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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는 담배 탓 구강암 1위 스리랑카서 암 정복 돕는다

김진(오른쪽)·차인호 교수(왼쪽)가 23일 스리랑카 페라데니야 치대 병원에서 구강암 수술을 한 71세 환자를 살펴보고 있다.

23일 스리랑카 캔디시의 페라데니야 치과대학병원 입원실. 침대에 누워있는 71세 남자 환자에게 연세대 치대 구강종양연구소 소장인 김진(60) 교수와 차인호(54) 교수가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이 남성은 수술로 얼굴의 턱을 거의 잘라낸 상태였다. 얼굴 곳곳은 실밥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피부이식의 흔적이었다. 말을 할 수도, 입을 제대로 벌릴 수도 없는 그는 낯선 한국 의료진에게 떨리는 두 손을 기도하듯 어렵사리 모아보였다. 상대에게 신의 축복을 비는 스리랑카 전통 인사다.

 이에 앞서 이날 페라데니야 치과대학에선 구강암센터 개소식이 열렸다. 페라데니야는 스리랑카에서 치대를 둔 유일한 대학이다. 이번 구강암센터 설립은 연세대 구강종양연구소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김 교수와 차 교수가 초대받아 병원을 찾은 배경이다. 연세대 구강종양연구소는 미래창조과학부, 한국연구재단과 함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으로 초저온 냉동고(deep freezer)를 구강암센터에 지원했다. 초저온 냉동고는 수술 조직을 냉동 보관해 암에 대한 기초 연구를 할 수 있는 핵심 장비다. 스리랑카의 첫 구강암센터 설립에 한국이 의미있는 지원을 한 것이다. 페라데니야대학의 압둘라 세나트라네 총장은 “연세대 구강종양연구소와 앞으로도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왜 하필 스리랑카를 지원하게 됐을까. 김 교수는 “이곳에선 제대로 치료받으면 살 수 있는 수많은 환자가 목숨을 잃고 있다”며 “인도적인 차원에서 꼭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리랑카는 세계에서 구강암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나라다. 매년 2000명이 넘는 이들이 구강암으로 사망한다. 씹는 담배가 원인이라고 한다. 2000만 인구 중 최소한 600만 명 이상이 베텔이라는 식물의 잎에 담뱃잎과 팜(야자)의 일종인 아레카넛을 싸서 하루종일 껌처럼 씹는다. 김 교수는 “환자가 많아 암에 대한 연구를 더 깊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구강암센터가 문을 열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병원에서 수술을 담당하는 아지튼 만줄라 알리가야 교수는 “나를 포함해서 수술할 수 있는 외과의사는 2명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세대 초청으로 국내서 박사학위를 마치고 최근 모교로 돌아간 라시카 일레페루마 교수는 “한국에서 한 연구를 계속하고 싶지만, 장비 등 여건이 받쳐주질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병원을 둘러본 차 교수는 “유일한 대학병원인데 필수장비인 CT(컴퓨터단층촬영기)도 없다. 전이 여부를 제대로 확인없이 수술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교수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캔디(스리랑카)=글·사진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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