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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국민행복기금은 중산층 재건의 디딤돌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한 여성의 이야기다. 남편이 도박에 빠지면서 행복한 결혼생활은 산산조각이 났다. 이혼 뒤 두 아이와 함께 남은 것은 남편이 아내 명의로 빌린 빚뿐이었다. 이후 그는 살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우유 배달, 전단지 배포, 야간공장 근무까지…그러나 빚은 줄지 않았다. 삶을 포기할 생각도 했다고 한다. 연체의 고통을 겪고 있는 서민을 만나보면 비슷한 사연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많은 경제위기를 겪었다. 불굴의 의지로 극복했지만, 그 과정에서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졌다. 특히 중산층 기반이 약화되면서 과도한 채무부담에 고통받는 이웃이 많아졌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전에 75%에 달하던 중산층 비율은 2011년 68%로 감소했다.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당분간 세계경제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한국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3%로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등 걱정이 많다.

  이들이 자활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빈곤층·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하게 되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들을 위한 복지지출이 늘어나고 경제활동 인구도 감소해 국가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

 국민행복기금의 취지는 이런 취약계층의 채무를 조정해 자활의 기반을 마련해주는 데 있다. 채무불이행자를 방치하기보다는 채무를 상환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해 재기를 지원하자는 것이다. 이들이 재활 후 경제활동에 복귀하게 되면 그만큼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완화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70-70의 사회’ 즉 고용률 70%, 중산층 비중 70%의 안정된 사회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해외에서도 서민의 과도한 채무를 경감해 재활의 기회를 주는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미국의 오바마 모기지 플랜(HARP)과 아이슬란드의 채무감면계획이 대표적인 예다.

  걱정되는 부분은 도덕적 해이다. 미래에 있을지 모를 채무감면을 기대해 상환 능력을 넘는 채무를 부담하거나, 기존 채무를 연체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할 것이다. 정부는 국민행복기금을 통한 채무 감면은 1회에 한해 한시적으로 이루어질 것임을 명확히 했다. 또 채무자의 소득과 재산을 철저히 조사해 상환 능력이 있음에도 채무를 줄여주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아울러 진정한 자활을 돕기 위해 채무조정을 받은 서민에게 취업·창업의 기회도 제공키로 했다. 일자리를 소개하는 것은 물론, 채무조정 수혜자를 고용하는 기업에는 보조금을 지급해 고용 확대를 꾀할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창업으로 인해 실패하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 맞춤형 창업컨설팅도 제공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여성은 지금은 채무변제를 완료하고 두 아이와 함께 행복한 삶을 꾸려가고 있다. 앞으로 이런 자활의 사례를 더욱 많이 만들어 나가도록 하겠다.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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