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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매혹시킨 목소리, 40년 만에 듣는다

40년 만에 국내 무대에 서는 강병운 서울대 교수.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일주일에 3번 수영장에 가서 몸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레전드(전설)로 남는 게 저한테는 좋지 않았겠어요. (이번에 출연하지 않았으면) 손해를 보는 게 하나도 없었을 건데. 필립 역은 지금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보여드릴지 모르겠더라고요. 영원히 ‘노’라는 말은 하지 말라고 하잖아요. 하지만 지금 물어보신다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출연이 될 겁니다.”

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 주연 강병운 서울대교수
베를린 오페라 하우스 첫 동양인
영어 이름도 주인공 필립에서 따
예순다섯, 마지막 도전이라 생각



 16일 국립오페라단 연습실에서 만난 서울대 강병운(65) 교수는 확고했다. 그는 25~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베르디의 오페라 ‘돈 카를로’에서 주연인 필립 2세로 나온다. 국립오페라단과 예술의전당이 베르디 탄생 200주년을 맞아 공동 제작한 작품이다.



 성악가들 사이에서 강 교수는 전설이다. 베를린 오페라 하우스에 정식 단원으로 입단했고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동양인 최초로 입성했다. 바그너 오페라 중 가장 어렵다는 ‘니벨룽의 반지’를 소화했다. 해외에선 널리 알려진 오페라 가수지만 국내 오페라 무대는 40년 만이다.



 -소감이 각별할 것 같다.



 “호랑이 굴에 들어왔다. 호랑이 껍질을 메고 나갈 건지 아니면 못 나갈 건지 그건 공연이 끝나고 알 수 있을 것이다.”



 - 그 동안 많은 출연 제의를 거절해왔다. 마음이 달라진 배경이라면.



 “출연 문의가 들어와서 집 근처 남산을 산책하는데 굉장히 슬퍼졌다. 이걸 할까 말까, 한 번 하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지금은 환갑이 넘었는데, (성악가로서) 한계를 잘 알고 있는 데 등등. (내 목소리가) 구경 오는 청중들에게 용납이 되겠냐는 걱정이 가장 컸다. 결국은 데뷔 무대와 마찬가지다. 관객들도 자기 돈 내고 와서 감상하는 건데 아마 내 이름만 들었지 내 무대를 처음 보는 분도 많을 것이다. 그게 제일 걱정이 됐다.”



 강 교수는 사실 잊혀질 나이가 됐다. 그걸 가장 잘 알고 있는 이가 바로 강 교수다. “베이스는 45~50세 정도가 전성기거든요. 예순다섯이면 보통은 노래를 안 해요”라는 게 그의 말이다.



 - 그럼에도 도전하는 이유는.



 “내가 오페라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돈 카를로’는 16세기 스페인 궁정을 배경으로 한다. 정치와 비극적 사랑, 그리고 가족 관계를 담아낸 작품이다. 노래와 함께 다양한 감정 표현이 중요해 베르디가 남긴 최고의 심리드라마로 불리기도 한다.



 -필립 역할은 감정 표현이 생명이다.



 “지금까지 15번 정도 필립을 연기했다. 굉장히 흥미로운 캐릭터다. 가사 내용과 관계없이 저 사람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를 연기하고, 또 그 노래의 색깔을 전달하는 게 중요해요. 마흔다섯, 전성기 목소리는 아니겠지만 그때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이 떠올랐다. 필립을 아무리 많이 했더라도 예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동작 등이 지금은 좀 보인다. 필립의 고뇌나 사랑, 정치적인 배경, 그런 걸 서로 다른 목소리의 색깔로 표현해 보려고 한다.”



 강 교수의 영어 이름 ‘필립 강’은 돈 카를로의 필립에서 따온 것이다. 그는 “필립은 나 자신”이라고 했다.



 “필립을 맡게 되면 마음속 갈등이 많아져요. 이번에 연습하면서 놀랐어요. 젊어서는 입만 벌리면 소리가 나잖아요. 그래서 생각이 많지 않았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미리 생각과 마음을 컴팩트하게 입력해놓아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거든요. 그런 갈등, 그게 바로 베르디가 전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글=강기헌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베이스 강병운(필립 강)= 서울대, 베를린 국립음대 대학원 졸업. 동양인 최초로 베를린 오페라 하우스에 정식 단원으로 입단했다. 동양인 최초로 바그너 성지라 불리는 바이로이트에 입성, 88~92년 ‘니벨룽의 반지’를 공연했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26)이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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