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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색·은색의 현란한 디자인 … 한국 구두업계의 지미추

최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슈콤마보니’ 10주년 기념 파티에서 브랜드 창립자인 이보현 이사가 자신의 대표작들 앞에 섰다.
‘밥 없이는 살아도 구두 없이는 못 사는 여자’를 만났다. 구두 디자이너 이보현(49·영어명 보니)씨다. 2003년 자신의 이름을 딴 구두 전문 브랜드 ‘슈콤마보니’를 만들고 스무 켤레 구두 디자인으로 시작했다. 창업 10년 만에 이 브랜드는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홍콩, 두바이 등 전 세계 19개국에 진출할 정도로 성장했다. 여성 제화 전문 우리나라 브랜드로는 드문 일이다. 지난해 12월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영입된 그는 현재 브랜드의 수석 디자이너(이사)를 맡고 있다. 최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슈콤마보니’ 10주년 생일파티를 연 그를 만나 ‘여자와 구두’ 이야기를 들었다.



“구두가 좋아 구두 디자이너가 됐다”는 이보현 이사는 본래 의상 디자이너로 패션계에 입문했다. 연세대 의류직물학과를 졸업한 뒤 ‘크레송’ 등 의상 브랜드에서 경력을 쌓았다. 구두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그가 어떻게 구두 디자이너가 됐을까. “의상 디자인을 할 때도 구두 디자인에 관심은 많았죠. 하지만 본업이라기보단 부수적인 일이었어요. 그런데 가슴속에선 늘 구두를 향한 열망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릴 적 아버지가 사준 구두를 보고 설렜던 게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로 구두를 좋아하거든요.”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구두 1000켤레를 가진 여자’였다. 몇몇 언론에선 그를 ‘슈홀릭’, 즉 구두에 열광하는 사람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는 “요즘은 집에 그렇게 많은 구두를 모시고 살지 않는다”고 했다. “10만원짜리 구두를 사서 100만원짜리처럼 근사하게 신고, 한 켤레라도 제대로 고른 구두를 갖고 있으면 진짜 멋쟁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구두에 대한 무조건적 집착은 버렸다”고 했다.



“패션 디자이너를 그만두고 무작정 시작한 ‘멀티 브랜드숍’에서 구두 디자이너의 꿈이 시작됐어요. 제 안목으로, 발품 팔아 고른 여러 가지 브랜드를 모아 파는 가게를 냈어요. 그런데 멍하니 매장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는 게 적성에 맞지 않더라고요. 그 즈음 스페인에서 구두를 수입해 팔던 업체에서 ‘우리 브랜드로 당신이 직접 제작해 팔아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패션 디자이너로 일할 때 구두 공장 사장님들한테 ‘구두 디자인 좀 한다’는 얘기를 듣긴 했거든요. 그래서 마음먹고 달려들었죠.”



슈콤마보니의 히트작. 기하학적인 가죽 조각을 이어 붙인 듯 꾸민 앞코뚫린 `부티`(신발의 발목 부분이 복사뼈 바로 아래쯤에 오는 구두).
하지만 그의 구두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구두 디자인과 생산을 직접 하려는 시점에 외환위기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1997년 말이었다. “부업으로 하던 포장마차에서 번 돈을 모두 쏟아부어 겨우 회사만 유지하고 버텼어요. 차를 몰고 하루 100㎞씩 자재 시장, 생산 공장을 오갔어요.” 구두 수입과 병행해 라이선스로 만드는 구두 판매를 하던 그는 2003년 서울 청담동에서 자신의 영어 이름 ‘보니’와 구두를 뜻하는 슈(shoe)를 합쳐 이름을 짓고 구두 전문 상점을 냈다. “2월 28일이었어요. 어제 일처럼 생생하죠. 스무 가지 디자인, 디자인마다 여섯 가지 색상으로 총 120켤레였죠. 이틀 만에 구두가 동났어요. 손님들이 ‘내가 갖고 싶었던 구두’라며 너도나도 사갔죠. 몇 평 안 되는 매장에 팔 구두는 없는데 손님만 그득해서 가게 별명이 ‘청담동 만원버스’였어요.”



그는 금속 장식을 촘촘히 박거나 현란한 무늬로 된 부츠, 여성적인 곡선이 살아 있는 하이힐 등으로 인기를 얻었다. “검정 구두는 없다”는 게 그의 디자인 신조였다. “금색·은색의 화려한 구두만 만들었어요. 비슷한 디자인이 있다고 해도 기존 구두 브랜드에선 단조롭게 검정·갈색 등으로만 만드는 게 관행이었죠. 안정적인 판매가 입증된 색상이었으니까.” 남들과 다른 디자인으로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들 눈에 띈 슈콤마보니는 청담동을 오가는 소위 ‘패션 피플’의 입소문을 타고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평균적으로 만든 상품의 90% 이상이 정상 가격으로 팔려 나갔다”는 게 이보현 이사의 기억이다.



10주년 기념 컬렉션으로 만든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장식 부티. 한 켤레 만드는 데 석 달이 걸린다고 한다.
“당장 근처 백화점에서 입점 제의를 받았는데 처음엔 거절했어요. ‘내가 신고 싶은 신발을 만들자’고 시작했고 고객 반응도 뜨거웠으니 자신도 있었고, 크게 욕심 부릴 마음도 없었거든요. 많이 만들고 매상 신경 쓰기 시작하면 ‘내가 신고 싶은 구두’를 못할 것도 같았거든요.” 하지만 일은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1년쯤 지났을 때 몇몇 손님한테 반품·환불 요청을 받았어요. ‘동대문 시장서 물건 떼다 팔면서 가격만 비싸다’는 이유였죠. 제 구두 디자인이 인기를 얻으니 금방 모조품이 등장한 탓이었어요. 그제야 ‘백화점에 들어가야 고객들이 내 브랜드를 제대로 알아주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이듬해 8월 슈콤마보니는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에 매장을 열었다. 지금은 매장이 13개까지 늘었다. 코오롱이란 대기업과 손잡은 그는 요즘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지미추’란 세계적인 구두 브랜드가 있어요. 구두 디자인계의 거장 지미추가 만들었죠. 지금 지미추는 없지만 여전히 세계 여성화 업계에선 존재감이 뚜렷합니다. 슈콤마보니 별명이 ‘한국의 지미추’거든요. 브랜드를 좋아하는 고객들이 불러준 애칭에 머무르지 않고 진짜 ‘한국의 지미추’가 되고 싶어요.”



글=강승민 기자 사진=슈콤마보니



◆구두 디자이너 이보현의 구두 수명 연장 비법



① 구두를 신을 땐 반드시 구두 주걱을 사용한다. 그래야 뒤축의 윗부분이 쉽게 망가지지 않는다. 뒤꿈치가 헐겁지 않아야 구두 뒤축이 덜 닳는다는 것도 알아둬야 한다. 끈을 묶어야 하는 구두는 적절하게 끈을 졸라매야 신발이 헐겁지 않고 형태가 잘 유지된다.



② 신문지나 부드러운 종이로 구두 속을 채운 다음 상자에 담아 보관한다. 습기가 적고 온도 변화가 심하지 않으며 통풍이 잘되는 곳에 보관해야 구두가 제 상태를 오래 유지한다.



③ 구두 뒷굽에 달려 있는 천피는 완전히 마모되기 전, 그러니까 4분의 3 정도가 마모됐을 때 갈아줘야 한다. 천피 안에 들어있는 작은 쇳덩어리가 보이는 순간, 그때부터 구두가 망가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④ 천연 가죽 구두가 물에 젖으면 가죽의 기름기가 빠져 가죽이 딱딱해진다. 또 마르면서 모양이 변형되고 하얀 염분이 표면에 생기기도 한다.



물에 젖은 구두는 먼저 마른 헝겊으로 물기를 닦고 말려야 한다. 이때 주의할 것은 반드시 직사광선이나 불을 피해 습기가 없고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 말려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비가 오는 걸 알면서도 천연 가죽 구두를 신어야만 한다면 신기 전에 크림으로 된 구두약을 골고루 표면에 바른다.



방수막이 생겨 천연가죽을 조금 더 보호해 준다. 오염을 막는 구두 방오제를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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