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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미의 마음 엿보기] 케네디의 선택

이런저런 불만을 가진 사람 중에는 전쟁이 나서 다 망했으면 좋겠다는 이들이 가끔 있다. 나 혼자서는 억울하니 다 같이 망해 버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마 어려서 시험준비는 하나도 안 했는데, 시험날짜는 점점 다가올 때 지구가 왜 멸망하지 않나 하고 꿈꾼 적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SF소설이나 영화의 주제 가운데 핵폭탄이나 외계인에 의한 지구 멸망을 다룬 게 더러 있다. 우리 무의식 속에 그만큼 집단 전체의 멸망에 대한 은근한 판타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이 연일 핵폭탄 위협을 가하고 있다. 우리 쪽에서도 한판 붙자고 말하는 이도 적지 않다. 모처럼 정부가 대화를 하겠다고 하는데도, 대화할 필요가 없으니 싹 밀어붙이자고 강하게 나온다. 한데 그런 사람들이 막상 전쟁이 나면 언제 그랬느냐 싶게 뒤로 도망가지 말란 법도 없다. 전쟁 영웅 중엔 평소 전쟁이 나면 다 밀어붙이겠다고 말하고 다닌 사람은 거의 없었다. 깡패의 언어를 빌리자면, 양아치들은 힘자랑을 하고 다니지만, 막상 싸움이 나면 꽁무니를 뺀다.

일러스트 강일구
 한편으로는 전쟁 위협 때문에 공포를 느끼고 우왕좌왕하는 이들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다행히 한반도의 경우는 워낙 북한에 단련 되어 있기 때문에 차분하게 맞대응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보다 전쟁에 대한 공포가 훨씬 더 강했던 70~80년대까지만 해도 유난히 휴거, 즉 세상의 종말을 앞세우는 사이비 종교가 기승을 부렸다. 전쟁 공포증이 세상 멸망의 환상으로 변한 면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자유로운 민주국가였지만 반공과 냉전논리로 사회를 분열시키는 매카시즘이 기승을 부렸던 미국도 70년대까지 이런저런 사이비 종교가 많았다. 그중 스스로 예수와 레닌의 화신이라고 믿었던 짐 존스는 남미의 가이아나에서 신도 900여 명을 독살하고 죽는다.

 주체사상이 마르크스·레닌·모택동 주의를 뛰어넘어, 온 인류를 구원해 줄 신앙이라며 허무맹랑한 미화를 계속하고 있는 북한은 국가가 아니라 짐 존스의 인민사원 비슷한 것 같다. 게다가 100만 명에 육박하는 북한의 로열 패밀리는 어려움 없이 자란 탓에 자기중심적 사고에 갇혀 있으므로 갑자기 공격받거나 곤경에 빠지면 어쩔 줄 모르고 허둥댈 것이다. 그러다 더 과격한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이 심야작전 회의를 소집했다는 것은 불안과 불면에 시달린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북한은 서방에 대해 열등감·양가감정·피해의식을 갖고, 서방은 그들을 골칫덩이로 여긴다. 열등한 쪽은 우월한 쪽에 분노와 공포, 선망의 심정을 품으며 끊임없이 도발하려 한다. 게다가 적 앞에서는 아군끼리도 서로의 그림자를 투사해서 내분을 일으킬 수 있다. 모처럼 대통령이 통 크게 대화를 한다고 하는데, 전쟁 나면 도망갈 사람들이 괜히 엉뚱한 훈수를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33세의 카스트로가 소련의 핵무기를 가져와 미국의 코앞에서 겨누었을 때, 케네디 대통령은 핵무기를 써서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는 대신, CIA와 극우파들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적과의 직통전화를 열었다. 세계가 오랫동안 평화와 자유를 누릴 수 있었던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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