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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미 참전 용사들 찾으니 … 제 손 잡고 엉엉 웁디다”

미국 서부LA보훈병원에 입원 중인 6·25 참전 용사들이 지난달 14일 심호명 회장이 마련한 위문행사에 모였다. 가운데 할머니는 통신 장교로 참전했다는 99세 로즈다.

심호명
“아흔두 살, 조셉 최라는 분을 만났어요. 오래 전에 미국으로 이민 와 6·25 때 참전했다고. 한국에서 왔다니까 제 손을 잡고 엉엉 울어요. 한국전쟁 중에 불구가 돼 평생 병원을 못 나간 분도 계시더라고요.”

 지난달 중순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서부LA보훈병원을 찾은 심호명(70) 담제보훈기념사업회장(제주물산 회장)의 얘기다. 그는 7년째 미국과 동남아의 6·25 참전 용사들을 찾아 위로하고 있다. 심 회장은 9일 “‘한국인들은 감사함을 잊지 않고 있다’는 말과 함께 조그만 선물을 전할 뿐이지만, 한국 지명을 얘기하며 울먹이는 그들의 모습에 늘 숙연한 마음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미국 방문 때마다 그는 캘리포니아주 샌타넬라시 샌와킨밸리 국립묘지도 찾는다. 한국전 참전 중 사망하거나 실종된 캘리포니아주 젊은이 2495명의 무덤과 명부가 안치된 곳이다. “2007년 백선엽(93) 장군과 처음 찾았을 땐 개미 한 마리 살 것 같지 않은 사막이었어요.” 지난 14일 한국전 정전 60주년 기념 식수를 한 그는 “그동안 조경 기부를 한 게 쌓여 입구에서부터 눈에 띄게 초록색이 늘었다”며 웃었다.

 그가 사비를 털어 보훈 행사를 시작한 건 2005년 이후다. 일부 단체의 맥아더 동상 파괴 시위가 계기였다. “충격을 받았죠. 6·25를 겪은 세대로서,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20년간 ‘서울중앙클럽’이라는 NGO를 이끌었는데 주로 해외 고려인·조선족 돕기 운동을 했죠. 당시 고문이던 백선엽 장군과 함께 미국 보훈병원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한국민들의 마음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에서 교민들이 많은 캘리포니아주 보훈병원을 찾았다. “우리도 그랬지만, 미군도 17, 18세 소년병들이 많았더라고요. 그때 다친 젊은이가 부모 사망 뒤에 돌보는 가족 없이 평생 병원에서 사는 이도 있었어요.”

 2011년 6월 20일 애드 로이스 미 연방 하원의원(공화·현 하원 외교위원장)은 그를 워싱턴 의회로 불러 ‘심호명의 날’로 명명하고 그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번 방문 때는 로스앤젤레스 시의회 허브 웨슨 의장이 감사패를 전했다. 오는 8월 심 회장과 로이스 의원은 정전 60주년 기념 보훈 행사를 공동 개최키로 했다. “로이스 의원이 제안했어요. LA의 애너하임 매리어트 호텔에서 지역 내 참전용사 300명을 초청합니다. 파티는 40사단이 영내에서 열기로 했고요. 현지 교민들이 바비큐 파티를 맡는답니다.”

 심 회장은 2011년엔 전쟁 때 경기도 가평 중·고등학교를 세운 조셉 클리렌드 장군(1975년 작고) 부부의 묘를 수소문해 참배하기도 했다. 당시 40사단장이었던 클리렌드 장군은 우리 학생들이 교사(敎舍)도 없이 가마니에 앉아 공부하는 걸 보고 병사들로부터 성금을 거두고 미 정부에 요청해 학교를 세웠다.

 심 회장은 1970년대 후반 수산물을 항공기로 운반하는 일종의 ‘유통혁명’으로 부를 쌓았다. “당시 제주산 생선을 서울로 보내려면 목포까지 배로 16시간, 다시 화물기차로 16시간 걸렸어요. 어느날 문득 항공기로 날라보자 생각했죠. 그땐 다들 미쳤다고 했습니다만, 싱싱한 생선을 몇 시간 만에 맛볼 수 있게 되자 주문이 쏟아졌습니다.” 그가 산지에서 날라 댄 생선은 서울의 고급호텔과 대한항공 기내식으로 쓰였다.

 “젊어서 열심히 일한 덕에 밥술은 뜨고 산다”는 심 회장은 “남은 인생, 어떤 형태로든 보훈 나눔을 하며 살 생각”이라고 했다. “해외 참전 용사들을 찾아보면 볼수록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이분들이 곧 다 돌아가실텐데. 이들의 희생으로 대한민국의 부흥이 가능했잖아요.”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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