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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생산 중단 부품 구입비 갈수록 늘어

▶1면에서 계속
4월 9일 서산의 86항공전자정비창. 이문수 창장(대령)의 사무실 벽에는 붉은 글씨가 빼곡히 적힌 대형 표가 걸려 있다. F-15K와 KF-16 부품인데 전문가만 이해할 용어들이다. 이 대령은 “검은색은 국내 정비 가능 부품, 붉은색은 해외 정비 부품”이라며 “F-15K는 국내 정비가 거의 안 되고 KF-16은 품목수 기준으로 30~40% 가능하다”고 말했다.

붉은색으로 쓴 부품들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들 장비는 수리를 위해 미국으로 보내야 한다. 그런데 F-15의 ‘적외선 탐색 및 식별 장비’인 IRST(미국 록히드 마틴)의 평균 수리 기간은 400일이다. 미 레이시온이 제작하는 레이더 장비의 평균 수리 기간은 234일, 미국 BAE의 레이더(FDL) 평균 수리기간은 260일이다. 미 NGC의 F-16 관성항법장치(INU)는 평균 수리기간이 200일, ASPJ는 최대 3년이 걸린다. 그러나 국산 T-50 훈련기는 고장 시 3~4시간이면 해결된다.

기술통제도 심하다. F-15 부품을 국내 업체는 개발하지 못한다. 보잉의 기술협약서(TAA) 때문이다. 직구매 전투기를 특성에 맞게 개발하려면 수출승인(E/L)을 받아야 한다. KF-16의 경우 랜턴 등 46개 품목은 기술 이전이 제한된다. 비용은 더 큰 문제다. 공군은 최근 F-16의 앞전날개(LEF)를 개조·교환하기 위해 제조사에 견적을 의뢰했다. 미국 록히드 마틴은 전체를 교체하는 게 좋다며 대당 1억원을 요구했다. 이에 군수사는 LEF의 앞부분인 노즈캡만 교체하기로 했다. 비용은 대당 200만원. 그러나 그런 ‘바람직한’ 사례는 많지 않다. F-15K의 IRST 모조품 제조에 국내 견적은 개당 4000달러지만 제조사인 보잉은 15배나 비싼 6만 달러를 요구했다. F-16의 안테나 수리비도 국내 업체는 2200만원을 불렀지만 해외에선 1억5000만원을 요구했다.

94년 도입 당시 52억원이었던 ICS는 지금 92억원이다. 가격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제작사인 미국 NGC가 생산을 중단해 재고가 줄었기 때문이다. F-16용 ASPJ의 도입 단가는 23억5000만원. 그 안에는 칩 역할을 하는 휴대전화 크기의 전자카드가 50여 개쯤 있는데 어떤 카드는 수리하려면 10억원이 든다. 황 처장은 “뜯어보면 별것 아닌데 우리가 못 건드리는 게 많다. KF-16의 50%, F-15K의 60~70%가 그런 전자제품”이라고 말한다. 공군 자료에 따르면 2010~2013년 지출된 F-15K와 F-16계열 수리부속·정비비용은 1조1967억원. 그 가운데 96%인 1조1553억원이 제작사에 지불됐다. 제작사는 거의 미국 회사다. 4년에 그 정도면 항공기 사용기간인 30년간 9조원 가까이 유출된다.

게다가 부속 장비도 바가지에 가깝다. 전자부품 검사 장비가 충주·서산·군산 기지에 각각 1대씩 모두 3대 있는데 연간 기술지원비가 20억원이다. 매달 받아보는 공군 운용항공기 기술도서 비용이 연 51억원, 기술 지원비가 F-16계열은 연간 65억원이다. 그런 비용을 종합한 F-16계열의 연간 유지비는 2007년 2102억원에서 2013년에는 3400억원으로 160% 올랐다.

성능개량도 돈 먹는 하마다. 공군은 2009년부터 F-16과 KF-16의 전자장비를 성능개량하고 있다. F-16의 경우 2009~2015년 2000억원, KF-16은 1조8000억원이 들어간다. 항공기 사용기간인 8000시간(30년)을 기준으로 두 차례 대대적인 성능개량과 소규모 성능개량을 하는데 첨단기술일수록 잦고 그 돈은 거의 다 외국 제작사들에 들어간다. 공군 관계자는 “기술력이 없는 우리가 전투기 국제계약에서 근본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결국 초기 구입비인 F-15K 6조원, KF-16 5조원, 부속품·정비비 10조원, F-16계열 성능개량비 최소 2조원을 합해 최소 22조원이 30년에 걸쳐 미국 제작사에 지불되는 것이다. 40년을 사용하면 더 는다. 여기에 F-15K 성능개량은 계산도 안 했다.

더 큰 문제는 제작사에 지불한 돈의 활용 내역을 모른다는 점이다. 공군 관계자는 “바가지를 쓰는지 영문도 모르고 돈을 주는 꼴”이라고 말한다.

생산 중단으로 인한 애로도 있다. KF-16 항공기의 레이더인 APG68 V-7이 고장이 잦아 가동률이 떨어진다. 그러나 제작사인 NGC는 수익성이 낮다며 생산라인을 폐쇄했다. 이에 공군은 2016년 새 AESA 레이더로 교체하기까지 터키에 F-16용 구형 V-7 구입을 타진하고 있다. 황 처장은 “터키에선 성능개량이 안 끝났는데 왜 파느냐는 반대 여론이 있어 협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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