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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북 협박 빌미로 미국이 과잉대응한다 여겨"

남경필·홍문종 의원과 구상찬 전 의원 등 새누리당 전·현직 의원들이 지난 2일 중국 공산당의 대북정책 핵심인물인 왕자루이(王家瑞) 당 대외연락부장 등을 만나 3시간30분간 대화했다. 또 중국 수뇌부에 대외정책을 제언하는 핵심 싱크탱크인 현대국제관계연구소 학자들도 만나 중국의 한반도 정책을 들었다. 왕 부장은 지난해 8월 방북해 김정은을 면담한 중국 대북정책의 핵심 인물이다.

왕 부장과의 면담에 참석한 한 의원에 따르면 왕 부장은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이 생전에 중국을 방문했을 때 함께 방중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당시)과 본인 등을 만났다”며 “김정은은 젊고 경험이 없으며 판단력이 부족해 지금 (한국에) 하고 있는 협박이 빈말이 아님을 보이려고 (국지성) 도발을 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정은은 김정일이 2010·2011년 여러 차례 방중했을 때 동행설이 돌았으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아 왔다.

이번 방중을 이끈 새누리당 구상찬(사진) 전 의원을 만나 중국 고위층?학자들과 무슨 얘기를 했는지 들어봤다. 당내 중국통인 구 전 의원은 자신과 친분이 깊은 왕 부장이 “한국의 차세대 지도자들과 대화하고 싶다”고 초청함에 따라 새누리당 전·현직 의원 9명과 지난달 30일부터 4박5일간 중국을 찾았다. 구 전 의원은 다른 의원이 전한 왕 부장의 김정은 관련 발언에 대해 “왕 부장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한반도 위기에 대한 중국의 시각은.
“중국은 지금의 한반도 위기는 미국이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위기를 고조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반면 미국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지긴 했지만 아직도 미흡하다면서 더 강력하게 북한을 압박할 것을 원하고 있다. 중국 측은 이렇게 한반도를 바라보는 미?중의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한반도 상황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얘기하더라.”

-미국이 위기를 고조시킨다는 게 무슨 얘기인가.
“물론 1차적 책임은 3차 핵실험에 이어 끝없는 협박을 쏟아내는 북한에 있지만, 중국이 보기엔 미국도 과잉 대응을 하고 있다고 본다. 스텔스기와 B52기를 한반도 상공에 띄우고 핵잠수함을 보낸 게 대표적이란 거다. 이를 통해 한반도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는 게 미국의 의도라고 중국은 본다.”

-그러면 미국은 뭘 해야 한다는 것인가.
“중국의 입장은 미국이 (군사적 시위 대신)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 대해서도 북한의 위협에 맞대응하기보다 대화로 나아가야 위기를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과 미국은 중국이 북한을 제대로 압박하지 않아 위기가 커졌다고 보는데.
“중국 측은 ‘우리도 속으론 북한에 상당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중국이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동의했는데 그중엔 북한과 수상한 거래를 한 의혹이 있는 중국 은행은 유엔이 중국 정부 동의하에 조사할 수 있다는 대목도 있다. 이것만 해도 엄청나게 달라졌다는 거다. 또 중국은 3차 핵실험 직후 대북 송유관 밸브를 잠갔고, 단둥 지역에선 대북 교역 업체들의 화물 검색을 강화했다. 또 대북 교역 업체들이 불법이나 편법활동을 했는지를 관계당국이 집중 조사하고 있다. 이 모든 게 예전엔 없었던 조치다.”

-함께 방중했던 다른 의원은 왕자루이 부장이 김정은의 방중 사실을 확인하면서 ‘경험이 없어 도발할 의사가 있어 보인다’고 얘기했다는데.
“아니다. 왕 부장은 그런 말을 전혀 하지 않았다. 통역 과정에서 잘못 이해한 듯하다. 김정은과 관련해 중국 고위 관계자는 ‘내가 아는 김정은은 서방세계의 생각과는 달리 북한 전역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정은이 아직 나이가 어리고 경제상황도 좋지 않아 할아버지나 아버지만큼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지는 못한 게 단점이라고 백브리핑에서 덧붙이더라.”

-중국은 북한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중국이 볼 때 북한의 3차 핵실험은 미국은 물론 중국까지 겨냥한 공갈전술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북한에 핵실험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는데도 강행했다. 막 권좌에 오른 중국 최고지도자의 스타트에 먹칠을 한 격이다. 그래서 내가 본 중국 지도부는 김정은에 대한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다. 시진핑 주석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어느 일방이 한 지역이나 세계를 혼란에 빠뜨려선 안 된다’고 얘기했는데 이건 북한을 겨냥한 아주 강력한 경고다. 왕이(王毅) 외교부장도 ‘중국은 중국의 현관(doorstep) 앞에서 말썽이 일어나는 걸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외교관이 이렇게 말한 건 전례 없이 강한 경고다.”

-직접 중국에서 만난 인사들도 북한에 불만을 얘기하던가.
“그렇다. 중국 학자들이 ‘김정은의 호전적 행동이 중국을 더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하더라. 중국 지도부 인사들도 말은 안 했지만 북한에 화가 단단히 난 게 피부로 느껴지더라.”

-새누리당 의원들은 중국에 뭐라고 했나.
“내가 ‘북한의 도발에 중국이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중국이 욕을 먹는 거다’고 지적했다. 이에 중국 인사들은 ‘한국인들은 다들 중국이 북한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북한도 엄연한 주권 국가인데 어떻게 중국 마음대로 할 수 있나’고 반박했다. 내가 ‘대북 송유관 밸브를 석 달만 잠그면 북한이 말을 들을 것’이라고 반박하니 대꾸를 안 하더라. 그러면서 귓속말로 ‘지금 우리가 북한을 굉장히 세게 제재하고 있으니 너무 재촉하지 말아달라. 당신은 중국 공산당의 오랜 친구 아니냐. 오랜 친구는 가슴에 있는 얘기를 쏟아내야 더 친해진다. 오늘 서로 얼굴을 붉힌 건 친하기 때문에 그런 거다. 앞으로 더 솔직한 얘기를 들려 달라’고 하더라.”

-중국에서 희망은 봤나.
“중국 국민들의 대북관이 많이 바뀐 걸 피부로 느꼈다. 북한을 먼 친척 정도로 생각해왔는데, 이제는 중국에 피해만 주는 존재가 됐다고 보더라. 이번에 만난 중국 학자들도 ‘중국 공산당도 국민들의 이런 생각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어 북한을 무작정 감싸고 도는 시대는 지나고 있다’고 말하더라. 이건 우리나라엔 기회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과 중국 최고 지도부의 관계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좋다는 것도 호재다.”

-중국이 박 대통령을 그렇게 좋아하나.
“왕 부장은 우리를 만난 자리에서 ‘2005년 시 주석이 저장(浙江)성 당서기 신분으로 방한했을 때 박 대통령이 일정을 취소하며 만나줬다’는 걸 세 번이나 언급하며 ‘박 대통령은 오랜 친구’라고 강조하더라. 또 중국 최고위 인사는 중국이 남북 간에 중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내게 말했는데 이는 박 대통령과 김정은의 정상회담을 포함해 모든 형태의 남북 대화 재개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뜻으로 들렸다. 또 시 주석은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에게 친서를 전달했다. ”

-주중 대사로 권영세 전 의원이 내정됐는데 중국 측 반응은.
“중국인들이 ‘모르는 분인데 어떤 사람이냐’ 묻더라. ‘굉장히 좋은 분’이라고 답했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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