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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 견디며 살아온 아비 세대를 위해 …

박범신
『은교』의 작가 박범신(67)이 이 땅의 모든 아버지를 대변하고 나섰다. 그의 40번째 장편소설인 『소금』(한겨레출판)에서다. 가족을 버리고 ‘가출한 아버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작품에는 가장이라는 무거운 등짐을 지고 살아온 애달프고 안쓰러운 우리의 아버지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자식과 가족에게 안락한 삶을 만들어주기 위해 치사함과 굴욕을 견디며 살아온 아비 세대의 이야기를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설의 주인공, 예순두살 선명우는 대기업 임원으로 세 딸과 아내를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산다. 하지만 갈수록 씀씀이가 커지는 식구들을 뒷받침하기가 힘에 부친다. 췌장암 선고를 받은 그는 갑자기 사라진다. 혈연과 무관한 사람과 가족을 이루며 그는 새로운 행복을 찾는다.

 소설은 아비인 박범신이 세상을 향해 던지는 일성이다. “나도 세 아이를 길렀지만 요즘은 아버지가 자녀를 가르칠 수 없는 시대다. 아이들을 강력한 자본주의 메커니즘에 맡기고 부모들도 거기에 쓸려 가는, 아비가 어쩔 수 없는 시대다.”

 자본의 폭력성이 커지는 세상에서 아버지는 그저 돈을 벌어오는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문제 의식이다.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아버지의 권위는 줄어들지만 오히려 의무와 책임은 커지고 있다. 아버지가 소외되는 시대다. 어머니가 소외됐던 시대도 건강하지 않았지만 아버지가 내몰리는 시대도 건강하지 않은 건 매한가지다.”

 아버지란 이유로 자식에게 끝없이 내주는 희생도 마뜩치 않다고 했다. “다 큰 자식이 아버지에게 빨대를 꽂고 다 빨아내는 걸 관용하는 사회가 윤리적인가. 핏줄이 파쇼이고 ‘핏줄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세상”이라고 했다. 비교적 충실한 아버지와 가장, 작가로 살아왔다고 자신하지만 “다시 태어나면 아버지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등단 만 40년을 맞은 작가는 최근 2~3년간 슬럼프를 겪었다 했다. ‘비장(悲壯)이 개그가 된 시대’에 여전히 ‘청년작가’의 마음을 가진 그가 가야 할 길이 무엇인가 고민한 탓이다. 하지만 그는 “이번 작품이 내 문학의 마지막 시기를 향한 또 다른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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