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그동안 당신이 보았던 발레는 잊어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는 ‘헤테로토피아’를 위해 기존 객석을 없앴다. 무대 위로 관객을 끌어 올려 300명만이 볼 수 있게 했다. 관객은 두 개의 방을 오가며 공연을 보고 체험하게 된다. [사진 성남아트센터]

윌리엄 포사이드(William Forsythe·63)는 ‘발레를 절단 낸’ 안무가다. 발레이긴 한데 괴이한 발레를 펼쳐보였다. 20세기 발레 혁명가로 불리는 이유다.

 이유는 이렇다. 그의 춤은 하나의 선으로 자연스레 흐르는 것을 거부한다. 신체 각 부위가 각기 따로 노는, 묘기에 가까운 극단적인 동작으로 구성된다. 그러면서도 토슈즈를 신고 데벨로페(한쪽 다리를 접었다 높이 드는 동작)를 하는 등 발레의 기본기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전통과 전위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가지를 공존시켰기에 “박제화된 발레 테크닉에 현대 정신을 심었다”란 찬사가 쏟아졌다.

 포사이드의 2006년작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가 10일 올라간다. 개막에 맞춰 포사이드가 한국을 찾았다. 그의 작품이 국내 소개된 적은 몇 차례 있었으나, 그가 내한한 것은 처음이다.

포사이드
 -기존 발레와 전혀 다르다.

 “우선 분명히 하겠다. 나는 발레를 굉장히, 아주 많이 좋아한다. 나는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클래식 발레’와 내가 하는 발레라는, 두 세계를 넘나들었다. 발레의 미래가 과거와 다른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는 걸, 클래식 발레를 하는 이들은 인정하지 않곤 한다. 그건 고집이다. 반면 나는 건축·연극·미술 등 여러 요소가 부딪히는 걸 추구한다. 그건 나의 집착이다.”

 -당신 작품엔 음악의 비중이 크다.

 “성장 배경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할아버지는 바이올린을 했고, 아버지는 피아노를 쳤다.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바순·플루트·바이올린 등 여러 악기를 배우며 자랐다. 할아버지는 내게 연주자보다 지휘자가 맞는 성격이라고 하셨다. 그런 배경 덕분에 안무가가 된 게 아닐까 싶다. 또 나는 1950~60년대 아주 평범한 미국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다. 로큰롤과 모타운으로 상징되는 흑인음악에 취해 있었다.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함께 섭취한 것이다. 나는 바흐의 음악에서도 펑크를 느낀다.”

 포사이드에 대해 계원예술대 김성희 교수는 “단순히 예쁘거나 눈요기라는 인식을 덜어내고, 발레를 예술미학의 경지로 끌어올린 인물”이라고 평했다.

 그의 기괴하고 난해한 동작은 단지 기존 발레와 무조건 차별화를 두기 위해 나온 건 아니었다. 철학적 기초가 단단하다. 자신의 사유(思惟)를 인간의 몸과 움직임, 즉 무용이라는 매개를 통해 실현해 낸 철학자에 가깝다. 구체적으로 팔·다리·머리 등 각 신체 부위에 따로 무게 중심을 두는 ‘탈중심’을 지향했다. 사물과 사물의 관계를 사유하는 구조주의 철학을 무용에 적용시킨 결과다. 롤랑 바르트·자크 데리다 등 프랑스 철학자에게 많은 자극을 받았다.

 -이번 공연 ‘헤테로토피아’는 미셸 푸코의 논문 ‘다른 공간들’의 개념을 차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보기 불편한 공연이다. 소리를 듣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무대는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관객은 객석에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 같이 참여해야 한다. 그것도 한쪽 방에서만 가만히 있어선 반쪽밖에 알 수 없다. 양쪽을 자유롭게 오가야 온전히 그 맛을 느낄 수 있다. 이를테면 한쪽 방에선 콘서트가 벌어지고 있는데, 옆방에서 그 콘서트 음악을 활용해 별도의 극을 하고 있는 식이다. 여러 구조가 중첩되고, 거기서 새로운 무언가가 발생하고 충돌하는 것을 포착하길 바란다.”

 -작품의 주제라면.

 “나는 메시지를 던지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왜 이 작품을 만들었느냐고 물으면 난 할 말이 없다. 나는 과학자가 아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 특정한 환경에서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지 시험해보고 관찰할 뿐이다. 나는 어쩌면 주술사나 샤머니즘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나는 무엇을 표현하기 위해 작업하지 않는다.”

 ▶윌리엄 포사이드의 ‘헤테로토피아’=10∼14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평일 8시, 주말 5시. 전석 11만원. 031-783-8000.

최민우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