관이며 치밀한 계산 아래 나온 망언이다.”

 - 2006년 교육기본법을 바꿀 때와 2013년 ‘침략 부정’ 망언을 비교하면.

 “2006년의 경험을 살려 더 정교해졌다. 2006년엔 교육기본법 개정 성공에 도취하면서 위안부 망언도 서슴지 않았다. 미국에서 위안부 관련 비판 여론이 조성되자 상황이 달라졌고 곧이어 아베는 총리직에서 물러난다. 6년이 지난 2012년 12월 다시 집권한 후 아베는 엔저와 경기부양을 통해 일본 국내의 환심을 사는 데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경기회복 흐름 속에 여론 지지율이 80% 가까이 올라가자 이제 하고 싶은 얘기를 해도 역풍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 아베의 다음 목표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최종 목표는 헌법 개정이다. 패전 후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 포기를 명시한 평화조항을 고치려 한다. 말만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옮겨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만들려는 것이다.”

 - 일본에서 지지를 받을까.

 “예전과 달리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인다. 아시아 평화를 중시하는 세력 이 급격히 약화되는 분위기다. 북한의 핵 위협, 중국의 급성장 등이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 아베의 역사관이 ‘식민지 근대화론’과 관련 있나.

 “식민지 시기 일본이 나쁜 일도 했지만 좋은 일도 했다는 식의 발상은 일본인에게 일종의 상식이다. 좋은 일이란 서양식 학교제도 도입, 철도·항만 같은 인프라 건설 등이 주로 꼽힌다. 우리가 식민지 근대화론을 반박할 때 인프라와 경제수치 늘어난 것을 일일이 다 부정하는 것은 그들에게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제강점기에 인구의 97%였던 한국인이 한반도에서 차지한 국부(國富)는 10%도 안 된다. 발전이 이뤄졌다면 일본을 위한 발전이었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 ”

 - 위안부, 독도 문제를 비롯해 일본의 잇단 도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아닌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세계를 향해 얘기해야 하지만, 동시에 북한의 핵 위협 같은 지역평화 이슈에 대해 일본과의 공조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 독도 문제는 실제 점유하고 있는 우리가 크게 논란을 일으킬 필요는 없다. ”

배영대 기자

◆정재정=1951년생. 서울대 역사교육과를 거쳐 일본 도쿄대 에서 한국사 석사, 서울대 국사학과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2대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역임. 저서 『한국과 일본에서 함께 읽는 열린 한국사』 『교토에서 본 한일통사(韓日通史)』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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