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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흥망은 백신 못잖게 빅데이터가 관건”

보건복지부와 투자 협의차 이달 초 방한한 크리스 비바커 사노피 회장은 “빅데이터 활용 여부가 제약업체의 성패를 가른다”고 강조했다. 조용철 기자
요즘 글로벌 제약업체들이 ‘빅데이터’에 목을 맨다. 수천억원을 넘어 수 조원에 이르는 신약 개발을 해도 각국 정부의 임상 규제 강화 등으로 제품화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 때문에 제약업체들은 수천만 개의 임상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빅데이터가 앞으로 제약업체의 흥망을 좌우할 경쟁우위 요소가 된 셈이다.

서울 온 세계 3위 제약업체 프랑스 사노피의 크리스 비바커 회장

세계 3위 제약기업인 프랑스 사노피의 크리스 비바커(Christopher Viehbacherㆍ53) 회장이자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보건복지부와 국내 바이오ㆍ제약산업의 연구개발(R&D) 협력의향서를 체결하고 한국 지사의 성장 전략을 협의하기 위해서다. 사노피는 지난해 11월 프랑스 주식시장 시가총액 1위(약 132조원)에 올랐다. 유럽 전체로는 2위다. 지난해 매출액은 350억 유로(약 51조6600억원)를 기록했다. 사노피는 백신의 아버지로 유명한 루이 파스퇴르 박사가 세운 연구소에서 유래한 사노피 파스퇴르를 보유하고 있다. 캐나다ㆍ독일 국적을 갖은 비바커 회장은 캐나다 퀸스대학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공인회계사로 재무 및 기획 전문가다. 글로벌 제약사 GSK의 북미 사업을 총괄하다 2009년 사노피의 CEO로 발탁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노피는 최근 4년간 32건의 인수합병(M&A)을 했는데.
“2009년 부임할 당시 사노피는 위기였다. 의약품의 특허 만료로 상당한 매출 하락이 예측됐다. 사노피 이사회는 경험이 많고 사업 다각화를 추진할 수 있는 CEO가 필요했다. 신약 개발에 더 투자하는 것은 위험이 매우 컸다. 10년 넘게 20억 달러를 투자해 신약 개발에 성공한다 해도 판매 기간이 길어야 10년이다. 투자비를 뽑기도 힘들다는 얘기다. 거액을 투자한다고 신약 개발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전략적 M&A를 많이 한 것이다. 사노피는 전 세계에 12만 명의 직원이 있고 이 중 75% 이상이 프랑스 이외 국가에서 근무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주주의 70%는 해외에 있다.”

-신성장 동력은 어떤 것이 있나.
“백신과 헬스케어가 대표적이다. 백신은 파스퇴르 박사의 전통을 이어받은 브랜드가 확고한 우리의 유산이다. 여기에는 엄청난 투자비가 들어가는 자본집약 사업이다. 백신 생산에는 지식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백신에는 제네릭(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카피약)도 별로 없다. 거액 자본뿐 아니라 백신 제조기술을 보유한 기업도 많지 않다. 사노피의 성장동력이다. 헬스케어는 5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연구해온 분야다. 고령화에 따라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런 신성장 모델이 2008년 전체 사업의 45%에서 올해 70%, 2015년 80%까지 클 것으로 예상한다. 신성장 모델을 한 곳에 집중하기보다 다각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매출은 크지만 점점 수익이 떨어지는 제네릭이나 일반의약품은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조직ㆍ가격 구조를 간소화하고, 사업을 국가별 시장의 요구에 맞춰야 한다. 다른 곳에서는 팔지 않고, 오직 중국 같은 특정 국가를 위한 브랜드도 있다.”

-요즘 신약 개발비가 천문학적 수치로 1조원을 넘어서던데.
“예전에는 R&D 투자를 많이 하는 게 좋은 기업이었다. 이제는 규모가 아니라 효과적인 게 중요하다. 연구와 개발을 분리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통상 신약은 개발 과정에 비용이 많이 투입된다. 아무리 좋은 후보 물질이 있어도 제품화가 쉽지 않다. 연구는 그보다 적은 예산으로 혁신이 가능하다. R&D 예산 가운데 10%가 연구, 80∼90%가 임상시험과 개발에 쓰인다. 위험이 클 경우 파트너십으로 분산한다. 사노피는 단일 클론 항체 의약품 개발을 위해 기초 기술이 확실한 리제네론과 협약을 하고 매년 1억7000만 달러(약 1900억원)를 투자한다.”

-사노피만의 R&D 문화가 있다는데.
“부임 이후 R&D 문화를 바꿨다. 혼자 모든 것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인프라를 결집해 공동으로 연구하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다. 20년 전에는 외지에 연구소를 지어 과학자들이 고립돼 연구했다. 지금은 IT의 발달로 연구 인력들이 외부 과학자와 소통하기가 수월해졌다. 대학ㆍ병원ㆍ벤처캐피털ㆍ바이오테크 기업과 공동 연구를 진행한다.”

혈당 측정기와 아이폰 융합하는 시대
-IT가 제약업체의 변혁을 가져왔다는데.
“그렇다. 디지털 기술과 치료의 접목이다. 사노피는 혈당 측정기 전용 애플 앱을 만들었다. 앱을 다운받아 혈당 측정기를 아이폰에 꽂고 측정하면 데이터가 나온다. 환자는 이를 보고 인슐린 투여 용량을 계산할 수 있다. 소아 당뇨병 환자를 위해 탄수화물ㆍ칼로리 등을 계산하는 앱도 개발했다. 환자가 병원에서 인슐린을 처방받고 앱을 적절히 사용하면 최대 6개월 동안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된다. 과거에는 혈당 상태를 환자가 알 방법이 없었는데 앱 덕분에 환자 스스로 혈당을 확인할 수 있어서다. 미국 연구소에서는 심장병을 예방할 수 있는 앱도 개발한다. 심장에 들어가는 산소 같은 데이터를 분석해 병원에 알려주는 것이다. 이런 앱을 통해 환자의 입원율을 40%까지 낮춘 사례가 있다.”

-최근 빅데이터 활용이 화두인데.
“빅데이터를 이용한 수학적 처리법이 제약업체의 새로운 경쟁력이 됐다. 전통적으로 의료계는 디지털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보수적이고 속도도 느렸다. 환자에게 미칠 영향 때문에 신기술이 나오면 완벽하게 테스트한 이후에 안전성을 확인하고 사용했던 방식이다. 이제는 디지털 혁명 시대다. 보건의료에 대한 각종 보험 데이터가 많이 누적됐다. 단순한 유전정보 데이터 자체는 의미가 없다. 유전정보 데이터를 신체적 징후와 증상으로 연결시켜야만 의미 있는 정보가 된다. 예를 들어 암환자들의 질병 데이터를 보고 이들에게 동일하게 나타나는 유전적 이상을 분석하는 것이다. 여기서 방대한 데이터가 생성되고 이를 분석하는 빅데이터는 유전적 비밀을 푸는 핵심이다. 미래 제약업체의 미래다.”

-한국의 제약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의 약가가 너무 낮다. 이는 제약 기업에 있어 투자 위험에 대한 보상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용을 싸게 하는 것은 차별화가 아니다. 한국 정부가 바이오 산업에 많이 투자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안전성 이슈가 비교적 적은 바이오를 출발점으로 삼은 것도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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