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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222> 여성 법조인의 세계

심새롬 기자
군·경찰·검찰·법원…. 남성 전유물로만 생각되던 조직의 명칭입니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습니다. 2001년 첫 여성 장군 탄생 이래 8명의 여성 군 장성이 배출됐고, 최근엔 경찰 창설 68년 만에 최초의 여성 치안정감이 나왔습니다. 법조계 여성 파워 역사는 더 오랩니다. 사법연수원 수석 졸업 영예를 남학생이 탈환했다는 게 ‘빅 뉴스’가 될 정도로요. 여성 법조인들의 세계를 소개합니다.



법원에선 고위직 진출 급증 … 검찰에선 마약·성범죄 수사 맹활약

심새롬 기자



“여검사가 기소하고 여판사가 재판하는 사건을 여기자가 취재하는데, 피의자만 남자더라.”



 요즘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는 이런 얘기들이 돈다. 실제 지난해 6월 진행된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재판 법정의 경우 판사와 검사, 변호사, 참여관, 법정 경위가 여성 일색이라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중앙일보 2012년 6월 16일자)



 지난달 20일 발표된 ‘2012 법무부 여성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법시험 합격자 506명 중 여성은 211명(41.7%)이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내 여성 비율은 이보다 더 높다. 입학생 2092명 중 43.3%인 910명이다.



 불과 24년 전인 1989년까지만 해도 ‘사범시험에 합격하는 여성이 너무 적다’는 이유로 공식 통계조차 내지 않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법조인 1호’는 52년 고등고시 사법과(사법시험의 전신) 2회에 합격한 고(故) 이태영(1914~98) 여사. 그는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을 지냈다. 36년 이화여전을 수석 졸업한 이 소장은 정치인 정일형(1904~82) 박사와 결혼해 2남 1녀를 낳은 뒤 다시 서울대 법대에 입학, 법조인의 길을 걸었다. 당시 판사 임용에 지원했던 이 여사를 두고 이승만 전 대통령이 “야당집 마누라를 어떻게 법관을 시키느냐”며 반대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 ‘알파걸’ 열풍…역대 연수원 수석 졸업자 8명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법조인 이태영 여사가 법복을 입고 대법정 앞에 선 모습. 1954년 변호사로 개업한 이 여사는 59년 국제여변호사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만 57세가 되던 해에는 남편을 따라 신민당에 입당, 법조계와 정치권을 아우르며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여성들의 권익을 대변해 『한국이혼제도연구』 등을 문헌으로 남겼다. [중앙포토]
이태영 소장의 등장은 반세기 가까이 ‘남성 판’이던 법조계 성비(性比)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해가 갈수록 여성의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사법연수원 사상 첫 여성 수석 졸업생은 92년 여미숙(47·사법연수원 21기)씨가 차지했다. 현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재직 중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이른바 ‘알파걸’들이 여 부장판사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2002년 조원경(37· 31기) 서울서부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최계영(37·32기) 서울대 교수, 이지영(34·34기) 청주지법 제천지원 판사, 이경민(30·37기) 청주지법 판사 등이 줄줄이 연수원을 수석 졸업했다. 2009년 수석을 차지한 정현희(30·38기) 춘천지법 판사는 연수원 사상 처음으로 졸업성적 만점(4.3점)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2011년 수료식에서 ‘앳된 얼굴의 수석 졸업자’로 화제를 모은 강인혜(28·40기) 서울서부지법 판사에 이어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수석(허문희 서울남부지법 판사)과 차석(조민혜 서울중앙지법 판사)을 모두 여성이 차지했다. 올해 42기 수료식에서 1, 2, 3등을 모두 남성이 차지한 게 기삿거리가 된 배경이다. “오랜만에 남풍(男風)이 불었다”는 내용이었다.



# 여성 법조인, 판사 > 검사 > 변호사 순



여성 수석 졸업자들이 다수인 사실에서 보듯, 법원의 여성 비율은 법조계 다른 직군에 비해 다소 높다. 지난해 통계를 보면 여판사는 733명으로 전체 판사(2738명)의 26.7%를 차지했다. 전체 검사(1865명) 중 23.6%(440명)가 여검사였다. 여성 변호사는 1995명으로 수가 가장 많았지만 전체 변호사 수(1만 2513명) 대비 15.9%에 그쳤다. 사법연수원에 재학 중인 한 여학생은 “판검사 임관을 선호하는 전통적 분위기가 아직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여성 연수원생들은 대형 로펌이나 대기업의 인하우스 변호사로 가는 쪽이 커리어나 생활의 질 면에서 더 나을 수 있다는 얘기들을 한다”고 전했다. 현재 활동 중인 법조인(1만7116명) 중 여성은 18.5%(3168명)다.



# 고위 공직 진출, 법원이 검찰보다 ‘두 수 위’





대법원이 밝힌 최초의 여성 법관은 54~61년 재직한 고 황윤석 판사다. 반면 첫 여검사는 이보다 30여 년 늦은 82년에 배출됐다. 사법연수원 12기 동기인 조배숙(57) 변호사와 임숙경(52) 변호사는 당시 나란히 신임 검사로 임관해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과중한 업무와 남성 위주의 문화를 견디기 어려웠던 걸까. 두 사람은 86년과 87년 차례로 판사로 전관했다. 조직의 고위직 진출도 법원이 앞선다. 이영애(65·3기) 변호사는 95년 ‘법관의 꽃’이라고 불리는 고등부장 자리에 처음으로 올랐다. 이 변호사는 2004년 춘천지법원장이 돼 최초의 여성지방법원장으로 기록됐다. 여성 대법관은 모두 4명이 나왔다. 같은 해 김영란(57·11기) 서강대 석좌교수가 첫 여성 대법관에 오른 뒤로 전수안(61·8기) 대법관이 바통을 이었다. 현재 박보영(52·16기), 김소영(48·19기)씨가 대법관으로 재직 중이다. 2004년은 여검사 역사에도 한 획을 그은 해였다. 현재 검찰의 ‘맏언니’ 격인 조희진(51·19기) 서울고검 검사가 그해 첫 여성 부장검사로 승진했다.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검사장 자리에 오른 여검사는 아직 없다. 지난 5일 단행된 검사장 승진 인사에서 첫 여성 검사장 탄생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조 검사는 승진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았다.



# 마약·성폭력 등…남검사 뺨치는 ‘검사 프린세스’



남성 중심의 전통이 짙게 밴 검찰 조직이지만 요즘 ‘검사 프린세스’들의 활약은 대단하다. 거친 분야로 여겨지는 마약이나 조직폭력 수사에서부터 가장 치밀한 분석력을 요하는 금융범죄 입증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여검사들이 종횡무진 성과를 내고 있다. 법무부 인권구조과 이유선(37·34기) 검사는 동부지검에 근무하던 2011년 남자 동료들이 7번 무혐의 처분했던 사건을 재수사해 기소했다. 끈질긴 계좌추적 작업 끝에 코스닥 업체 대표의 수십억대 횡령 혐의를 입증해 냈던 것이다. 당시 이 검사는 “매달리는 아이를 떼어놓고 주말에 출근할 때가 가장 힘들다”면서도 “검사가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무기는 치밀하게 게 확보된 증거뿐”이라고 밝혔다. 3년 전 초등학교에서 대낮에 여자아이를 납치·성폭행한 김수철(47)을 수사한 주임검사도 여성이었다. 이혜은(38·33기) 검사는 인면수심의 성폭행범을 침착한 수사로 ‘제압’했다. 김수철의 거짓 진술을 낱낱이 가려냈다는 평가를 들었다. 최근 대대적인 연예인 프로포폴 수사로 명성을 떨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는 마약사범을 잡는 여검사가 있다. 지난해 초 검찰 수사의 최전방으로 불리는 강력부의 ‘금녀(禁女)’ 전통을 깬 김연실(38·34기) 검사다. 서울 지역의 한 검사장은 “여성 대상 범죄가 많아지고 여성 범죄인 역시 늘어나는 추세에 발맞춰 여검사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여’판사·‘여’검사 …접두사 제거가 남은 과제



“법조계는 직역을 막론하고 여자가 주목받는 동네다.”



 한 여성 변호사의 말이다. 2011년 겨울을 떠들썩하게 했던 ‘벤츠 여검사’ 사건 때 그랬고, 지난 2년간 초여름마다 서울남부지법 여판사들이 목동구장에서 시구를 할 때도 그랬다. ‘서울대 법대 얼짱’이 네티즌의 관심을 받듯, 고시를 거쳐 일류 분야에 진출한 여성들은 아직 뭘 해도 ’튀는 존재’로 여겨지는 게 사실이다. 여기에는 검찰 내 남성 중심적 시각도 한몫한다. “여검사 수가 증가하면 검사 조직이 판사 조직처럼 연성화된다”는 일각의 주장들이 그런 시각을 반영하는 예다. 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대검 중수부 32년 역사에 여검사 발자취가 전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넉 달 전 임신한 여성 변호사를 강제로 휴직시킨 혐의로 한 법무법인 대표가 고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에 근무하는 한 여성 법관은 “여성들이 입지를 넓혀 온 것은 맞지만 결혼과 육아로 생기는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한 구조적 대책은 여전히 필요하다”며 “그게 갖춰지지 않는 한 여성 법조인의 입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JTBC ‘무자식 상팔자’의 안소영(판사), SBS ‘돈의 화신’속 전지후(검사), KBS2 ‘내 딸 서영이’의 정선우(변호사) 등 드라마 속에 그려진 여성 법조인들의 캐릭터는 상당 부분 비현실적이다. 52년 제1호 여성 법조인 탄생 이후 61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은 여성 법조인은 일상 속에서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며 더 공정한 한국 사회를 위해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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