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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의 인생은 즐거워] 식당에 갔지

그 식당은 예약도 되지 않고 메뉴를 선택할 수도 없었다. 식당 안은 넓었다. 공간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인지 6인석 원형 테이블이 촘촘하게 놓여 있었다. 창가 쪽으로 앉고 싶었지만 안내하는 사람이 제지했다. 그는 이미 네 사람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우리를 안내했다. 합석을 하라는 것이다. 빈 테이블도 많았는데 말이다. 항의하려는 나를 동행이 눈빛으로 말린다. 그 눈빛에는 “원래 여기서는 다 그래”라는 씁쓸한 웃음이 묻어있다.

밥과 국이 따로 나올 뿐 우리를 위한 별도의 반찬은 나오지 않았다. 먼저 온 사람들이 먹던 반찬을 함께 먹어야 했다. 모르는 사람들과 한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일은 나처럼 수줍음 많고 낯가림 심한 사람에겐 고역이다. 멀어서 손이 닿기 어려운 곳에 있는 음식은 아예 포기했다. 음식도 맛이 없었다. 어쩌면 맛있는 음식이었을 수 있다. 다만 그런 자리의 어색함과 불편함이 내 입맛을 고약하고 까칠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불친절했다. 아니다. 친절했다. 말과 행동은 친절하지만 표정이나 태도에는 피곤과 짜증이 묻어났다. 가령 반찬을 추가 주문하면 쳐다보지도 않고 “예, 예, 예”라고 말한다든지 음식을 낼 때도 무표정한 얼굴로 그릇을 던지듯이 식탁에 내려놓는다. 그 식당만의 문제도, 거기서 일하는 사람의 서비스 마인드 문제도 아닐 것이다. 짧은 시간에 수백 명의 손님을 접대해야 하는 그런 식당의 노동 강도 때문인 것 같았다. 금세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식당 안은 손님으로 꽉 채워졌으니까.

세상에 그런 식당이 어디 있느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있다. 게다가 우리는 거의 한 달에 한 번 이상 그런 식당에 간다. 요즘 같은 시즌에는 하루에 두 번씩 가기도 한다.

토요일 오후 5시 참석해야 할 결혼식이 두 군데나 있었다. 지인의 결혼식에는 부조만 보내고 직장 동료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예식장은 사무실이 있는 강남과 가까웠다. 4시쯤 사무실을 나서 예식장에 도착했다. 준비해간 부조금 봉투를 접수대에 내고 방명록에 서명했다. 나는 신랑과 악수를 나눈다. 신부대기실에도 들러 축하인사를 했다. 얼마 전 다른 행사 자리에서 잠깐 얼굴을 본 적이 있는데 신부 화장을 해서인지 낯설다. 그래도 눈도장은 찍은 셈이다.

결혼식이 시작되자마자 서둘러 피로연장으로 간다. 식을 끝까지 보는 것이 하객의 도리겠지만 허기가 지고 당이 떨어져 머리는 어지럽고 손까지 떨리는 데야 달리 도리가 없었다. 식당으로 내려가면서 일말의 양심을 설득했다. 결혼하는 당사자에겐 일생에 한 번인 중요한 이벤트고 특별한 무대겠지만 하객의 입장에서는 똑같은 형식의 이벤트를 매달 혹은 매주 반복해서 보는 재방송 프로그램이 아니겠느냐고.

식장에서 나와 집에 도착하니 저녁 6시다. 토요일엔 대개 4시쯤 귀가하는데 두 시간 정도 늦은 것이다. 현관에서 신발도 벗기 전에 아내가 묻는다. “왜 이렇게 늦었어?” “오늘 결혼식 있다고 아침에 말했잖아.” 아내 눈이 똥그래진다. “갔어요? 그런데 어떻게 이 시간에 와? 식은 안 봤어요?” “식은 무슨 식, 밥만 먹고 왔어.” 아내가 혀를 찬다. “식장에 갔으면 그래도 식은 다 보고 와야죠. 식도 안 보고 밥만 먹고 올 거면 식장엔 왜 가요. 식당에 가지.” “식당에 갔지.”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기획부장이다. 눈물과 웃음이 꼬물꼬물 묻어나는 글을 쓰고 싶어한다.『 아내를 탐하다』『 슈슈』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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