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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북한은 왜 중국 언론 통제에 목숨 거나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북한이 중국의 지원을 고마워하기는커녕 제멋대로 행동해 중국을 난처하게 만든다’ ‘없는 돈 끌어모아 핵개발에나 열심이다’ ‘북한 정부는 도대체 자국민 복지에 신경을 쓰기나 하나’. 이는 중국 톈진(天津)사회과학원의 한 연구원이 ‘전략과 관리’란 잡지에 기고한 글의 일부 내용이다. 2004년 8월의 일로, 당시 중국에선 보기 드문 북한 비판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대가는 참혹했다. 글이 발표된 지 한 달 만에 11년 역사의 이 잡지는 폐간의 운명을 맞았다. 배후엔 북한의 강력한 반발이 있었다.

 그로부터 5년 뒤인 2009년 7월, 상하이미디어그룹 산하의 TV다큐멘터리 채널 ‘지스(紀實)’가 ‘현장목격 북한’이란 타이틀로 5부작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내용이 북한 비꼬기로 일관해 관심을 끌었다. ‘백내장 치료도 제대로 못하는’ 북한의 한심한 상황이 적나라하게 전파를 탔고, 중국 인터넷엔 ‘코미디가 따로 없다’는 비아냥 댓글이 올라왔다. 이 방송 역시 무사하지 못했다. 상하이미디어그룹의 경영진이 베이징으로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다큐 제작 책임자에겐 중징계가 내려졌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북한의 신경질적인 항의가 있었다고 한다.

 북한이 중국의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현상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2월 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중국은 북한을 포기해야 한다’는 글을 기고한 덩위원(鄧聿文) 중국 학습시보(學習時報) 부편집이 직장에서 쫓겨나게 생겼다. 당시 덩은 중국이 왜 북한을 버려야 하는지 다섯 가지 이유를 들어 조목조목 설명했다. 영어로 쓰인 이 기고문이 해외에서 화제가 되자 중국어 원문이 중국 인터넷을 통해 유포됐고, 이는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런 그가 얼마 전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직위에서 해임됐다’고 밝혔다. 북한의 입김이 작용했음은 불문가지다. 이제 중국 내 북한 때리기는 감히 해서는 안 되는 ‘성역(聖域)’의 자리에라도 오른 걸까. 이거야말로 코미디가 아닐까 싶다. 우리가 덩위원 해임 사태에서 읽어야 할 건 무언가. 그건 북한이 왜 중국 언론 통제에 목숨을 거느냐 하는 점이다. 왜 그런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전체 민심(民心)이 바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여느 중국인의 북한에 대한 감정은 특별하다. 피붙이는 아니더라도 그냥 남이라고 모른 체하기엔 좀 뭣한 그런 특수한 이웃이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은 과거 방북 소감을 ‘走親戚(친척집에 갔다 왔다)’이라는 세 개의 한자로 표시한 바 있다. 많은 중국인에게 북한은 못사는 사회주의 친척쯤으로 여겨진다. 북한이 사고를 치는 것 또한 ‘저 나름대로 먹고살려는 발버둥’ 정도로 비춰진다. 북한을 보는 중국인의 눈엔 기본적으로 ‘연민(憐憫)’의 정이 담겨 있다. 중국 정부의 북한 감싸기는 이 같은 중국인들의 정서를 바탕에 깔고 있다.

 한데 중국 언론의 북한 비판은 의미가 자못 크다. 교육적 효과를 갖기 때문이다. 북한의 잘못이 본격적으로 중국 미디어를 타기 시작하면 북한에 대한 중국인 전체의 인식이 바뀌게 된다.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경우다. 현재 시진핑(習近平)의 중국 5세대 지도부는 여론에 매우 민감하다. 중국 공산당 집권의 정당성을 과거와 같은 이데올로기로 설명할 수 없기에 실제 치적이 중요하고, 또 거의 모든 일을 민의(民意)를 좇아 이루려 한다.

 마오쩌둥(毛澤東)이나 덩샤오핑(鄧小平)과 같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가 사라진 시대의 중국 리더들에겐 인민의 마음을 사는 일이 지상과제가 된 지 오래다. 2008년 중국-유럽 정상회의 때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예정됐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취소한 건 순전히 중국 국민의 거센 항의 때문이었다. 사르코지는 앞서 달라이 라마를 초청했는데 이에 격분한 중국인들이 회담 중지를 요청하는 e메일을 무려 1000통 이상 원자바오에게 보냈던 것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최근 해외 순방길에 미모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를 대동하고,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지난달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기자회견에서 무려 30여 차례 이상 두 손을 올리는 등의 제스처를 쓴 건 모두 중국 국민의 눈과 귀를 의식한 결과다. 따라서 중국 매체의 북한 잘못 지적이 일상화되고 이에 따라 북한을 보는 중국인의 눈이 연민에서 냉정으로 바뀌게 되면 중국 정부의 대북 정책도 전면적인 수정을 고할 수밖에 없다.

 현재 일각에서 나오는 중국의 대북 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한 게 아닌가 하는 분석은 아직 이르다는 느낌을 준다. 바로 그렇게 될까 봐 북한이 노심초사하며 중국의 언론 통제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자연히 우리의 할 일도 정해진다. 중국의 민심을 겨냥한 공공외교(公共外交) 강화다. 공공외교는 진실에 기초해 상대국 국민의 마음을 사는 것이다. 크게 정부에 의한 홍보외교, 상대국 언론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외교, 문화교류 위주의 인문외교 등 셋으로 나뉜다.

 박근혜정부는 중국과의 인문외교를 말한다. 그러나 이와 함께 중국 매스컴을 타깃으로 한 미디어외교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 중국의 대북 정책도 세월과 함께 바뀐다. 이 변화를 선도하는 데 중국의 미디어만큼 유용한 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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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