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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힘 … “1cm·1초 단위로 테러 재구성 가능”

보스턴마라톤 테러 발생 사흘째인 17일(현지시간) 시민들의 제보를 토대로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을 찍은 동영상을 확보하는 등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사진은 사건 당일 폭탄이 터지자 사람들이 놀라 머리를 숙이거나 허둥지둥 대피하는 모습. 인터넷 등에서는 한때 혼자 반대쪽으로 뛰고 있는 젊은 남성이 용의자로 지목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보스턴 AP=뉴시스]


보스턴 폭탄테러 수사가 활기를 띠고 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제보로 수사당국이 밝혔던 ‘테러 현장에서 검정가방을 들었던 인물’에 대한 단서가 잡혔기 때문이다.

보스턴 테러 용의자 수사망 좁혀
시민이 제보한 사진·동영상 토대
사건 당일 5시간 상황 정밀 추적
오바마 독극물 보낸 용의자는 체포



미 CNN 방송은 18일 사법기관 관계자를 인용해 “수사팀이 결승선 근처에 있던 잠재적 용의자 두 명의 사진을 확보해 연방기관 등에 신원 확인 협조를 요청했다”며 “이 가운데 한 명이 검은 배낭을 메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전날 CNN은 “연방수사국(FBI)이 두 번째 폭탄이 터진 장소 맞은편 로드앤테일러 백화점 옥상에 설치된 감시카메라 영상에서 한 남성이 우체통 옆에 수상한 가방을 내려놓는 장면을 확보했다”며 “이 남성은 검은색 재킷에 밝은 색 후드셔츠를 입고 흰색 야구모자를 뒤로 돌려쓴 차림새였다”고 전했다.



FBI는 얼굴 인식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진·동영상에 등장한 인물들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 당국은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있는 이들의 인상착의나 사진은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용의자 신원도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섣불리 사진을 공개하면 수사에 혼선만 낳을 수 있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제보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국은 이날 오후 5시 예정했던 정례 브리핑도 아무런 설명 없이 취소했다.



 수사당국은 제보를 바탕으로 보안팀이 마라톤 시작 전 대회장 수색을 끝낸 이후부터 폭발이 일어나기까지 5시간 동안의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 제보받은 영상은 테라(1조)바이트 규모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영상이 대부분이다. 영상과 사진을 합하면 사건 현장을 1cm, 1초의 공백도 없이, 여러 앵글에서 재구성할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설명했다. 특히 참가자 등 번호와 결승선 통과 시간이 있기 때문에 상황을 정확하게 구성할 수 있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시간 요소가 갖춰져 있기 때문에 4D 구성까지 된다”고 말했다.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용의자 사진과 동영상이 마구 유포되면서 오보 소동도 빚었다. 17일 오전 한때 AP통신과 CNN 등은 “당국이 용의자 신원을 확인해 체포했으며 곧 연방법원에 출두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FBI와 경찰은 “체포된 용의자는 없다”며 언론사의 추측보도 자제를 촉구했다. FBI는 이날 수십 명의 요원을 동원해 현장 주변 건물 옥상과 보일스턴가 도로를 샅샅이 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압력솥 폭탄 뚜껑 하나를 인근 건물 옥상에서 수거했다. 이 압력솥은 스페인 파고사 제품으로 지난해 미국에서 5만 개 정도 팔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보스턴 시내에서 이 압력솥을 파는 9개 양판점을 탐문 수사 중이다.



 이날 오후 한때 보스턴 모클리 연방법원에선 폭탄테러 적색경보가 내려져 직원과 방문객이 황급히 대피하기도 했다. 법원 관계자는 “연방법원을 폭파하겠다는 협박전화가 걸려와 대피령을 내렸다”며 “폭발물 탐지견을 투입해 조사했으나 폭탄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선 17일 오후 북동부 실버레이크의 한 쇼핑몰 주차장에 압력솥이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은 즉시 폭발물 처리반을 출동시키고 인근 지역 교통을 통제했으나 빈 압력솥으로 확인됐다.



 한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연방 상원의원과 미시시피주 법원에 독극물 ‘리친’이 든 편지를 보낸 용의자도 이날 체포됐다. FBI는 독극물 편지 배달을 주도한 혐의로 폴 커티스(45)를 미시시피주 북동부 코린스 자택에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커티스는 엘비스 프레슬리 모창가수로 활동하곤 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편지엔 커티스의 자택에서 자동차로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테네시주 멤피스 우체국 소인이 찍혀 있으며 ‘불의를 보면 참지 말라. 나는 KC로, 이 메시지를 승인한다’는 글을 담았다. 이 편지는 전날 백악관에서 멀리 떨어진 외부 우편물 검사 시설에서 발견돼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달되지는 않았다.



 보스턴 테러 이후 미국민이 느끼는 감정은 공포나 걱정보다 분노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폭스뉴스는 전국 성인남녀 619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분노한다는 응답이 58%로 걱정된다는 답(27%)의 두 배 이상이었다고 17일 보도했다. 당국이 범인을 잡아 응징할 것이라는 응답도 79%나 됐다.



보스턴=정경민 특파원,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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