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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선수권 5부리그 우승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촬영을 위해 화사하게 입어달라고 했는데 치마를 입고 온 선수는 둘뿐이었다. 스틱을 쥔 모습이 편해보였다. 왼쪽부터 이규선·이영화·이민지·박종아·신소정·한수진. [김경빈 기자]


아이스하키는 격투기만큼 몸싸움이 치열한 ‘마초’ 스포츠다. 그런데 한국 여자들 참 독하다. 훈련할 실내 링크도 변변치 않고, 실업팀과 정규 대회 하나도 없는데 국제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실업팀 하나 없는데 … 세계 놀라게 한 아름다운 그녀들
크로아티아 등과 5전 5승 17㎏장비 ‘마초’경기 제패



 지난 7일(한국시간) 스페인 푸이그세르다에서 끝난 국제아이스하키연맹(IHF) 세계선수권 디비전2 B그룹(5부 리그)에서 5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세계랭킹 26위 한국은 크로아티아(22위), 스페인(30위), 아이슬란드(29위), 벨기에(27위), 남아프리카공화국(32위)을 차례로 물리쳤다. 양승준(48)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전무는 “전승 우승은 생각지도 못했다. 2~3승만 거둬도 성공이라고 봤다”며 놀라워했다.



 10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이규선(29)과 이민지(21), 이영화(35), 박종아(17), 한수진(26), 신소정(23) 등 6명을 만났다. 얼굴을 가리는 ‘화이바’를 포함해 17㎏에 달하는 육중한 보호 장구를 벗은 그들의 얼굴은 환했다. “오랜만에 입은 치마라 어색한데?” “아이스하키를 하다 어느새 허벅지가 두꺼워졌어.” 깔깔댔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선수는 17명. 비전이 안 보이는 비인기 종목에 아낌없이 젊음을 투자하는 그들은 모두 아마추어다.



 여고생(서울 혜성여고) 박종아는 1m59㎝ 54㎏의 가냘픈 체구지만 이번 대회 7골을 터뜨려 득점왕에 올랐다. “난 원래 겁이 많은 성격이다. 덩치 큰 서양 선수가 보디체크를 하면 정말 무섭다. 그래도 아픈 건 잠깐이다. 유니폼을 입은 모습도 멋지고, 골을 넣는 스릴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엄마가 시켜서 스틱을 잡았다”는 그는 강릉 경포여중 졸업 뒤 서울에서 자취생활을 하고 있다.



 대표팀의 맏언니 이영화는 박종아보다 열여덟 살이나 많다. 언니보단 이모에 가깝다. 이영화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양쪽 무릎 십자인대를 다쳤다. 재활에 1년이 걸린다고 했지만 8개월 만에 훌훌 털고 다시 빙판에 섰다. 인터뷰에 따라나온 어머니 신나영(57)씨는 “딸이 다시 스케이트를 탈 때 말리고 싶었지만, 행복해 하는 표정을 보니 그럴 수 없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수진은 예원중과 서울예고 나와 연세대 기악과(피아노 전공) 졸업을 한 학기 남겨놓고 있다. 그러나 드레스를 입고 콩쿠르에 나가는 것보다 빙판에서 스틱을 잡는 게 더 행복하다. “피아노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 박진감 넘치는 아이스하키가 훨씬 더 매력적이다. 이제 내 꿈은 아이스하키 지도자다.” 한수진은 “부모님도 처음엔 반대했지만 지금은 열심히 밀어주신다”며 고마워했다.



 이번 대회 5경기에서 3골만 허용해 베스트 골리에 뽑힌 신소정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프로팀인 안양 한라의 유스팀에서 뛰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저학년 때까지 남녀 혼성팀에서 뛰다 이후 한라 선수들과 함께 훈련했다”는 그는 “올림픽에서 맞붙을 미국과 캐나다는 우리 남자 고교팀 수준이라 들었다. 남자 선수들의 슛을 막아봐서 자신있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이들의 목표는 2018년 평창 올림픽 출전이다. 전 국가대표 골키퍼 출신 이경호씨의 딸인 주장 이규선은 “올림픽은 아버지의 꿈이었다. 내가 대신 이루고 싶다”고 했다.



 선수들은 지난해 취임한 정몽원 아이스하키협회장이 여자 대표팀의 세계선수권 출전을 위한 훈련비로 7000만원을 투자하고, 한 자루에 100만원이 넘는 스틱도 제공해 큰 격려가 된다고 했다. 그러나 보호 장구 등은 자비로 구매해서 훈련한다.



 이들은 매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태릉빙상장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린다. 연인들이 한창 데이트를 즐기는 시간이다. “외모 가꾸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많은데 우리 팀 17명은 이상하게 남자 친구가 하나도 없다. 저주에 걸린 것 같다.” 맏언니 이영화가 웃으며 말했다.



 김정민 아이스하키협회 홍보팀장은 “올림픽에 여자 아이스하키는 8팀 출전한다. 매번 우승하며 랭킹을 올려도 출전권을 따기 힘들다. 하지만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면 개최국 자동 진출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요청할 명분이 생긴다”고 말했다.



글=김민규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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