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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아껴라 … 선박은 성형, 비행기는 다이어트







지난해 5월 현대상선 해사기획팀은 노르웨이 선급협회(DNV)로부터 국제전화를 한 통 받았다. “선박을 개조하면 기름을 절약할 수 있는데 관심이 있느냐”는 게 용건이었다. 업황 부진으로 각종 경비절감 방안을 찾고 있던 현대상선 입장에서는 귀가 솔깃해지는 얘기였다. 양측은 즉시 면담을 했고 그 결과 ‘선박 성형’이라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기업들이 ‘기름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해운·조선·자동차·중장비·항공사 등 하늘과 땅, 바다를 막론하고 유류와 밀접한 관계인 운송업종은 모두 해당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박 개조, 고효율 엔진 개발, 무게 감량, 엔진 다운사이징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대상선은 선박 개조, 그중에서도 구상선수(球狀船首·원형 앞머리) 개조를 선택했다. 구상선수는 파도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선박 앞머리 하단부에 원형으로 불쑥 튀어나오도록 만든 부분을 말한다. 현대상선은 시속 27노트짜리 고속형 컨테이너선에 적합한 모양이었던 ‘브레이브호’의 구상선수를 통째로 깎아낸 뒤 원래 위치보다 낮은 쪽에 좀 더 날씬한 모양으로 변형해 붙여넣었다. 쓸모가 없어진 고속형 선박을 ‘국부 성형’을 통해 연료효율성이 높은 저속형 선박으로 개조한 것이다. 현대상선은 이번 선박 개조 작업으로 연간 7억원을 아낄 수 있게 됐다.

 비용 중 기름값 비중이 30%나 되는 항공업계는 항공기 탑승 무게 감량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승무원들의 개인수하물을 1㎏씩 줄이도록 한 데 이어 500쪽 분량의 업무매뉴얼 책자를 디지털화해 1인당 2㎏씩 추가로 감량했다. 기내 음용수도 줄여 무게를 조금 더 덜었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양쪽 날개 끝에 공기 저항력을 낮춰주는 ‘윙렛’이라는 설비를 장착해 연비를 높였고, 물청소를 통해 엔진 때를 제거하는 등의 방법으로 연료효율을 향상시켰다.

 자동차·중장비·조선업계의 연비 경쟁도 치열하다. 르노삼성차는 지난달 28일 서울모터쇼에서 1.6L터보 엔진을 장착한 중형차(SM5) 출시계획을 밝혀 주목받았다. 이 차는 작은 엔진 용량에도 불구하고 경쟁사 중형차들의 2.0L엔진을 능가하는 190마력의 출력과 13km/L의 연비를 자랑한다. 자동차 업계가 주력하고 있는 엔진 다운사이징의 최신 사례다. 지난해 9월 출시된 기아차의 2013년형 레이도 다운사이징 엔진인 카파1.0터보엔진을 장착한 덕택에 2012년형보다 출력이 36%, 연비가 5% 각각 개선됐다.

 굴착기 업종도 예외는 아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볼보건설코리아는 지난달 연비가 향상된 신형 굴착기를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두산 제품은 연료효율을 최대 24% 향상시킨 38t급 굴착기이고, 볼보는 에코 연료절감 시스템이 장착된 대형 EC300D모델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하이브리드 굴착기와 전기굴착기를 개발한 상태다. 조선업계에서도 고효율 엔진 개발과 연료저감장치 장착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연비를 높이고 있다.

 문제는 과연 ‘티끌 모아 태산’ 전략으로 절감되는 기름의 양이 의미 있는 정도냐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그렇다”라고 대답한다. 굴착기의 경우 대당 1년 기름값이 5000만~1억원에 달해 연비를 20%만 높여도 연간 1000만~2000만원까지 절약할 수 있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1년 동안 절약한 기름 4400만 갤런(1억6000여만L)은 갤런당 150센트(유류할증료 부과 기준가격)로만 계산해도 60억~70억원어치다. 여기에 연료 물청소 등을 통한 연료효율 개선 방안 등까지 더하면 지난해 대한항공의 유류비용 절감액은 총 160억~170억원에 이른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연비가 7% 높아진 G타입 선박용 엔진을 선박에 장착하면 연간 33억원의 연료절감 효과가 있다”며 “기름 절감 및 연료효율 개선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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