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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 여섯 아이들 한국서 새 심장 얻고 ‘활짝’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왼쪽)이 건강을 회복한 키르기스스탄 아이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김경빈 기자]


9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 11층 입원실. 오색 풍선이 방안을 가득 메웠다. ‘완치 축하’ 문구가 적힌 색종이가 한쪽 벽면에 붙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온 나지라(28·여)가 품 안에서 편지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길병원, 무료 수술해줘



 “제 딸 누라임(4)은 심장에 구멍이 두 개 났다고 수술을 해야 산다고 했습니다. 수술비를 벌기 위해서 딸을 어머니께 맡기고 터키로 가서 열심히 일했습니다. 하지만 혼자 힘으로 수술비를 마련할 수가….”



 나지라의 눈이 붉게 물들고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감정이 북받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1년간 딸과 생이별한 채 터키에서 가정부 생활을 했다. 하지만 그녀가 번 돈은 1000달러(113만원)밖에 안 됐다. 키르기스스스탄에서 수술하려면 5000 달러(560만원)가 필요했다. 그러던 차에 한국의 길병원이 손을 내밀었다. 나지라는 입술을 깨물고 편지를 계속 읽었다. “한국이란 나라에 온 것도, 딸이 수술을 받은 것도 모두 기적인 것만 같아요. 딸을 잘 키우겠습니다. 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편지를 다 읽자 병실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행사는 키르기스스탄 심장병 어린이 완치 축하 자리. 지난달 20일 한국에 들어와 심장병 수술을 받은 6명의 아이가 주인공이었다. 길병원 이길여 회장과 의료진, 초도노프 투이션쿨 키르기스스탄 대사가 참석했다. 길병원은 1996년부터 저개발국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를 초청해 무료로 수술해 주는 사업을 해오고 있다. 현재까지 몽골·베트남·우즈베키스탄 등 14개국에서 277명의 심장병 어린이가 건강한 심장을 되찾았다. 이번에 구세군·밀알심장재단·L&F가 치료비(1인당 1200만~1500만원) 일부를 지원했다.



 누라임은 지난달 29일 수술을 받았는데, 6명 중 가장 치료가 급했다. 심장병은 심실과 심실, 심방과 심방 사이에 구멍이 한 곳만 뚫려있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누라임은 두 곳에 구멍이 뚫린 채 태어났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수술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누라임을 비롯한 6명 아이 모두 건강을 회복한 상태다. 굴룸(6·여)과 아미나(5·여)는 한국말로 “감사합니다” “안녕”이라고 인사를 건네며 병동을 돌아다녔다. 굴룸은 “간호사 언니들이 한국말을 알려줬다”며 웃었다.



 이길여 회장은 “83년 신문에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한국 어린이들을 데려가 무료로 심장병 수술을 해준다는 사연을 읽고, 언젠가 빚을 갚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노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천=장주영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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