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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이용 권리 vs 핵 없는 세상 … 한·미 이번엔 매듭 풀까

핵확산금지조약(NPT) 모범 회원국으로서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할 권리를 찾아와야 하는 박근혜 대통령. ‘핵무기 없는 세상’을 외치며 2009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두 정상의 입장이 상충되고 있는 한·미 원자력협정 문제는 외교가에선 ‘고르디우스의 매듭’으로 통한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칼로 잘랐다고 하는 전설 속의 매듭만큼이나 대담한 방법을 써야 풀 수 있는 문제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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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칫하면 한·미 동맹의 신뢰마저 상처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민감한 현안인 ‘한·미 원자력협력협정 개정 협상’이 16~1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진행된다. 1973년 3월 19일 발효된 한·미 원자력협정은 내년 3월 19일 만료된다. 협정 완료일까지 1년도 남지 않았다. 외교부는 15일 “박노벽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전담 대사와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장관 특보를 양측 수석대표로 하는 수석대표 협상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0년 10월 워싱턴에서 협상을 처음 시작한 뒤 양국은 지난해 2월까지 다섯 차례 만났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14개월 만에 벌어지는 이번 협상은 여섯 번째 협상이지만 박근혜·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론 처음이다.

 그러나 협상 전망은 미지수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협상을 해봐야 알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미국 측 협상 대표인 아인혼 특보는 ‘치과의사’라고 불리는 만만치 않은 상대다. 중국과의 핵비확산 협상 당시 중국 측이 붙인 별명이다. “아인혼을 만나는 게 치과에 가는 것보다 싫다”고 한 데서 비롯됐다. 그만큼 강고한 원칙주의자란 뜻이다. 원자력협정은 핵비확산 문제라는 게 그의 완고한 소신이다.

 현재로선 협상 결과에 관해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우선 미국이 한국의 우라늄 농축 권리를 인정하되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는 인정하지 않는 경우다. 우리 정부는 원자력발전소도 없던 73년에 맺은 협정을 원전 23기를 보유한 현 상황에 맞게 개정하려면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고,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그래야 원전용 핵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핵비확산 원칙을 고수해온 미국은 그간 우리 측의 두 가지 요구를 모두 일축해왔다. 그런 만큼 이런 방향으로 협상이 타결된다면 한국으로선 진일보한 결과다. 다만 미 국무부 내 비확산론자들의 반발 가능성이 변수다.

 일각에선 5월에 미국을 방문하는 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담판을 해볼 수 있지 않느냐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물론 우리 측이 농축·재처리 권리를 하나도 얻어내지 못할 수도 있다. 미국은 한국을 시작으로 요르단·사우디아라비아·베트남 등 10여 개국과 신규 또는 개정 원자력협정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 때문에 농축과 재처리 허용 여부를 놓고 한국에 밀리면 안 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우리가 협상에서 하나도 얻어내는 것이 없을 때는 한·미 동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생길 수 있다.

 절충안도 거론된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은 최근 핵정책학회에서 “농축 권리를 갖되 권리 행사 시점을 일정 기간 유예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협정을 1∼2년 연장하거나 ▶현행 협정을 일부 개정하고 10년 뒤 재협상하는 방안도 거론되는 절충안 중 하나다.

 그러나 이런 시나리오는 협상에 대한 부담을 회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양국 모두에서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우리 측이 현행 협정 또는 남북 비핵화선언을 파기하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으나 현실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장세정·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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