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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Shot] 하나씩 손으로 만든 책갈피

김호덕(64·심혈관연구실) 성균관대 의대 교수는 취미가 다양하다. 소싯적부터 그린 그림은 느낌을 자재롭게 표현하는 수준에 올랐고, 고전음악 감상도 유성기 시절에 시작했다. 고이 간직하는 핫셀블라드 수동 카메라는 오랜 사진 활동의 동반자였다. 3년 전 그에게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책갈피 만들기가 그것이다. 처음엔 제자들에게 책읽기를 권하려고 만들었다. 학생들에게 책을 추천하면서 직접 만든 책갈피를 나눠주었다.

 한두 장씩 만들다 보니 재미가 붙었다. 평생 그려온 그림과 찍어둔 사진을 포토샵으로 손질해 책갈피를 만들기 시작했다. 색종이를 오려 붙이고 작은 붓으로 직접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작품급 책갈피가 김 교수의 손끝에서 속속 탄생했다. 3년간 만든 작품은 1300여 장에 달한다. 대부분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학생들과 오디오 동호회 회원들에게는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 그러나 반응이 신통찮은 경우가 더 많았다. “요즘 세상에 웬 책갈피?” 하는 얼굴이었다. 책을 읽지 않는 세태를 절감했다.

 김 교수의 책갈피를 모아놓고 보면 다양한 취향과 안목이 드러난다. 음악을 평생의 반려로 여기고 늘 마음을 기울여 듣는 그는 바이올린의 명품 스트라디바리, 과르니에리의 계보를 꿰뚫는다. 악기 사진과 직접 그린 그림을 책갈피 소재로 썼다. 분당 78회전으로 빙글빙글 빠르게 돌아가는 유성기 판을 긴장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강아지의 모습은 김 교수의 거실 풍경이다. 검게 반짝이는 LP판과 턴테이블의 카트리지, 오래된 진공관 앰프는 그가 아끼는 것들이다. 허리를 한껏 내밀고 트럼펫을 부는 모습은 재즈 트럼펫 연주자 마일스 데이비스의 상징적 이미지다.

 동양철학과 불교에 관심이 많은 김 교수는 경구 한마디, 불경 한 구절을 작은 캔버스에 쓰기를 좋아한다. 갑골문으로 그리듯 쓴 책갈피는 작품성이 뛰어나다. 유명 사진작가의 작품도 소재로 쓴다. 여자의 벗은 뒷모습을 현악기로 표현한 만 레이의 사진을 약간 늘여 길쭉한 책갈피에 담았다. 빨간 하트를 그린 작품은 그가 심장병을 다루는 의사라는 걸 새삼스레 보여준다.

 김 교수의 제자들은 모두 수재다. 그러나 의사란 똑똑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그는 말한다. “의사는 환자를 만나는 직업입니다. 인문적 소양이 있어야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올바르게 되죠. 특히 동양사상을 깊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마침 23일은 ‘책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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