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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빗소리

빗소리   -  박형준(1966~ )


내가 잠든 사이 울면서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여자처럼

어느 술집

한 구석진 자리에 앉아서

거의 단 한마디 말도 하지 않은 채

술잔을 손으로 만지기만 하던

그 여자처럼

투명한 소주잔에 비친 지문처럼

창문에 반짝이는

저 밤 빗소리


밤에는 편지를 쓰지 말라고 했던가. 차마 부칠 수 없는 감정의 잔해들 때문이리라. 밤늦게까지 부스럭대다 깜박 잠든 사이 다녀간 당신이 있다. 그 밤, 울면서 창문을 두드리다 뒤돌아서 간 당신 대신 오늘 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듣는다. 세월이 지나면 누구나 그런 사람 하나 가슴에 묻고 있을 것이다. 그래야 청춘을 통과한 것이다. 술집 한구석에 말없이 술잔을 만지작거리기만 하던, 어렵게 말을 건네면 희미하게 웃으며 머리를 쓸어 올리기만 하던, 하얀 손가락 끝에서 놀던 투명한 소주잔에 남은 지문같이 아련하게 지워지지 않는 사람. 비 오는 날 밤의 일렁이는 감정을 이렇게 투명하게 추스를 수도 있구나. 느리지만 담담한 따뜻함이 묻어나는 말씨를 가진 박형준 시인을 빼닮은 시이다. 오늘 밤 오랜만에 그에게 안부 전화라도 한 통 넣어야겠다. 그리고 짓궂게 물어야겠다. 비 오는 날 밤 창문에 반짝이는 빗소리로 다녀가신 이 누구냐고. (곽효환·시인·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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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