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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unday] 윤진숙 장관에게 바라는 딱 한 가지

얼마 전 언론사 지망 후배들로부터 “여(女)기자로서 어려운 점은 없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생소했다. 우선은 주변에 여기자가 많아 특별히 어렵다는 생각을 못했다. 입사 동기 27명 중 14명이 여자인 데다 여기자 수가 비교적 적다는 언론사 정치부마다 막내 기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10명 중 7~8명꼴이다. 식사자리 첫머리에서 “지금 임신 중이라 술은 어렵습니다”라고 말하는 이도 봤고 “그때가 제일 조심해야 할 때”라며 배려하는 취재원도 봤다. 미혼과 기혼, 부서와 자리를 막론하고 롤 모델이라 할 만한 여기자 선배가 언론계에는 여럿 있다. 그래선지 나는 후배들에게 “여기자 비율이 많이 늘었고, 여성 직장인이라면 다들 비슷하게 힘들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취재원과의 술자리가 친목 도모와 성희롱 사이의 어느 지점에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여성 대통령 시대에 접어든 우리 사회가 ‘여성의 사회 진출’ 자체를 화두로 삼을 때는 지났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아직도 여성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기류가 느껴진다.

 지난 17일 박근혜정부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질 논란’을 초래한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조각을 마무리 지었다. 뒷맛이 개운치 않은 건 ‘여성 윤진숙’ 말고는 다른 장점이 거의 부각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12일 민주통합당 상임위 간사들과의 만찬에서 “여성이 이 분야에 잘 없는데 이를 배려해서 한 거니까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 여당 의원은 “여자고 인사청문회가 처음이라 당황해서 그렇지 전문성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능력이 있다고 보나”란 질문에는 “그건 아직 잘 모르겠다”라고 노코멘트했다.

 박 대통령이 여성 장관을 임명해 여성을 배려하고 싶었다면 실력과 리더십을 먼저 살폈어야 했을 것이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여성 장관은 맡은 부처와 상관없이 ‘여성 리더’의 역할까지 기대받는다. 김양희씨는 책 여성리더 그리고 여성리더십에서 “유리천장을 뚫고 리더의 위치에 올라간 소수 여성들에게 ‘토큰적 지위(정책적 배려로 자리에 임명되는 소수)’는 영광인 동시에 주홍글씨가 된다”고 썼다. 여성 리더들의 잘못된 행동이 여성 전체의 단점으로 인식되기 쉽다는 뜻이다. 여성 장관 임용이 단순히 레토릭(수사학)으로 끝나선 안 되는 이유다.

 이제 윤 장관은 박근혜정부의 두 여성 장관 중 한 명이 됐다. 세간의 이목이 쏠린 19일 첫 업무보고에서 전문성을 살린 보고를 무사히 마쳤다. 박 대통령은 “오늘 해수부 업무보고는 한마디로 참 흥미진진하다”며 수차례 힘을 실어줬다. 힘겹게 첫발을 내디딘 그에게 딱 한 가지만 주문하고 싶다. 여성 배려 몫이 아니라 여성 리더 몫이 될 수 있도록 실력을 발휘해 달라는 것이다. 장관이 대통령을 보좌해야지 대통령이 언제까지나 장관을 보좌할 수는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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