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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고아 계약' 낳는 철새 보험설계사

조재홍
KDB생명 사장
보험회사들이 비상이다. 은행·증권 등 주요 금융업 가운데 유독 보험회사에 소비자 민원이 많다는 지적 때문이다. 지난 한 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민원 가운데 절반(51%)은 보험 관련 민원이었다. 민원 증가 속도가 느려지기는커녕 다른 업계보다 훨씬 가파른 속도로 민원이 늘고 있다. 보험인으로서 고개를 들지 못하는 심정이다.



 새 정부의 주요 정책이 소비자 보호인 점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보험사의 과다 민원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숙제임이 분명하다.



 보험상품은 무형성, 효용의 추상성, 수요의 비자발성 등을 특징으로 한다. 이런 점 때문에 보험상품은 고객의 자발적 가입을 기대하기 힘든 속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보험사는 고객과의 접점에서 보험상품을 홍보하고 판매하기 위해 보험설계사(FP)라는 조직을 활용한다. 보험회사가 우수한 FP 확보와 육성에 노력을 기울이고 가입자 모집을 위한 사업비의 50% 이상을 FP에 할당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FP는 가입의사가 분명하지 않은 고객을 찾아가 보험의 필요성과 미래가치를 설명한다. 마음이 움직인 고객은 FP를 통해 자신의 형편에 맞는 보험상품을 선택하는 프로세스를 밟는다. 설계사는 판매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



 문제는 보험 가입자와 FP 사이에 입장 차이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일부 FP는 복잡한 상품의 설명을 소홀히 하거나 높은 수수료를 받기 위해 고객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보험을 가입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는 결국 불완전판매를 초래하고 소비자 민원으로 발전하게 된다.



 실제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보험 민원 가운데 FP 부문이 차지한 비중은 38%로 가장 컸다. 방카슈랑스를 제외한 영업점이 10%, 텔레마케팅 채널이 9%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변액보험 판매 미스터리 쇼핑 결과에서도 FP의 평균 점수는 53.7점으로 은행 평균(84.7점)에 크게 못 미쳤다.



  물론 대부분의 FP는 원칙을 지키며 활동하고 있다. 고객과 상담을 할 때 가입자의 수준을 충분히 반영해 재무설계를 해 주고 상품의 장단점도 꼼꼼히 설명해 준다. 문제를 일으키는 FP는 고액의 판매수수료만 챙긴 뒤 판매한 보험에 대한 책임은 회피한 채 다른 보험사로 자리를 옮기는 이른바 ‘철새 설계사’들이다.



 일부는 회사를 옮기기 전 불완전판매를 일삼고 차후 문제가 되면 고객에게 “민원을 넣어 이미 낸 보험료를 돌려받으라”고 부추기기도 한다. 심지어는 철새 보험사 여럿이 ‘짬짜미’를 해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쓰고 허위 계약을 해 수수료를 챙긴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1차 피해는 이들이 자행한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실을 감당해야 할 보험사에 돌아가지만 소비자 피해도 무시 못한다. 이런 ‘불량’ 철새 설계사의 증가는 ‘고아 계약’으로 이어진다. 담당 설계사가 없어 관리가 안 되는 보험계약을 일컫는다.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민원이 대부분 여기서 비롯된다. 이뿐만 아니라 고객 관리는 고사하고 꼭 알아야 할 보험 정보마저 제대로 안내받지 못할 수 있다. 보험은 오래 유지할수록 좋은 법인데, 일부는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자신이 옮긴 회사의 보험을 들도록 부추기는 경향도 있다.



 보험을 ‘사람 장사’라고 한다. 설계사를 인간적으로 믿고 가입한 고객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이런 불량 철새 설계사에 대한 해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먼저 보험사부터 불량 설계사를 가려내지 못한 점을 반성해야 한다. 보험사는 전문지식을 갖춘 FP를 양성하고, 회사 차원에서 FP를 관리해 지속적인 고객 서비스가 가능토록 해야 한다.



 제도적 보완도 검토해 볼 때다. 보험사가 계약 유치를 독려하기 위해 확보하지도 않은 사업비를 FP에게 조기에 선지급하는 관행 등은 손질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FP 스스로도 자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단 수수료가 아닌, 고객의 미래를 설계한다는 긍지를 갖고 영업에 나선다면 고객과 FP 모두 행복해질 수 있다. 고객과의 접점에서 전략적 역할을 담당하는 FP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보험업계에서 FP 출신 임원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조재홍 KDB생명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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