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분수대] 파독 광부 작업복 구로공단 쪽방 우리는 어떤 기념물을?

[일러스트=강일구]

서울 광화문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3, 제4전시실은 산업화·민주화 시대와 현재의 대한민국이 주제다. 파독(派獨) 광부·간호사, 중동 건설 근로자도 다루었다. 1963년부터 70년대 후반까지 서독(당시)에 파견된 광부는 연인원 8000여 명, 간호사는 1만1000여 명이다. 이들이 고국에 송금한 돈이 1억 달러가 넘는다. 광부들이 쓰던 작업복, 가스등, 비상용 송수신기와 중동 근로자의 빛바랜 노트가 진열돼 있다.

 “새까만 여러분 얼굴을 보니 목이 메어 말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아직까지 이렇게 못살지만, 후손들에게는 잘사는 나라를 물려줍시다.” 64년 12월 10일 서독을 방문한 고 박정희 대통령이 서독 광산도시 뒤스부르크 공회당에 모인 파독 광부들 앞에서 한 ‘눈물의 연설’ 한 구절이다. 경제 원조 요청이 목적인 서독 방문. 국내 항공사엔 쌍발 프로펠러 비행기밖에 없어 서독이 제공한 루프트한자 여객기로 날아온 처지였다.

 광부 독일 파견은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했다. 정부와 파독 광부·간호사들이 추진해 온 ‘파독근로자기념관’(서울 양재동)이 완공돼 다음 달 20일께 문을 연다. 64년 박 전 대통령의 서독 연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파독 광부 출신 권이종(73) 교원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11월 독일에서 컨테이너에 실어 들여온 갱도아치·착암기·안전모·봉급카드 등 광산에서 쓰던 물품들도 기념관에 전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업화 시대의 고생이 해외에서뿐이었을까. ‘남보다 일찍 출근을 해서 일거리를 준비해 두었다가 작업 시작 벨만 울리면 그 어느 것에도 신경을 쓰지 않고 일을 하다 보면 미싱 바늘에 손가락이 여기저기 찔려 피도 흐르고 가위 잡은 손바닥에는 물집이 생겨 터지고…’. ‘공순이’로 낮춰 불리던 70년대 여성 근로자들의 수기를 보면 당시 한국인은 정말 안팎으로 고달프기 짝이 없었다(김준, ‘1970년대 여성 노동자들의 일상생활과 의식’). ‘산업역군’이 흘린 피땀의 대명사 격인 구로공단도 내년에 50주년을 맞는다. 서울시와 금천구·구로구가 추진 중인 구로공단 역사기념사업의 첫 단계로 완공된 ‘구로공단 노동자 생활체험관’이 다음 달 2일 개관식을 한다. 지하 1층에 70년대식 ‘쪽방’ 6개를 재현해 놓았고 1층은 전시실, 2층은 영상실로 꾸몄다.

 단순히 추억이나 자극하자는 게 아닐 것이다. 모든 게 부족하고 정치적 억압도 있었지만 그 시절엔 무언가 활력과 향상 욕구가 넘쳤다. 지금은 왠지 활기가 떨어지고 취업시장마저 속된 말로 ‘안전빵’ 심리가 지배하는 느낌이다. 선배들의 고생 덕에 지금만큼 살게 됐다면 우리도 후손에게 무언가 남겨주어야 하지 않을까.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5전시실’을 자랑스럽게 채울 유품들 말이다.

글=노재현 기자
사진=강일구 기자

▶ [분수대] 더 보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