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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베네수엘라 오케스트라 기적

서희태
지휘자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
‘국민행복시대’, 새로 출범한 정부가 내건 국정 비전이다. 국민이 행복한 시대를 만들겠다는 말은 뒤집어 보면 ‘현재 국민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일까. 대한민국은 온통 ‘힐링’ 열풍이다. 작년 한 해 대한민국을 가장 뜨겁게 달군 키워드도 ‘힐링’이다. 힐링여행, 힐링뷰티, 힐링요리 등 힐링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각종 힐링 프로그램이 각광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은 왜 이토록 힐링을 필요로 하는가.

 가족 해체, 학교폭력, 묻지마 범죄 등 무거운 사건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모두 공동체 의식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화가 단절되면서 가족이 무너졌다. 소통이 단절되면서 이웃과의 관계가 무너졌고, 결국 사회가 무너지고 있다.

이토록 병든 사회적 생태계 안에서 대한민국 모두는 고단해졌다. 지금 우리에게는 개인의 회복을 넘어 공동체의 회복이 절실하다. 가족과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라는 공동체가 회복되어야 비로소 진정한 치유를 누리게 되는 것이다.

 힐링이 필요한 대한민국에 건강한 정신을 만들 수 있는 대안의 하나로 문화예술교육을 제안하고자 한다. 문화예술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단순한 기능교육이 아니다. 교육의 과정 속에서 대화와 협업을 통해 함께함의 가치를 배우고, 나아가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을 키운다. 실제로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공감능력이 향상되는 사례가 다수 발표되며 공동체성 회복의 방안으로 문화예술교육이 점차 주목을 받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청소년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는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개인과 공동체, 사회가 변화한 기적의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1975년, 어느 허름한 차고에 마약과 범죄, 빈곤에 시달리던 아이들이 모였다. 이들은 총 대신 악기를 들고 난생처음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수십만 명의 아이가 오케스트라 연주를 통해 마약과 범죄의 유혹,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삶의 기쁨과 희망, 공동체적 관계 맺기의 가치를 배웠다. 삶의 목표를 회복한 청소년들의 범죄율이 서서히 저하되면서 결국 사회 전체의 변화를 이끌어냈고, 엘 시스테마는 전 세계적인 벤치마킹의 사례가 되었다.

 이 모든 기적은 문화예술교육의 가치를 아는 한 사람의 믿음에서 시작되었다. 바로 엘 시스테마를 창립한 지휘자 겸 경제학자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음악이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그의 믿음이 결국 동화와 같은 실화를 창조해 냈다. 엘 시스테마의 목적은 음악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다. 음악을 통해 협동심과 이해심을 배우고, 공동체의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자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판 엘 시스테마인 ‘꿈의 오케스트라’가 운영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 ‘꿈의 오케스트라’는 아동·청소년이 함께 모여 연주하면서 협력을 이끌어내고 공동체적 자아를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문화예술교육은 기교 넘치는 독주를 선보이는 천재 음악가 한 명을 길러내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나’가 아닌 ‘우리’, ‘독주’가 아닌 ‘협주’를 통해 하모니를 이루는 법을 배운다.

 우리는 다양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서로 다른 목소리와 생각들이 곳곳에서 분출되고 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조화롭게 균형점을 찾는 포용과 절제는 건강한 정신문화를 전제로 한다. 지나친 개인주의와 경쟁으로 인해 지쳐 있는 우리 사회가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정신건강은 물론 공동체적 감성까지 회복하기를 기대한다.

서희태 지휘자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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