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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놀던 고래·물개 희미해져 … 이 암각화, 어떻게 하나

11일 울산광역시 울주군 대곡리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를 찾은 취재진들이 바위에 새겨진 동물그림을 살펴보고 있다. 암각화는 육안으로 구분하기가 힘들다. [사진 문화재청]


약 5000년 전, 한반도에 살던 조상들이 커다란 바위에 하나하나 새긴 동물 암각화. 이대로라면 100여 년 안에 이 그림들은 사진 속에서만 볼 수 있게 될지 모른다.

국보 285호 반구대 암각화
울산 대곡리 현장 가보니 …?
“댐 수위 낮춰야 훼손 막는다”
신임 문화재청장은 보호론자



 11일 오후, 울산시 대곡리 사연댐 관리사무소에서 모터보트를 타고 5분여 물길을 거슬러 올라 암각화가 새겨져 있는 커다란 바위벽에 도착했다. 인근 지형이 거북이가 머리를 내밀고 있는 모양에서 이름을 얻은 국보 제 285호 ‘반구대(盤龜臺) 암각화’다.



 암각화가 그려진 바위 바로 앞까지 다가갔지만 탁본 등에서 보이던 고래와 호랑이, 거북이 등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동물이 어디 있다는 거야” 웅성거림이 오간다. 준비해간 그림과 찬찬히 비교하니 바위 속에 숨은 동물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다.



암각화에 그려진 다양한 동물. 아래 그림은 암각화에서 고래와 거북이 형상만을 뽑아 채색한 것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1971년 인근지역 학술조사를 위해 이곳을 찾았던 당시 동국대 불교미술학과 문명대 교수팀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인근 바위에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주민들 말에 따라 주변을 1년 넘게 뒤진 끝에 해발 53~57m에 그려져 있는 그림들을 찾아냈다. 하지만 암각화가 발견되기 6년 전인 65년, 이미 인근에 사연댐이 축조돼 있었다. 사연댐은 비가 내리는 양에 따라 해발 60m까지 물이 차오른다. 우기가 시작되는 7월경부터 8개월 여간 암각화는 물 속에 잠긴다. 따라서 48년간, 암각화는 물 속에 잠겼다 물 위로 나오는 ‘자맥질’을 계속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바위표면의 갈라짐, 색깔 변화, 미생물의 영향 등으로 인해 급격한 손상을 입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암각화의 바위 표면은 발견 당시에 비해 약 23.8% 손상됐다. 암각화를 처음 발견한 문명대(72) 동국대 명예교수는 “발견 당시에는 중앙의 갈라진 부분에 고래떼 등 4~5점의 그림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으나 지금은 다 사라졌다”고 했다.



 ◆수위 조절이냐 생태 제방이냐=95년 암각화가 국보로 지정되면서 보존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문화재청과 울산시의 입장이 맞서면서 10년이 넘도록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훼손을 막기 위해 댐 수위를 낮춰야 하다는 입장이다. 댐에 수문 등을 설치, 수위가 52m를 넘지 못하도록 조절해 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하지만 울산시는 시민들의 식수문제를 들고 있다. 댐 수위를 낮추면 하루 활용수가 하루에 3만톤 가량 줄어들게 된다. 부족한 식수를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되지 않는 한, 댐 수위를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울산시는 최근 수자원학회에 용역을 의뢰한 결과 암각화 보호를 위한 ‘생태 제방’이 최선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암각화가 그려진 석벽에서 80m 앞 정도에 높이 10~15m, 길이 440m의 제방을 쌓고 제방 안쪽에서 물을 빼내 암각화에 물길이 닿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암각화 주변 경관이 훼손이 불가피하다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계속되는 공방=반구대 암각화 문제는 박근혜 새 정부의 문화재청장으로 반구대 보호운동에 앞장서 온 변영섭 고려대 교수가 임명되면서 새로운 국면에 섰다. 반구대 암각화 보호와 유네스코 등재는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변 청장은 취임 즉시 반구대 암각화 문제 해결을 핵심사업으로 제시하면서 문화재청 내에 전담 TF팀을 구성했다. 강경환 반구대 암각화 전담 TF팀장은 이날 현장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울산시 식수 문제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관계 부서들과 폭 넓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2010년 반구대 암각화를 인근의 천전리 각석(국보 147호)와 함께 ‘대곡천 암각화군’으로 묶어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한 바 있다.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유물의 외형적 보존뿐 아니라 주변 환경요소의 보존 역시 중요하며 따라서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암각화를 보존해 2017년까지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겠다는 계획이다.



 울산시의 입장도 강경하다. 이날 설명회 현장을 찾은 박맹우 울산시장은 “문화재청은 울산시의 식수 문제를 먼저 해결하라”고 주장하는 등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관계부처의 협력으로 획기적인 방안을 찾지 못하는 한 반구대 암각화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 평행선을 그을 것으로 보인다.



  울산=이영희 기자   



◆반구대 암각화(盤龜臺岩刻畵)=울산광역시 울주군 대곡리 거북이 모양의 바위에 새겨진 그림. 신석기 말~청동기 초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폭 10m, 높이 4m 정도의 면적에 고래·물개·사슴·호랑이 등의 동물과 사냥·고래잡이 장면 등 총 300여 점이 새겨져 있다. 선사시대 생활상을 보여주는 귀한 유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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