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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김광석 노래 엮은 뮤지컬 '그날들'

뮤지컬 ‘그날들’에서 청와대 경호실 요원으로 나온 유준상(왼쪽)과 지창욱. [사진 이다엔터테인먼트]
김광석(1964~96)의 노래로 엮은 뮤지컬 ‘그날들’은 근간에 나온 중대형 창작 뮤지컬 중 가장 돋보였다. 역대 주크박스 창작 뮤지컬 중 최고의 완성도였다. 유료 점유율 80%를 웃돌며 흥행도 순항 중이다.



보기 드문 완성도, 그런데 김광석은 어디에 …

 한마디로 역발상의 승리였다. ‘서른 즈음에’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이등병의 편지’ 등 김광석 히트곡 대부분은 삶을 관조하면서도 애틋한 연가풍이었다. 따라서 남녀의 사랑과 이별을 테마로 한 러브 스토리 뮤지컬이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미스터리물이었다. 대통령의 딸이 어느 날 갑작스레 사라져 청와대 경호실을 발칵 뒤집어 놓는 게 사건의 출발이었다. 여기에 20년 전 묘령의 여인과 경호실 요원이 동반 실종된 사건을 오버랩시켰다. 뮤지컬은 20년의 시·공간을 자유롭게 오가며 왜 그들이 사라질 수밖에 없었는지 답을 찾아간다.



 발군의 극작과 편곡이었다. 기존 주크박스 뮤지컬은 이미 나와 있는 노랫말로 스토리를 엮다 보니 개연성 없이 억지춘향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반면 ‘그날들’엔 ‘이 시점에 이 노래가 쓰이다니’라며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설정이 제법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대통령의 딸이 엉뚱한 행동으로 경호실 요원을 당황스럽게 한다. 그때 요원은 ‘기다려줘’를 부른다. 원곡은 본래 애절하다. 하지만 다소 템포감 있게 편곡된 노래에 가사가 “난 아직 그대를 이해하지 못하기에, 그대 마음에 이르는 그 길을 찾고 있어”라고 돼 있다. 상황에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역시 장유정(작·연출), 장소영(편곡·음악감독) 콤비다운 기지였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극장을 나올 땐 다소 허전함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뮤지컬에서 김광석이 충분히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작품에 쓰인 김광석 노래 25곡 중 원곡의 감성을 온전히 살린 건 ‘사랑했지만’ 등 두세 곡에 불과했다. 나머지 노래는 해체돼 쪼개지고 재해석되는 과정을 거쳤다. 그래서 극의 완성도는 높아졌지만, 김광석 노래 특유의 서정성은 증발해 버리고 말았다. ‘이럴 거면 왜 굳이 김광석 노래로 만들었을까. 아예 따로 작곡을 하지’란 생각이 들었다.



 뮤지컬 ‘그날들’은 한국 창작 뮤지컬의 진화를 입증하는 수작이면서 동시에 한계점을 보인, 80%의 성공이었다.



 ▶뮤지컬 ‘그날들’=6월 말까지 서울 대학로 뮤지컬 센터. 5만5000원∼9만9000원. 1577-3363.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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