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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서 영화만 봐야 하나

지난달 22일 경기도 고양시 메가박스 백석점 로비에서 관객들이 개그팀 GK패밀리의 무료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무대 오른쪽의 스테인레스 원통은 6층과 5층을 잇는 대형 미끄럼틀이다. [사진 메가박스]

건축가 김호민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극장의 스크린수는 총 2081개. 영화는 이제 우리와 가장 가까운 오락거리가 됐다. 하지만 영화관들은 아직도 상당 부분 불친절하다. 영화 상영을 기다리며 편하게 쉴 만한 공간이 부족하다. 극장은 그저 ‘영화를 보는 곳’일 뿐일까. 이런 의문에서 출발한 곳이 지난해 말 문을 연 경기도 고양시의 메가박스 백석점이다.

 12일 오후 찾아간 고양종합터미널 5층의 극장 로비, 첫 인상은 다소 휑한 느낌이다. 깔끔한 매표소와 작은 매점이 있을 뿐, 멀티플렉스에서 흔히 보이는 영화 포스터나 요란한 광고판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660m²(약 200평)의 널찍한 로비 양편에 나무 의자들이 계단형식으로 촘촘히 놓여 있다. 좌석 모양이 벌집과 닮아 ‘허니비(honeybee) 라운지’란 이름이 붙었다. 로비 중앙에는 상영관이 있는 6층에서 5층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스테인레스 미끄럼틀이 설치돼 있다. 주말이면 아이들과 연인들이 줄을 서는 인기 아이템이다.

 이 공간을 만든 이는 인천도시축전 주택공사홍보관, 한국전통문화학교 기(氣)예능공방 등을 설계했던 젊은 건축가 김호민(40·폴리머건축사무소장)씨. 극장을 ‘소통의 공간’으로 꾸미고 싶다는 메가박스의 제안을 듣고, 김 소장이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찜질방’이었다 한다.

 “찜질방은 한국만의 독특한 공용공간이자, 어른들의 놀이터죠. 상업공간인 영화관에 공공성을 가미해, 주민들의 놀이터이자 특별한 체험을 제공하는 문화공간으로 끌어올리고 싶었습니다.”

 ‘옹기종기’를 컨셉트로 한 팔각형 모양 의자에는 관객들이 둘러앉아 간식을 먹거나 이야기를 나눈다. 주말이면 로비 중앙에서 인디밴드나 아마추어 극단의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빼곡하게 채우면 200~300명이 들어갈 수 있다.

 아이디어가 빛난 또 다른 부분은 천장 디자인이다. 전통건축에 관심이 많은 김 소장은 고궁이나 절 등에서 볼 수 있는 정(井)자 모양의 ‘우물천장’을 도입했다. 파인 홈 안에 조명을 넣어 차분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살렸다.

 6층 입구에는 어린이도서관이 들어섰다. 99m²(약 33평)의 실내에는 파스텔톤의 가구와 어린이책 1000여 권, 장난감 등이 놓여 있다. 사서가 상주하며 아이들을 돌봐주기 때문에 낮 시간대에 극장을 이용하는 주부들에게 큰 인기다.

 영화가 끝난 후 관객들이 통과하는 복도 역시 좁고 어두운 다른 극장들과는 달리 밝고 널찍하다. 벽에는 고급 조명을 설치해 지역 주민들이나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시민 갤러리’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소장은 “녹지나 공원 등이 극도로 적은 한국의 도시환경을 고려했을 때, 상업공간의 새로운 쓰임을 만들어내는 이 같은 실험이 계속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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