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오너 공백' 한화 비상경영위 가동 … 멈췄던 신사업 재시동

한화그룹 비상경영위원회가 24일 출범했다. 이로써 10대 그룹 중 2곳(재계 순위 3위 SK, 10위 한화)이 비상경영 체제를 공식화했다. 회장(오너) 없이 전문 경영인이 회의 기구를 통해 집단 경영을 하는 방식이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화그룹은 이날 비상경영위원회를 만들고 위원장에 김연배(69) 한화투자증권 부회장을 선임했다. 그는 올해로 46년째 한화그룹에 몸담아온 정통 ‘한화맨’이다. 그룹 원로이자 주요 계열사 대표 중 연장자인 점이 감안됐다. 1999년 10월부터 3년간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을 지냈다. 김 위원장은 “최근 한화 사건으로 인해 물의를 일으켜 한화 경영인의 한 사람으로서 송구스럽다”며 “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지만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경영위원회는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금융·제조·서비스 부문으로 나눠 운영된다. 부문장도 모두 30년 이상 한화에서 일한 한화맨들이다. 8개 계열사를 아우르는 금융 부문장은 김 부회장이 겸임한다. 제조 부문(14개사)은 이 분야의 핵심 계열사인 한화케미칼 홍기준(63) 부회장이 맡는다. 제조 분야의 또 다른 핵심 계열사인 한화건설의 김현중(63) 부회장은 이라크 신도시 건설 사업에 전념하기 위해 위원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룹 미래가 달린 이라크 신도시 사업(80억 달러, 약 9조원)은 특별 관리를 하겠다는 의미다.

 서비스 부문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홍원기(62) 사장이 맡는다. 역시 서비스 분야 27개 계열사 중 대표 회사라는 점이 반영됐다. 비상 경영과 관련된 ‘안살림’은 최금암(53) 경영기획실장이 담당한다. 그는 2011년부터 경영기획실장을 맡아왔다.

 비상경영위원회 출범으로 한화는 ‘관리’ 체제에서 ‘결정’ 체제로 바뀌게 된다. 지난해 8월 김 회장이 구속 수감된 후 지금까지는 최 실장이 그룹을 관리해 왔다. 그러나 신사업 분야 진출과 올해 투자 계획, 인사 등 굵직한 결정은 하지 못하는 체제였다. 지난 15일 2심에서도 김 회장이 3년 실형을 선고받자 “더 이상 주요 결정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김 회장은 비상경영위원회 구성안을 보고받고 “경영 차질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관계자는 “각 계열사가 책임 경영을 하되, 비상경영위원회는 과거 회장이 직접 챙겼던 핵심 사항을 의결하는 기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서울 장교동 그룹 본사에서 수시로 회의를 하고, 전원 합의 방식으로 의사 결정을 할 방침이다. 필요할 경우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도 회의에 참석한다.

 김 회장의 건강 악화로 ‘입원 경영’마저 어려워진 점도 한화그룹이 비상 체제를 공식화한 배경이다. 김 회장은 지난 1월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이다. 한때 25㎏이나 불어났던 몸무게는 다소 빠졌지만, 여전히 호흡 곤란 증상 등을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항소심 때도 산소호흡기를 부착한 채 출석했다. 지병인 당뇨도 호전되지 않고 있다. 최근 그를 면회한 한 기업 회장은 “말하는 것마저도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후계 구도를 당장 가시화하기 어려운 것도 비상경영위원회 체제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줬다. 장남인 김동관(30)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은 경험·나이 등에서 당장 그룹의 얼굴로 나서긴 어려운 형편이다. 비상경영위원회 멤버로도 참여하지 않는다. 한화 관계자는 “김 실장은 김 회장 재판과 건강을 적극적으로 챙기고 있지만 경영에 대해선 원로들의 의견을 경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의 2남은 개인 사업을 하고 있고, 3남은 아직 학생이다.

 위원회 출범으로 그동안 답보 상태에 있던 결정들이 곧 이어질 전망이다. 미뤄왔던 정기 인사는 이르면 이달 중 실시된다. 태양광 회사인 독일 큐셀 인수 후 지지부진했던 독일 정부와의 협의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다만 최태원 회장이 구속되기 전부터 집단지도체제를 만든 SK와 달리 한화는 이런 방식의 그룹 운영이 처음인 점이 부담이다. 김연배 위원장은 “혁신 기업으로서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민·고객·주주에게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