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전복적 인간' 이상 위한 놀이터 만들자

서울 통의동 154번지 ‘이상의 집’에 모인 권영민·김원·민현식·안상수(왼쪽부터)씨. 그들은 시대를 앞서간 천재이자 첨단감각의 집합체였던 이상을 기리기 위해선 ‘이상의 집’도 기존 기념관 틀을 과감하게 벗어버린 놀이터처럼 꾸미는 게 더 걸맞다고 입을 모았다. [김상선 기자]


한국문학의 현대성을 창조한 시인이자 소설가 이상(1910~37)의 자취가 남아있는 경성부 통동(현 서울 통의동) 154번지. 2002년 김수근 문화재단이 매입해 보존해오다 2009년 문화유산국민신탁(이사장 김종규)과 문화유산 시민단체 아름지기가 ‘이상의 집’을 꾸며 그의 정신을 기리는 여러 프로젝트를 벌여왔다.

통의동 ‘이상의 집’ 운영 방안
문화예술계 전문가 4인의 좌담



 요즘도 하루 600여 명이 찾을 만큼 서촌(西村) 탐방의 사랑방 구실을 해온 ‘이상의 집’이 8월 말까지 문을 닫는다. 낡은 한옥을 보수하고 미래 운영 방향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마침 이상의 기일(17일)을 맞아 이 집에 애정을 보여 온 전문가들이 모였다. 천재와 광인, 모순에 찬 짧은 삶을 불태운 이상을 불러내 나눈 이야기다.



 ▶권영민(단국대 석좌교수, 이하 권)=뭔가 돌이키고 기억하려면 시간은 보이지 않아 어렵고 역시 장소가 있어야 비빌 언덕이 있죠. 일제강점기 작가의 삶을 톺아볼 공간이 온전히 남아 있는 게 드문데 ‘이상의 집’은 참 고마운 곳입니다.



 ▶김원(광장건축환경연구소 대표, 이하 김)=돈이 부족해서 처음 사들일 때 고생 많이 했는데 그 과정에서 서울문화재단, 경기문화재단이 발족해 뿌듯해요.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지지가 장풍 효과를 냈죠.



 ▶민현식(건축연구소 기오헌 대표, 이하 민)=기억이 어떻게 남겨져야 하느냐를 놓고 건축가들 고민이 깊었죠. 지정 문화재가 아닌 집들을 어떻게 다루느냐 하는 방법을 끌어내고 자료가 쌓였으니 이상을 핑계 삼아 건축계 소득이 컸습니다.



 ▶안상수(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이하 안)=이상은 그 시대의 인디(indie)였죠. 1920~30년대 아웃사이더랄까. 여기 서촌은 요즘으로 치면 홍대 앞이었던 셈이고요. 이 시대의 인디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이상과 함께 노는 공간이면 좋겠죠. 도저했던 이상의 그 절망을 즐기며 기교를 낳아보자, 하면서요.



 ▶권=첫 현대소설로 치는 이광수의 1917년 장편 『무정』이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모방했다 치면 이상은 단 20년 만에 서구 문학을 따라잡은 거죠. 그러곤 그가 죽자 또 단절된 거죠. 후배들이 북으로 가거나 요절함으로써 문단 주류가 못된 겁니다.



 ▶김=건축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이상의 애인 금홍이가 산 집을 도면으로 그려보라 하면 참 재미있는 결과가 나옵니다. 그는 도회적인 인간이자 공간에 대한 생각이 많았던 건축가거든요. 일과 휴식, 남녀 역할, 시간 모든 면에서 완전히 도치(倒置)시켜 놓았어요. 기존 질서를 뒤바꾸어놓은 전복적 인간이죠. 그러니 꼭 기념관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요.



 ▶민=이상은 해체주의 건축가였고 영화광이었어요. 이상을 문학에만 가두지 말고 종합예술가로서 입체적으로 분석해 각자가 아는 이상을 얘기하도록 만드는 놀이터가 되면 좋겠죠.



 ▶안=이상의 책 디자인과 삽화가 기가 막혀요. 8월 29일 재개관 프로젝트로 독일 바우하우스 연구원인 토어스텐 블루메를 불러 ‘글자의 춤’을 여는 뜻입니다.



 ▶권=이상의 영혼이 여기 어디 와서 우리 하는 얘기를 들으며 ‘가가’ 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어젯밤이 제삿날이었으니. 100년 전 한 식민지 지식인이 머물렀던 곳을 개방된 놀이 장소로 만들어 한 시대의 다양한 발언이 자유자재 충돌할 수 있는 소재를 제공했으니 이상도 흡족해할 겁니다.



정리=정재숙 문화전문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