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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홍준표, 무상급식 트라우마 극복할까

김정하
정치국제부문 차장
홍준표 경남지사는 강점과 약점이 뚜렷한 정치인이다. 청렴하고 서민적인 이미지에다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시원시원한 화법은 그를 여권의 지도급 인사로 키운 원동력이다. 반면 자기 확신이 강해 주변으로부터 독선적 행태라는 반발을 사는 경우도 왕왕 있다. 둘 다 그의 정신적 아이덴티티가 아직도 ‘모래시계 검사’에 가깝기 때문에 생기는 동전의 양면이다. ‘단죄(斷罪)’는 그의 세계관을 가장 잘 요약하는 단어다.

 이런 홍 지사의 눈에 최근 또 하나의 ‘거악(巨惡)’이 포착됐으니 가만있을 리가 없다. 바로 진주의료원이다. 홍 지사가 볼 때 진주의료원은 노조의 배만 불려주는 ‘세금 먹는 하마’다. 객관적 지표만 놓고 보면 홍 지사의 시각은 일리가 있다. 진주의료원은 인공호흡기로 연명하는 뇌사 상태 환자나 마찬가지다. 지난 3년간 당기순손실이 49억·63억·69억원으로 이대로 몇 년만 가면 자본잠식이다. 아무리 공공의료기관이 돈 버는 게 목적이 아니더라도 밑 빠진 독에 무한정 물을 퍼부을 순 없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필수적인데 노조의 저항에 부닥쳐 별 진전이 없다.

 전국의 지방의료원이 다 비슷한 처지라지만 진주의료원은 구조적 문제가 특히 심각한 그룹이다. 지난해 복지부의 ‘지역거점 공공병원 운영평가’에 따르면 진주의료원은 의료취약도와 경영효율성이 모두 낮은 ‘혁신필요형’으로 분류됐다. 쉽게 말해 주변에 다른 병원이 많아 환자 끌기가 쉽지 않은 지역인데 경영까지 엉망이란 얘기다. 진주의료원 주변엔 경상대병원과 종합병원 2개, 병원급 12개가 있다. 웬만하면 시설과 서비스 좋은 다른 병원으로 가게 돼 있다. 심지어 진주시 전체 의료급여 대상자 가운데서도 진주의료원 이용률은 3%에도 못 미친다는 게 홍 지사 측 주장이다.

 그럼에도 여권 일각에서 홍 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건 2011년 무상급식 투표의 트라우마 때문일 거다. 복지 이슈는 섣불리 제동을 걸었다간 날벼락을 맞는다는 뼈아픈 경험 말이다. 공교롭게 당시 당 대표는 홍 지사였는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행한 무상급식 투표가 실패로 끝나면서 당이 큰 위기에 빠졌고, 결국 연말에 홍 지사가 대표직을 내놓는 발단이 됐다. 좌파는 벌써부터 ‘돈보다 생명’이니 하면서 진주의료원이 폐쇄되면 돈 없는 환자들이 갈 병원이 없어 죽는다는 식의 감성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진주의료원을 제2의 한진중·쌍용차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홍 지사가 그런 상황을 버텨내려면 폐업 이후에도 진주의 빈곤층에 대한 의료서비스는 아무 문제 없다는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폐업은 좀 더 숙고하는 게 나을지 모른다.

 홍 지사는 최근 폐업에 반대한 김문수 경기지사를 겨냥해 “여론을 따라가는 게 지도자가 아니다. 여론을 만들어가는 게 지도자”라고 큰소리를 쳤다. 홍 지사가 공공의료 체계의 개혁을 앞당긴 용기 있는 지도자로 평가받을지, 아니면 시대의 흐름에 역주행한 돈키호테가 될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김정하 정치국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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