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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철학 영국서 이식했지만 다양성에선 앞서… 특기·적성 특화 학교 많아









[사진설명] 미국 보딩스쿨은 사회지도층을 길러내는 데 중점을 둔다. 또 재능과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삶도 중요하다고 교육한다. 엄격한 규율 속에서 인성·도덕성을 익히는건 이런 이유다. 스포츠·음악 활동은 단순한 취미활동이 아니라 리더십과 협동심을 기르는 중요한 과정이다. 1. 로런스빌 학생이 하키를 하는 모습, 2 세인트폴의 학교 전경, 3 엑시터의 도서관, 4 디어필드 학생의 토론수업 장면.


미국 명문 보딩스쿨(기숙 학교)은 하버드·예일·스탠퍼드대학 등 명문 대학으로 가는 지름길로 인식돼 왔다. 실제로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나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 세인트폴 스쿨, 디어필드 아카데미 등 명문 보딩스쿨에서는 매년 졸업생의 30% 이상을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에 보냈다. 그러나 최근엔 보딩스쿨의 명문대 진학률이 다소 주춤하다. 대신 데이스쿨(통학 학교)이 휩쓸고 있다. 하버드대 진학 순위에선 1~5위가 모두 데이스쿨이었고, 스탠퍼드대 진학 순위도 1~4위까지가 데이스쿨 차지였다. [2월 27일자 10~11면] 미국 보딩스쿨의 명문대 진학률을 분석했다.

미 보딩스쿨의 명문대 진학률 분석 결과 데이스쿨과의 경쟁에서 최근 다소 밀리는 모습이지만 저력은 여전했다.

 보딩스쿨 중에서는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가 아이비리그 8곳(하버드·예일·프린스턴·컬럼비아·다트머스·펜실베이니아·코넬·브라운)과 MIT·스탠퍼드 등 10개 명문대에 최근 5년 동안 졸업생의 35%를 진학시켜 진학률 1위에 올랐다. 앤도버는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2010년)의 사립 고교 상위 20 순위에서도 종합 3위에 올랐다. 보딩스쿨 중 가장 높은 순위다. 이 랭킹 1, 2위는 뉴욕시에 있는 데이스쿨인 트리니티 스쿨과 호레이스 맨 스쿨이었다.

 상위 30위 안에 든 보딩스쿨 대부분은 매사추세츠·코네티컷·뉴저지·뉴햄프셔주 등 동부 지역에 위치해 있다. 캘리포니아주 태처 스쿨(14위)과 케이트 스쿨(20위), 웹 스쿨(27위), 그리고 텍사스주의 하커데이 스쿨(14위)만이 예외다. 특히 매사추세츠주 학교가 9곳으로 가장 많았다.

 유학업체인 텔로스컨설팅그룹 최민유 원장은 “매사추세츠·코네티컷주 등에 있는 명문 보딩스쿨 대부분이 하버드대를 포함한 아이비리그 대학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런 게 진학률에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학입시제도를 들여다보면 이 말을 이해할 수 있다. 미국 대학은 100% 입학사정관제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자기소개서·에세이·SAT(미국대학입학시험) 성적 등 서류와 인터뷰로 합격 여부를 가른다. 각 대학은 이것만으로 가늠하기 어려운 학생의 잠재력과 인성·사회성·리더십을 면밀하게 평가하기 위해 출신 고교 정보를 활용한다.

 유학업체인 세쿼이아그룹 박영희 대표는 “대학 입학사정관이 지역 고교를 방문해 특정 수학 교사가 점수를 후하게 주지는 않는지까지 점검한다”며 “출신 고교의 학내 프로그램과 수업의 질, 교사와 학생의 수준을 점검하고 데이터화해 대입 평가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존 팰프리(John G. Palfrey, Jr.) 앤도버 교장은 최근 학부모 간담회에서 “앤도버의 대학 진학 카운슬러는 아이비리그 대학 입학사정관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들 중 일부는 아이비리그 대학 출신”이라고 설명했다.

 동부 지역의 앤도버·엑시터·세인트폴 등이 동부 아이비리그 대학과 특별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캘리포니아주 태처 스쿨은 서부의 스탠퍼드대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만들어 왔다. 태처 스쿨은 10개 명문 대학 종합 진학률에선 14위에 그쳤지만 최근 5년간 스탠퍼드대 진학률(4%)만 놓고 보면 1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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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보딩스쿨은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명문 학교라는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답은 교사 수준에서 찾을 수 있다. 포브스의 사립 고교 상위 20위에 든 앤도버·엑시터·세인트폴·로런스빌·그로튼·밀턴·디어필드의 교사 대 학생 비율은 평균 1 대 5 수준이다. 또 디어필드만 석사 이상 소지자 교사의 비율이 42%로 다소 떨어지고, 나머지 여섯 학교는 모두 70% 이상이다. 특히 엑시터는 교사의 83%가 석사 이상 학위를 소지하고 있다.

 교사 수준은 수업의 질로 그대로 이어진다.

 앤도버의 수업을 살펴보면 영어만 매년 수십 개 개설된다. 예컨대 조지 오웰의 작품관과 철학을 공부하는 조지 오웰 연구 강의, 세계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성 리더의 철학 등 대학에 버금가는 수준 높은 수업이 진행된다.

 페디 스쿨(16위)을 졸업하고 코넬대를 거쳐 디자인 관련 벤처기업인 크라우드캐스트를 창업한 박성렬(29) 대표는 “많은 수업이 대학 1~2학년 수준”이라며 “보딩스쿨 수업을 통해 단련된 덕분에 대학 입학 후 수업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칼리지 카운슬러, 즉 진학상담교사의 촘촘한 학생 관리와 맞춤형 대학 진학 지도는 보딩스쿨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미 진학상담교사협회(NACAC)에 따르면 명문 보딩스쿨의 진학상담교사 대 학생 비율은 평균 1 대 20으로, 상담교사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진학 지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이다. 공립학교를 포함해 미국 전체를 따져보면 상담교사 대 학생 비율이 무려 1 대 475에 달한다. 공립학교에 비해 보딩스쿨이 대학 진학에서 독보적인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이 여기 있는 셈이다.

 교육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장은 로런스빌의 마스터 튜터(master tutor) 제도를 꼼꼼한 학사 관리 사례로 꼽았다. 그는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숙련된 교사가 1 대 1로 어떤 과목을 선택할지에 대해 조언하고 이수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고 말했다.

 보딩스쿨 진학 지도가 얼마나 뛰어난지는 졸업 후 과정(PG·Post Graduate)이라는 제도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미국도 한국처럼 대학 입시에 실패하면 재수를 한다. 그러나 재수학원을 찾는 게 아니다. 보딩스쿨이 직접 운영하는 졸업 후 과정에 들어간다.

 졸업 후 과정은 더 좋은 대학을 목표로 1년간 더 공부하고 비교과 스펙을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미국 보딩스쿨 중 상당수가 30명 안팎의 소수 정예로 이런 졸업 후 과정을 운영한다. 명문대 진학률 30위권 내 보딩스쿨 중엔 앤도버·엑시터·로런스빌 등 14개 학교가 운영한다. 데이스쿨엔 이런 과정이 없다.

 링컨 대통령의 아들인 로버트 링컨이 하버드대 입시에 떨어진 후 엑시터의 졸업 후 과정 프로그램을 이수해 하버드대에 합격한 일화는 미국 내에서 유명하다. 이처럼 보딩스쿨의 졸업 후 과정은 명문대를 진학할 수 있는 또 다른 길로 인식되고 있다.

 명문 보딩스쿨의 재단 규모는 수억 달러에 달한다. 앤도버의 학생 1인당 기부금은 62만6691달러(약 7억원)고, 엑시터는 이보다 많은 80만9031달러다, 세인트폴과 호츠키스도 70만 달러 수준을 넘어선다. 웬만한 대학 도서관을 능가하는 장서와 명작이 즐비한 미술관·박물관,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소화할 수 있는 운동 시설은 이런 탄탄한 재단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하다.

 각 학교가 이렇게 많은 기부금을 받을 수 있는 건 결국 보딩스쿨의 교육 철학과도 연결된다. 학장 시절엔 학교의 충분한 지원을 받아 능력을 키우고, 졸업 후엔 사회 리더로 각 분야를 이끌고, 그렇게 얻은 부(富)는 사회에 환원하라는 게 미국 보딩스쿨의 공통된 교육 철학이다.

 미국에서 고교를 졸업한 한소영(서강대 국제한국학 2)씨는 “미국에선 유명 가문 자제가 부모를 따라 부모가 나온 보딩스쿨에 입학하는 사례가 많다”며 “미국 사람들은 특정 가문 우대는 불평등하다고 보기보단 사회 환원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고 말했다.

 보딩스쿨은 사회 지도층으로서 갖춰야 할 사명감과 자부심, 도덕성을 키워주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투자한다. 학교에 입학하면 학생 신분으로 지켜야 할 명예규율(honor code) 선서를 한다. 명예규율은 학교 명예를 지키는 것은 물론 사회에서 지켜야 할 도덕 규범까지 담고 있다. 절도·폭행 등의 범죄에 대한 윤리적 준칙은 물론 비방·따돌림을 엄격히 금지하는 내용도 있다. 또 교사·선배에 대해 예의를 갖추는 생활 태도와 인용·표절 등에 관한 학문적 윤리 규정까지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 윤리성을 강조하는 미국 교육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박 대표는 “명문 보딩스쿨에선 학생이 이런 도덕 규범을 어겼을 때 주말 외출 금지나 봉사와 같은 가벼운 처벌은 물론 때론 정학·퇴학에 이르는 단호한 처벌을 내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미국 보딩스쿨은 대학 진학에 특화한 대학 예비학교뿐 아니라 종교학교·군사학교·예술학교·특수학교 등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해 왔다.

 군사학교는 남부 지역 상류층이 중심이 돼 설립한 군사교육 중심의 보딩스쿨이다. 총기 다루는 법, 제식훈련 등의 군사 훈련을 받고 규율과 규칙을 엄격하게 지킬 것을 교육받는다. 독도법·항해술·우주항공학·항해 실습부터 경비행기 조종 실습, 승마 실습까지 다양한 군사학 관련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특수학교는 말 그대로 학습 장애를 안고 있는 학생을 위한 학교다. 일반적인 대학 진학 준비 과정과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특수 프로그램을 함께 병행한다. 미국 내에서만 100개가 넘는 보딩스쿨이 이런 학습장애 학생용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보딩스쿨 교육 철학의 토대는 영국으로부터 건너왔다. 하지만 다양성은 미국이 앞서 있다. 홍지윤 유학닷컴 실장은 “영국·캐나다와 비교해 미국 보딩스쿨의 장점은 공부 외에 자녀의 특기와 적성을 살릴 수 있는 특화된 학교를 골라 갈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정현진 기자

◆미국 보딩 스쿨의 역사

미국 보딩스쿨은 유럽에서 건너간 청교도가 세웠다. 최초의 보딩스쿨은 1744년에 설립된 웨스트 노팅엄 아카데미(West Nottingham Academy)다. 1763년 매사추세츠주의 더 거버너스 아카데미(The Governor’s Academy)가 세워졌는데, 이곳은 국내 최초의 유학생으로 알려진 구한말 개화운동가 유길준이 유학한 학교다. 뒤이어 1778년에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Phillips Academy Andover), 1781년엔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Phillips Exeter Academy)가 뉴햄프셔주에 들어섰다. 1800년대 들어 고등교육에 대한 요구가 점점 늘면서 지금과 같은 다양한 보딩스쿨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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