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줄타기·번지점프 보며 ‘courage’ 단어 암기”

김정균 대표가 온라인 어학 시스템 ‘리도보카’를 보여주고 있다. 번지 점프를 하는 장면을 통해 영어 단어 courage(용기)의 뜻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조용철 기자
2007년 3월 김정균(46) ㈜지식 대표는 부인이 당시 다섯 살이던 둘째 아들(11)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김 대표의 부인은 영어학원에서 나눠준 A4 용지 한 장 분량의 단어 30여 개를 아들에게 외우게 하던 중이었다. composer(작곡가)처럼 음악에 관한 단어들이었다고 한다. 영어 단어와 그 옆에 우리말 뜻풀이가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 대표가 보기에 아들에겐 영어뿐만 아니라 우리말 뜻도 어려워 보였다. 정확한 개념도 파악하지 못한 아이에게 무턱대고 단어를 외우게 했던 것이다. 김 대표는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string instrument(현악기)를 예로 들었다. 그는 “한국 학생들은 현(弦)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현악기’라고만 외운다”고 말했다. 기존 방식으로 영어 단어를 공부하면 머릿속으로 먼저 단순 번역된 우리말 단어를 생각한 뒤 다시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얘기다. 그렇게 하면 아무리 영어 단어를 많이 암기해도 정작 영어로 말하거나 쓸 때는 뜸을 들이게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영어 교육을 시키겠다고 큰돈을 들여 사교육을 시키거나 무턱대고 조기유학을 보낸다. 이런 현실이 답답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어학교육 시스템 개발한 김정균 ㈜지식 대표

6년 연구 끝에 ‘리도보카’ 시스템 만들어
그때부터 영어 단어를 제대로 공부시키는 방법에 대한 김 대표의 고민이 시작됐다. 언어학·두뇌·학습방법론에 대한 책이라면 원서도 가리지 않고 읽었다. 6년간 연구개발 끝에 리도보카(leedovoca.com)라는 새로운 어학교육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인터넷을 통해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영어 단어를 쉽게, 체계적으로 배우도록 도와준다. 그가 고민이 한창이던 무렵이었다. 영어 원어민에게 ‘embarrassment(당황)’의 뜻을 설명해달라고 부탁했다.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어색함·쑥스러움·곤란한 상황·골칫거리’ 등 여러 의미를 갖고 있다. 원어민은 김 대표에게 이렇게 설명했다고 한다. “길을 걸어가는데 저 멀리서 친구가 보이는 거야. 그래서 반가워 ‘야’ 하고 소리쳤더니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어. 그때 느끼는 감정이 embarrassment야.” 얘길 듣고 난 김 대표는 무릎을 쳤다.

 리도보카는 영어 단어에 해당하는 우리말 단어를 단순하게 연결시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진·동영상·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공감각적으로 이해·학습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예컨대 ‘courage(용기)’란 단어는 줄타기와 번지 점프를 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먼저 보여주고 뜻은 나중에 알려주는 방식이다. 라틴어 어원을 가진 단어의 경우 한자와 접목했다. extract(추출하다)를 ‘ex는 바깥 외(外), tract는 끌 인(引)’식으로 설명한다. 그는 “영어-라틴어의 관계는 우리말-한자와 비슷해 그런 감에서 배우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특허도 받아놨다. 이렇게 해서 초등학교에서부터 수능·텝스 과정에서 필수단어 6500여 개를 뽑아내 학습자료를 만들었다. 이 필수단어는 다시 수만 개의 파생어와 연결될 수 있다. 직관적 영어 단어 학습을 위한 기초를 마련한 셈이다.

 김 대표는 “리도보카를 개발하면서 공학과 인문학을 접목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공학도다. 그가 전공한 제어계측공학은 미사일·위성·로봇·화학공정 등 수학적인 모델링이 가능한 대상을 설계한다. 그는 “사람은 기계와 다르지만 수학적인 제어이론을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늘 고민했다”고 말했다. 영어 단어 학습법으로 시작했지만 그의 시도는 조금 더 큰 비전을 안고 있다. 그가 받은 특허는 ‘외국어 단어 평생 학습 장치 및 방법’이다. 시스템이 학습자의 특성과 학습 단계를 파악해 학습 방법을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그는 “리도보카는 단순한 영어 단어 학습 시스템이 아니다. 다른 외국어 학습에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수학·과학 등 어떤 콘텐트로도 확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리도보카’라는 이름에 비밀이 숨어 있다. ‘리도’는 세종 대왕의 본명(이도·李祹)에서 따왔다. 보카는 영어 vocabulary(어휘)의 줄임말이다. 나중에 외국인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치는 데도 이용할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인기 SW ‘제트오디오’ 개발한 벤처 출신
김 대표는 서울대 제어계측학과를 나와 삼성전자·삼성항공을 다녔다. 네이버(이해진 NHN 의장), 넥슨(김정주 NXC 대표), 엔씨소프트(김택진 NC 구단주) 등 대한민국 대표 IT기업의 창업자들과 서울대 공대에서 비슷한 시기(85, 86학번)에 수학했다. 그도 1997년 학과 동문들과 함께 벤처회사 코원(당시 거원 시스템)을 창업했다. 그가 이끄는 개발팀은 2000년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소프트웨어 ‘제트오디오’를 만들어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2009년 코원을 나와 대표적 영어 사교육 업체인 아발론교육에서 2년간 일하면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다듬었다.

 안정적이던 대기업을 뛰쳐나와 벤처기업에 합류했고, 벤처기업을 중견기업으로 키운 뒤 다시 벤처기업으로 돌아온 셈이다. 지난해 넥슨의 지주사인 NXC로부터 비지니스 모델과 사회적 기업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투자를 유치했다.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