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가운에 인문학 책 챙기라’는 의대 교수

박문일 한양대 의대학장은 “인문학적 소양을 지닌 의사가 환자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돌보면 어떤 병이든 치료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김성룡 기자]

환자는 아홉 번이나 습관성 유산을 했다. 수차례 검사했지만 결과는 원인불명. 차트를 바라보던 의사는 ‘원인을 찾을 수 없다’는 부정적 진단 대신 웃으며 얘기했다. “축하드립니다. 지극히 정상입니다. 내일 남편과 함께 오세요.”

 의사는 다음 날 남편을 만나 아내의 불안감을 해소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튿날부턴 시댁 식구들까지 불러 치료에 동참시켰다. 유산에 대한 두려움과 시댁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환자는 그렇게 완치됐다. 열 번째 임신.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다.

 한양대 의과대 학장 박문일(61·산부인과) 교수의 치료 사례다. 그는 인문학적 소양을 지닌 의사가 환자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돌보면 어떤 병이든지 치료될 수 있다고 믿고 제자들에게 늘 얘기한다.

 “차가운 메스 대신 의사 가운 왼쪽 주머니엔 시집을, 오른쪽엔 인문학 서적을 넣고 다녀라.” 처음엔 어리둥절해하던 제자들도 이젠 그에게 책을 추천해달라고 한다. 학장실 책상엔 의학 서적보다 시집·수필집·인문학 서적이 더 많다.

 박 교수는 “사망진단서를 끊으며 ‘몇시 몇분 몇초에 아무개가 사망했다’고 차갑게 내뱉는 사람에겐 의사 자격이 없다”고 했다. “환자와 그 가족을 존중하는 마음가짐은 의학 서적 100권을 읽는다고 얻어지지 않습니다. 인문학적 소양과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갖출 때 가능하죠. 사망진단서 한 장도 인문학 서적을 읽어본 의사가 끊어야하는 이유입니다.”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수필가, 스타 강사다. 그가 저술한 『베이비 플랜』 『태교는 과학이다』는 출산을 앞둔 부부들에겐 인기가 높다. 수필 쓰는 의사들의 모임인 ‘박달회’에서 매년 수필집을 내고 CEO·시민단체 등을 대상으로 ‘인문의학’을 강연한 지도 5년이 넘었다.

 최근 그는 강연수입과 저서 인세 등 1억원을 모아 한양대에 기부했다. 인문의학교실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과 함께다. 지난해부터 인문계열 학생들도 한양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지원할 수 있도록 전형을 바꾼 것도 그였다. 인문의학 교양강의엔 수강생 300여 명이 몰린다.

 박 교수는 1990년대 후반 수중분만을 국내 처음 도입했다. 배우 채시라, 뮤지컬 배우 최정원은 박 교수를 통해 수중분만에 성공했다.

 “최근 제자들을 모아 일명 ‘힐링캠프’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살벌한 경쟁이 익숙한 수재들이 삶을 고백하며 눈물을 흘리죠. 그 눈물은 시체를 해부하거나 밤새워 공부할 때 흘린 땀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제자들의 눈을 보며 저는 의료계가 발전하리라, 행복한 확신을 합니다.”

글=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