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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르트 통만큼 적게 주유 … 연 620억 샌다

지난 11일 서울 논현동에 있는 SK네트웍스 직영 A주유소. 한국석유관리원 소속 검사원이 정량 검사에 나섰다. 특수 제작된 기준 탱크에 휘발유 20L를 붓고 정량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계측 결과 이곳 주유기는 마이너스(-)100mL로 나타났다. 소비자는 20L 값을 내고 기름 19.9L를 사간다는 의미다. 하지만 A주유소의 김모 부장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바뀌기 때문에 오차가 큰 것 같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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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는 석유관리원과 함께 A주유소를 포함해 10~11일 이틀간 서울 강남 일대 주유소 10곳을 돌며 휘발유 정량 검사를 했다. 최근 2~3년 새 정량 미달로 처벌받는 사례가 급증하고, 정량 주유 시비 관련 민원도 크게 늘고 있어 현장점검을 해보자는 취지였다. 실제로 정량 미달로 적발된 건수는 2010년 13건, 2011년 22건이던 것이 지난해 74건으로 껑충 뛰었다. 가짜 휘발유 판매가 대대적인 단속으로 어려워지자 일부 주유업자들이 정량을 속이는 방법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게 관계 당국의 분석이다.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20L까지는 정량이 나오다가 그 이상을 넘으면 유속을 줄여 정량을 속이는 지능형 기기가 등장하는 등 ‘양 빼기’ 범죄가 첨단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정량 검사를 한 강남 주유소 10곳 중 9곳이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정량 미달이었다. 정량보다 ‘더 많이’ 넣는 주유소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조사 대상이 된 주유소의 평균 공차는 -56mL였다. 역삼동에 있는 SK에너지 B주유소 한 곳만 정량(공차 0mL)으로 나왔다. 논현동 A주유소는 그럼에도 법적 사용공차(±150mL)를 만족시켜 현장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다. 사용공차는 공인 계량기를 사용했을 때 법적으로 허용하는 최대 오차를 가리킨다.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표준원은 ±0.75%, 즉 20L를 주유할 경우 최대 ±150mL의 오차를 허용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런 식의 ‘얌체 상술’에 씁쓸해한다. 한 달 평균 15만원가량 휘발유를 넣는다는 김석호(39·경기도 성남시 정자동)씨는 “기름값이 비싸니까 ‘믿을 수 있겠다’ 싶어서 일부러 강남에서 주유해왔는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했다.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전국 95%가량의 주유소가 공차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정량보다 적은 양의 석유류를 주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휘발유 20L당 오차 -56mL는 5만원어치(약 24.6L)를 주유한다고 할 때 140원가량을 소비자가 손해 보는 것이다. 주유량이 많아질수록 손해가 더 커진다. ‘요구르트 한 병(65mL)’ 분량도 안 되지만 이를 전국 주유소 하루 판매량(약 30만L)으로 환산하면 1억7000만원, 연간 620억원이 넘는다. 경유를 포함하면 액수는 훨씬 더 커진다. 이에 대해 정유·주유소 업계는 "현행법상 불법은 아니다”며 “일부 주유기 결함을 빼고 자체 검사로 정량이 문제된 적은 없었다”고 답했다.

 일부에선 현재 계측기술로도 공차 범위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원한 유량계 제작업체 대표는 “지하에 저장된 석유류는 부피 팽창에 한계가 있다”며 “오차 인정범위를 줄여 소비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데도 정부가 업계 민원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미국과 호주는 석유류 사용공차 한도를 ±0.5%(20L 기준 100mL)로 규정하고 있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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