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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대북 경고 메시지에 북핵 해결 실낱 희망”

중앙포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의문의 닮은꼴은 정치와 경제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하냐다. 정치학자가 보기에는 당연히 정치가 우선이다.

먼 나라 위기가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다. 먼 나라의 경제 위기뿐만 아니라 정치 위기도 우리 경제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국화만사성(國和萬事成)’이다. 나라 안이 화목해야 경제성장을 비롯해 모든 일이 잘된다. 나라가 화목하다는 것은 국내 정치 질서의 틀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국제 경제의 번영, 국제 평화의 중핵(中核)은 국제사회를 구성하는 각 나라들의 국내 정치 질서다.

『정치 질서의 기원』의 한글판(2012) 표지.
현존 정치학자 중에서 ‘정치 질서’의 문제에 대한 최고 전문가는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민주주의·발전·법치 연구센터’석좌 펠로(fellow)다. 1992년 그는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가 역사의 최종적 체제라는 ‘역사 종언론’으로 세계적인 고담준론(高談峻論)을 점화했다. 후쿠야마는 최근 1, 2권으로 기획된 『정치 질서의 기원』의 제1권(2011)에 이어 제2권을 탈고해 출판사로 넘겼다. 1권에서 후쿠야마는 중국·인도·이슬람권·유럽의 정치 질서를 정치학·역사학·진화생물학·거시경제학 등의 관점에서 다뤘다. 9일 전화 인터뷰로 국제 현안에 대해 질문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북한의 핵 위협을 어떻게 보는가.
“가능한 모든 대안이 시도됐지만 북한은 아무런 해결책이 없는 나라들 중 하나다. 군사적 대응은 매우 위험하고 협상으로 결과를 얻는 것도 힘들다. 북한은 6자회담으로 한국·미국·국제사회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얻어냈을 뿐이다. 고립 또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중국이다. 중국의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별다른 진전이 없을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약간의 희망적인 조짐이 보이지만 얼마만큼 실질적인 힘이 실릴지는 의문이다.”

-한·일 관계가 나아갈 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영토 문제가 양국의 협력을 저해하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하고 있다. 다음 세대까지도 세계 정치에서 최우선 문제는 중국의 부상이다. 어떤 의미에서건 중국의 부상으로 위협받는 나라들은 서로 협력해야 한다. 미·소 관계와는 달리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는 정책으로 나아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토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군사적 위협을 피하고 중재 메커니즘과 같이 뚜렷한 국제적 규칙을 확립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게 한국·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공유하는 공동의 이익이다.”

-중국의 부상을 어떻게 보는가.
“역시 크게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2008년이나 2009년 이래 외교 정책이 바뀌었다. 중국의 공식 문헌을 읽어보면 이 지역 국가들에 대해 전보다 더 공세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옛날처럼 패권국가 위치에 도달했으니 전통적인 동아시아 국제질서에서처럼 다른 나라들이 경의를 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중국해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분쟁도 법적이거나 경제 자원을 둘러싼 분쟁이 아니다. 아시아에서 중국의 패권적 역할을 인정해달라는 중국의 요구와 관련 있다. 일본은 이러한 요구를 쉽사리 용인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상황이 위험하다. 경제 관점에서만 보면, 실제 군사작전을 밀어붙일 합리적인 이유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아무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질서는 왜 중요하며 또 어떻게 보장될 수 있는가.
“수년 전부터 많은 경제학자가 강하고 능력 있는 국가 없이는 경제발전도 없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이 한국전쟁 이후 그토록 잘 발전한 이유도 한국에 그러한 국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강한 국가(state)는 법치(the rule of law), 책임 정부(accountable government)와 더불어 정치적 질서를 보장하는 정치 제도를 구성한다. 하지만 훌륭한 국가의 기원에 대한 좋은 이론이 없다. 『정치 질서의 기원』의 집필 동기다. 정치 제도의 역사적 기원을 서술했다.”

-정치 제도 말고 문화나 문명도 중요한 것 아닌가.
“아니다. 발전은 문화적 뿌리와는 상관없다. 적절한 제도와 정책만 구비되면 어느 나라나 발전할 수 있다. 현재 가장 빨리 발전하는 세계의 지역은 라틴아메리카와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다.”

-‘문명충돌론’의 하버드대 새뮤얼 헌팅턴(1927~2008) 교수는 후진국의 근대화가 오히려 ‘정치적 쇠퇴(political decay)’를 낳는다는 이론으로도 유명하다. 선진국의 경우 탈근대화가 정치적 쇠퇴를 낳고 있는 것인가.
“시간이 흐르면 모든 정치 체제가 정치적 쇠퇴를 경험할 수 있다. 국가가 지나치게 경직되고 새롭게 달라진 조건에 적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체제는 내부자(insiders)의 포로가 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목적을 위해 권력과 자원을 동원해 국가를 조종한다. 정치 체제와 상관없이 세계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민주화되지 않은 전통적인 정권이건 확고히 자리잡은 민주국가에서건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문제다. 예컨대 ‘아랍의 봄’은 헌팅턴 교수가 기술한 그대로 발생한 사례다. 이집트·튀니지 등의 경우, 경제적·사회적 근대화로 중산층이 생성됐고 국민은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권위주의 정권은 정치참여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국민이 들고일어났다.”

-같은 논리 틀로 중국의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가.
“그렇다. 중국의 미래와 관련, 제일 큰 문제는 규모가 커진 중산층 때문에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인가 하는 문제다. 중국 정권은 아랍 독재 정권보다 훨씬 똑똑(clever)하다. 하지만 정치 참여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같은 문제를 대면하게 될 것이다. 중국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화약통(powder keg) 위에 앉아 있다. 하지만 미국 같은 선진국도 정치적 쇠퇴를 다른 의미에서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국가·법치·책임정부가 균형을 이뤄야 성공적인 정치체제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법치가 제한돼 있고 책임정부가 구현되고 있지 않다. 미국의 국가는 긴밀성(coherence)이 결여돼 있다.”

-정당 정치 그 자체가 정치적 쇠퇴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니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좋은 정당 체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정당이라는 탈것(vehicle)을 통하기 때문이다. 미국·한국 등의 나라에서 정당은 경직화(ossified)돼 지금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극단적인 대립(polarization)의 현장이다. 특히 공화당은 유권자 중에서도 소규모의 극단적인 유권자들에게만 반응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여야는 ‘서로 아주 편하게 거래하는 사이’라 유권자들에게 진정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반정당적 정치인’인 안철수씨가 난데없이 부상한 것이다.”

-‘역사종언론(The end of history thesis)’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중국식 정치·경제가 대안이 될 가능성은 없는가.
“『역사의 종언과 최후의 인간』의 논제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이 틀렸으며, 자유민주주의를 대체하는 보다 앞선 사회는-공산주의를 비롯해-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논제가 지금도 맞는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정치체제는 지속 가능한 체제가 아니다. 앞으로 50년 후 유럽·미국·한국은 지금의 민주 정부 체제를 유지할지 모르지만 중국의 권위주의, 독재체제는 변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정치체제가 안정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잘해 왔으나 중국은 자유민주주의를 대체하는 우월한 모델을 대표하지 않는다. 게다가 다른 나라들이 중국 모델을 복제하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나는 중국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진정한 대안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 부자나라가 된 다음에는 갈수록 성장률을 유지하는 게 힘들다. 중국도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에 직면하고 있다. 소득이 높아지면 지금까지와는 아주 다른 일련의 정책이 필요하다. 중국이 실제로 얼마나 변화에 잘 적응할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개혁의 방향은 다양하다. 중국은 점진적으로 자유화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본다. 법치주의를 확장하고 현재의 헌법을 통해 공산당을 제약해야 한다. 중국 유권자들이 적응할 수 있는 속도로 단계적으로 민주주의를 도입할 수 있다. 대만의 경우를 참조할 수도 있다. 대만의 국민당 체제가 민진당(DPP)에 대해 우선 지방선거 참가를 허용한 것처럼 말이다. 폭발적인 과정보다는 점진적인 과정이 아마 더 낫다고 본다.”

-『정치 질서의 기원』에서 가톨릭 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새 교황이 선출됐다.
“종교는 계속 중요하다. 하지만 내 책에서 강조한 가톨릭 교회의 역할은 11세기 때 이야기다. 교회는 유럽에서 법치주의 확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그것은 1000년 전이다. 현대의 가톨릭 교회가 그런 역할을 현대 세계에서 수행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
그러나 독립성을 확보한 종교라는 제도는 많은 사회에서 자유를 유지하는 데 지극히 중요하다. 조직화된 종교는 국가의 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제도 중 하나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모든 종교적 표현을 통제하는 데 열심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정치적 질서의 쇠퇴는 신뢰의 위기를 동반하는 것 같다.
“유럽에서 독일·스웨덴·덴마크·네덜란드 등 잘하고 있는 개별국가는 많다. 문제는 유럽연합 수준에서 발생하고 있다. 유로화의 위기로 독일은 유럽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유럽에서 극복된 것으로 간주됐던 국가 간 대결이 경제위기로 격화됐다. 미국도 다른 이유로 민주·공화 양당 간의 갈등이 심화돼 ‘정치적 신뢰’의 수준이 예컨대 50년 전에 비해 낮아졌다. 유럽과 미국이 ‘정치적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사회적 신뢰’는 다르다. 가족·이웃·교회 등의 장소를 무대로 하는 ‘사회적 신뢰’는 살아 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1952년 미 시카고 출생
1989년 미 국무부 정책기획실 차장
1992년 『역사의 종언과 최후의 인간』 발간
1995년 『트러스트』발간
1999년 『대붕괴 신질서』 발간
2005년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학장
2011년 『정치 질서의 기원』 1권 발간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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