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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라면 상무' 정보 유출 … 법은 멀고 인터넷은 가깝다?

박진석
경제부문기자
며칠 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이른바 ‘라면 상무’ 사태는 결국 원인 제공자인 대기업 임원 A씨의 사직으로 일단락됐다. 예견된 결과다. 항공기 탑승 직후 좌석 배정 때부터 기내식과 라면의 조리 정도, 실내온도와 조명 등등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던 그의 행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승무원 폭행에 이르면 할 말이 없어진다. 사회적 지위를 의심케 하는 언행은 물론 삐뚤어진 특권의식까지 엿보게 된 것 같아 여러모로 뒷맛이 씁쓸하다.

 하지만 A씨가 ‘신상털기’의 대상이 돼 각종 개인정보가 낱낱이 공개됐다는 데에 이르면 문제는 달라진다. 지난 주말 이 사건이 언급된 그 순간부터 인터넷에는 A씨의 실명과 프로필, 가족관계, 사진까지 나돌았다. A씨는 불특정 다수로부터 온갖 욕설을 들어야 했고 가족이 입은 피해도 막대하다. ‘인격살인’이란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결정적 계기는 인터넷에 공개된 한 문건이다. 이 문건엔 기내에서 좌충우돌한 A씨의 행태가 시간대별로 기록돼 있다. 해당 문건은 전문용어가 가득 담긴 항공사 객실리포트 형태여서 내부자에 의한 유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항공업계는 특정개인의 탑승 여부조차 함구할 정도로 보안을 중요시한다. 대표적인 서비스산업으로서 당연한 조치다. 아무리 큰 불상사가 발생하더라도 ‘고객 정보 보호’는 제일 중요한 가치가 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항공사 고객들은 “내 언행이 감시당하고 프라이버시가 노출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기업윤리 측면뿐 아니라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법에 따르면 개인정보 취급자는 직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훼손·침해 또는 누설해서는 안 되며 이 조항을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물론 문건에 A씨의 신원은 명시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신상이 ‘네티즌 수사대’에 의해 즉각 파헤쳐졌다는 점이나 과거 유사사례 등을 감안하면 유출자에겐 A씨 신상공개가 불러올 결과도 고려한 ‘미필적 고의’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유출자의 행동이 더욱 아쉬운 이유는 피해자와 항공사까지 불필요한 비판을 받게 됐다는 점이다.

 당초 예정대로 수사 및 재판 절차를 통해 A씨가 처리됐더라도 그는 합당한 처벌과 징계를 받았을 것이다. 피해자와 항공사는 적절한 보상과 함께 대표적 ‘감정노동자’인 항공승무원의 고충에 대한 여론의 지지와 위로까지 얻게 됐을 것이다. 물론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이슈화의 강도는 지금보다 약해지겠지만 이것이 사안을 처리하는 정도(正道)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법은 멀고 인터넷은 가깝다’는 잘못된 생각이 퍼질까 걱정스럽다.

박진석 경제부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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