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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우리금융 차기 회장 아리송 … ‘보이지 않는 손’ 있나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출이 처음부터 꼬였다. 사의를 표명한 이팔성 회장의 후임자를 고르기 위한 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이 갑자기 연기됐다. 차기 회장 결정권을 쥐고 있는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은 23일 이사회를 소집해 회추위 구성안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회의 직전 돌연 다음 이사회로 안건이 미뤄졌다. 이에 따라 ▶후보 공모 ▶회추위에서의 후보 압축 ▶이사회에서의 회장 내정 등 차기 회장 선임 일정이 한두 주씩 밀리게 됐다. 6월 11일 주주총회를 열어 신임 회장을 선임하려 했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우리금융은 이에 대해 “회추위에 참여할 외부 전문가 3명을 아직 선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외이사들에게 외부 전문가 선임권이 있는데, 아직 의견이 모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사외이사들의 설명은 정반대다. 한 사외이사는 “금시초문”이라며 “우리금융 경영진이나 이사회 사무국 중 어느 곳에서도 나에게 외부 전문가에 대한 의견을 물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외이사는 “평소 우리금융에서 관리하는 250여 명의 외부 전문가 명단이 있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 그 명단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후보 명단조차 모르는 사외이사들이 회추위 구성을 논의하고 결정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반응이다. 우리금융 대주주(지분율 57%)인 예금보험공사도 “우리가 결정한 게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친다. 결국 차기 회장을 뽑는 회추위 출범에 경영진과 이사회, 대주주 중 누구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선은 자연스레 정부로 쏠린다. 상당수 금융권 인사는 이번 결정을 내린 ‘보이지 않는 손’으로 정부를 지목한다. 정부가 예보를 통해 우리금융 회장 선출에 강력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의 한 계열사 임원은 “정부가 차기 회장에 대한 철학을 확실하게 공유할 수 있는 외부 전문가를 찾기 위해 회추위 구성을 일단 연기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지주사 관계자도 “회장 선임 같은 중대사를 예보나 우리금융이 알아서 처리할 수 있다고 믿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금융 회추위 구성도 이런 시각을 뒷받침한다. 회추위는 사외이사 3명과 외부 전문가 3명,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측 대표 1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외부 전문가와 예보 측 대표 등 최소 4명이 뜻을 모아 특정 후보를 밀면 3명의 사외이사들은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간 우리금융은 이팔성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겸직하며 사외이사 임명에도 상당한 권한을 행사했다. 이 때문에 사외이사 다수는 이 회장과 친분이 두텁다. 또 다른 우리금융 인사는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존 사외이사들에 차기 회장 선출을 맡기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그동안 우리금융 회장직에 대해 여러 차례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한다. 신 위원장은 지난 5일과 19일 각각 “(이팔성 회장의 거취는) 본인이 알아서 하실 것” “우리금융 회장에 민영화에 대한 철학이 있는 분이 오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예보나 우리금융에) 지침을 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우리금융의 한 임원은 “정부 뜻에 맞는 인사보다 누구나 인정하는 능력을 갖춘 인사가 뽑혀야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고 민영화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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