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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대화 포기해선 안 된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한·중·일 3국 순방을 계기로 조성된 대화 강조 움직임에 북한의 남북대화 거절이 찬물을 끼얹은 분위기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14일 지난 11일 있었던 남측의 ‘대화 제의’가 “아무 내용이 없는 빈 껍데기”라며 남한 정부가 대화 자세가 안 돼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의 이런 반응에 대해 일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대화를 완전히 거부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늦게 ‘정부 입장’을 발표해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거부한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고 밝혔다. 남북한 사이에 ‘기싸움’이 벌어지는 듯한 모습이다.

 비록 좋은 모습은 아니지만 이런 기싸움이 남북 간 대화의 기회를 소멸시킨 것은 아니라고 본다. 우선 북한의 기자회견이 ‘대화 거부’인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북한은 현재 남측에서 진행 중인 한·미 합동군사연습이 계속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또 남측이 “진정으로 대화 의지가 있다면 말장난을 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결 자세부터 버려야 한다”고 대화의 전제조건을 내세웠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런 어법이 ‘여지를 남기는 방식’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대화 제의 거부’로 규정하고 유감을 표시한 것은 대화에 이런저런 조건을 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동시에 청와대는 “개성공단 근무자들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이 당장 대화에 나서기 어려운 입장이라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성공단 근무자들을 위해 식자재 반입만이라도 허용하라는 것이다.

 미묘하지만 14일 벌어진 일을 정리하면 골자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북한은 한·미 군사연습이 진행되는 현 시점은 ‘아직 대화하기에 이르다’고 답했고, 우리는 ‘그렇다면 당장 밥 먹는 일이 어려운 개성공단 근무자들을 위해 식자재 반입만이라도 허용하라’고 요청한 것이다. 특히 정부는 식자재 반입이 ‘인도적 사안’임을 강조했다. 북한이 식자재 반입을 허용하는 것이 ‘기싸움’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인도적 조치’라는 암시를 준 것이다.

 남북 간의 신경전을 이처럼 ‘분위기 좋게’ 해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최근의 과도한 긴장은 연례적으로 이뤄지는 한·미 군사연습에 대해 북한이 이례적으로 과민반응을 보인 탓에 생긴 것이다. 북한이 과민반응을 보인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한은 물론이고 북한 역시 과도한 긴장을 오래 지속하는 것은 큰 부담이다. 또 분쟁의 요인을 풀어내려는 노력조차 없이 무한정 끌어안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대북 정책으로 제시한 박근혜 대통령 역시 케리 미 국무장관에게 이런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고, 다른 자리에서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남북 사이에 대화는 아직 때가 이를 뿐 포기할 일이 아니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가 살아 있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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